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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Oct 13. 2020

해외 살이 5. 코로나 시대의 임산부 2

콜롬비아 의료 체험

< 콜롬비아 compensar 병원 센터  출처 : 구글 이미지 >


#일주일에 4번 병원으로 출근한 임산부 

임신 테스트기 확인 후 보험 문제로 일주일이 흘러가고 드디어 이제야 병원에 첫 방문을 하게 되었다. 

바로 보험을 바꿀 수는 없어서(월 단위로 처리, 매달 1일부터 적용) 일단 간단 초기 검사는 기존 공보험 프리미엄으로 하기로 했다. 다행히 집 근처에 공보험 회사 메디컬 센터가 있어서 부담 없이 첫 방문을 했다. 공보험 프리미엄의 경우, 일반 의사 거칠 필요 없이 바로 산부인과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 바로 예약했다. 

하루 이틀 정도 후에 바로 병원에 갔다.(보통 기본 공보험이면 일주일은 더 걸린다고 한다... 헉...)


< 메디컬 센터 출처 : RCN radio >


#두근두근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에 첫 병원 방문 

여전히 몇천 명씩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콜롬비아 상황이기에 휴대 손소독제며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고 병원에 들어갔다. 

4~5층 정도의 모던한 메디컬 센터, 1층에서부터 방문 목적과 예약이 잡혔는지 등을 이야기하고 어디로 갈지 

안내를 받는다. 사람들의 혼잡을 피하기 위해 아래층에서부터 인원을 제한하여 위층으로 올려 보내고 있었다. 

나름 체계적이고 질서적인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손소독제는 입구부터 해서 많이 배치되어 있어서 굳이 개인 소독제를 가지고 갈 필요는 없어 보였다. 

더불어 1층에선 기다리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지 않는데, 전화나 인터넷상으로  

개인 의사와 이미 약속이 잡혀있을 시는 주민번호만 간단히 기입하고  바로 올려 보내 주기 때문에 

염려했던 붐빔 현상은 없었다. 


< 산부인과 풍경 출처 : 자사 잡지 >

#초등학생 수준의 일처리 

우리의 경우도, 이미 한 산부인과 의사와 전화상으로 예약을  잡았기에 3층(부인과 전문)으로 올라갔다. 

올라갔더니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우리까지 포함해서... 4명 남짓? 여유로운 풍경에 마음이 놓였다. 

나는 예약한 11시에 딱 들어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도 편안해졌다. 

접수창구 청년에게 물었더니 그냥 자리에 기다리면 된다 해서 그렇게 기다리기 시작!

시간이 흐르고~~ 흐르고~~(우리는 혹시 몰라서  예약 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다.) 

이미 예약 시간이 30분이 지났는데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 

게다가 나보다 늦게 온 사람들이 먼저 들어가기 시작했다. 혹시나 해서 다시 접수창구에 질문했더니....

"뭐라고~?" 뒤에 기계에서 번호표를 뽑아야 한다고... 아니 그럼 처음에 물어볼 때 왜 이야기해 주지 않았나...ㅠㅜㅠㅜ

그럼에도 이 접수창구 직원은 미안하단 말 없이 그냥 변명만 늘어놓는다. 

좀 황당했지만 그냥 뒤늦게라도 접수표를 뽑아 기다렸다. 


그렇게 또 1시간이 흐르고... (참고 : 중남미 국가는 대부분 지연되는 것에는 익숙해져야 한다) 

벌써 12시 반이 넘었다. 나는 10시 반에 도착했건만... 다시 한번 질문했더니 의사가 오래 걸린다나 어쩐다나... 일단 알겠다고 하고  또 기다리고 기다렸다. 진짜 일을 이헌 식으로 처리하니... 일처리 정말 답답하다~


#첫 의사 선생님 대면

드디어 의사 선생님이 이름을 불렀다. 먼저는 딴 사람 이름을 불렀는데 대답이 없자 나를 부른 것, 

그런데 이 의사도 어이없다. 내 이름은 한 번만 부르고 딴 사람은 한 5번을 부른다. 

다행히 딴 사람이 없어 내가 먼저 들어갔는데 나한테 예약시간보다 늦게 왔냐며 물어본다. 

어이가 없어 자초 지종을 설명했다. 알고 봤더니 뭔가 지각 페널티?처럼 부러 기다리게 한 것, 

나 전에 불렀던 환자도 분명 나보다 늦게 왔는데 그래서 먼저 불렀던 것이다. 

그 다른 환자가 만약 자리에 있었다면 나는 그날 헛 걸음 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사실 이 내용을 의사가 말해주진 않았지만 웃으며 이야기해도 이야기하는 모양새를 을 보니 딱~눈에 보였다. 

직원이 잘못하면 이건 뭐 자초지종도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환자가 그 피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 기가 막혔다. 


#그래도 웃는 얼굴로... 별거 없이 끝난 첫 진료

이미 2시간 넘게 기다리게 만들어서 화가 났지만.. 밝은 마음으로 의사 진료에 집중하였다. 별로 특별한 건 없었다. 한국처럼 피검사, 초음파로 임신 확진을 기대했지만 여긴 그냥 임신테스트기가 예스! 하면 임신 확정인가 싶을 정도로 위의 검사 없이 무조건 내가 임신했다는 조건 하에 혈압 몸무게 키 재고 배와 가슴들을 확인하고 끝! 


