비가 내린다.
괜스레 아들 방에 가서 앉아본다.
벌써 한 달
낯선 곳에서 모든 게 긴장됐을 순간들
처음 보는 군장, 화기류, 군복, 군화, 낯선 사람들
취침 시간 말고는 누울 수 없고 화장실도 샤워실도 모두 공용, 아침 6시 기상, 훈련..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고 시간도 자유롭지 못하고 개인이기보다는 단체 속에 속한 한 사람.
얼마나 힘들까.
비 오는 날 판초 우비에 군장을 메고
빗물이 흐르는 군모를 쓰고 안경을 연신 올리려 하지만 자꾸 흘려내려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추위와 어둠
그 삶에 툭하고 놓여
군번으로 불리는 나
개인이 소멸되고 집단만 있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매일매일 받아들여야 하는
긴장과 두려움의 시공간
야외에서의 숙영
그것은 텐트 치는 캠핑과는 전혀 다른 불편
어둠과 추위
추위와 어둠
그것을 마주해야 하는 스무 살의 삶
애달프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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