뭐 먹지 말라 등 아주 간단한,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다 나올 정보들만 말해주고 

피검사는 어디, 초음파는 어디, 에서 하라며 예약하는 법만 알려주고 끝이 났다. 


"엥~이게 뭐지? 그럼 내일은 피검가 이틀 후에 초음파 검사를 따로따로 하라고..? 이 분은 내 주치의가 아닌가?"

사실 환자도 없는 상황에서 누구의 잘못인지 가리지도 않은 채 환자인 우리를 페널티처럼 2시간 넘게 기다리게 한 의사가 솔직히 처음부터  마음에 들 수가  없었다. 비록 친절하게 응대했을지언정... 

그렇다 해도 한국과는 너무 다르게 주치의가 다 챙겨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좀 어리벙벙했다.

그렇게 접수창구 어리바리 직원에게 불안한 마음으로 ㅠㅜ 예약을 다시 잡고 집에 돌아갔다. 

우리 불쌍한 남편은 오전에 일은 하지도 못한 채 병원에서 요거 하나 하느라 시간을 다 허비했다. 

미안하고 고맙네~ㅠㅜ


< 피검사하는 곳 대기실,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 모습 출처 : 구글 이미지 >


#피검사, 둘째 날, 천사 같은 간호사 선생님!

피검사를 하러 이튿날 다시 병원으로 출근~! 콜롬비아는 어떤 피검사든 일반 병원이 개인적으로 하지 않고 

피검사만을 따로 하는 랩에서 해야 한다. 

이 랩은 다행히 같은 메디컬 센터 건물 2층, 대신 시간이 오전 6시~10시까지만 가능하다.(예약은 불가능)

따라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다음 날 새벽같이 또 병원에 가야 했다.

(병원이 정말 가까워서 그나마 다행...ㅠㅜ) 

사보험이든 공보험이든 피검사는 랩에서 따로 하는 시스템이다. 


어쨌든 나에게는 제일 두려운 피검사! 

나는  핏줄이 잘 보이지 않아서  아주 어릴 때부터 트라우마가 있는데, 

지금까지 단 한 번에 바늘을 꼽은 간호사가 없었다는 것, 

진짜 어디서든 2번 이상은 찔림을 당하는 것이 기본이었기에 유난히 피검사를 무서워한다. ㅠㅜ 


그런데 웬걸, 여기서 나의 인생 간호사님을 만났다. 이분들은 여기서 피 뽑는 일만 하셔서 그런지 바로 한 번에 척~! 바늘을 꼽아서 깜짝 놀란 가운데 하나도 안 아프게 피가 뽑히고 있었다. 눈 깜짝할 새, 피검사 끝!

진짜 안아주고 싶었다. 감동의 피검사 또르르 ㅋㅋㅋㅋ 나이가 들어 살이 연해졌나ㅋㅋㅋㅋ 대신 손가락에서 피 채취하는데 다른 간호사 분이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안 나오는 내 피를 아주 막 짜내심 ㅠㅜㅠㅜ) 

어찌어찌 무사히 피검사를 끝냈다. 

피검사 결과는 1시간 후에 받을 수 있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뺏겨서 그냥 다음날 출근 시간 전에 오기로 했다.   


< 일반 진료실 풍경, 출처 : 구글 이미지 >

#또 다른 직원의 실수, 정말 나한테 왜 그래~?

이렇게 이틀 동안 메디컬 센터로 출근? 하며 내가 이 보험 회사가 싫었던 이유는 

의사, 간호사 분들 문제가 아니라 바로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의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냥 내가 운이 나빴던 걸 수도 있지만 이틀 연속 그것도 다른 두 직원이 실수하는 바람에 시간이 배로 걸렸다는 점이었다. 자꾸 나보다 늦게 온 사람들이 먼저 병원을 나가는 모습을 보다 보니 짜증이 날 수밖에... 

피검사 랩 직원의 경우는,  우리 보험을 잘못 조회해 피검사 돈을 더 내라고 했던 점인데, 요거 다시 알아보는 데도 한 시간 걸리더라. (진짜 나한테 왜 이래~~~ 텃세인 거야 ㅜㅜ) 

역시나 처음과 마찬가지로 사과의 말(미안하단 한마디 말)을 절대 들을 수 없었다. 

잘 해결되었지만 우리 남편마저 제대로 화나서 ㅋㅋ 

보험은 바꾸길 잘했다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그 얘길 했다. ㅎㅎㅎ


<  고요한 산부인과 3층 대기실 >


#일 잘하는 사람 찾기 어렵다.

잠시 병원 직원들 일 처리를 불평하며....

이 쪽(라틴 아메리카) 국가들 사시는 한국인들이 제일 답답해하는 점이 바로 이 중남미 국가들의 사람들의 특성, 특히 직장에서의 사람들의 일하는 습성이라 할 수 있다. 

문화적으로도 다르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받아온 교육이나 가치관들이 워낙 다르다 보니 일 빠릿하게 일하는 한국과는 정말 다른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이 화가 나고  답답한데,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직원들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사실, 이것은 역으로 생각하면, 우리가 우리 문화와 사회 속에서 그렇게 길러졌기에 화가 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지만...  4년째 문화 차이를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아직은 내겐 어려운 것 같다. 

이래저래 문화 등의 차이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할 이야기가 많아서 ㅎㅎ후에 따로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 언제나 무서운 피검사 >

#피검사 결과받기, 셋째 날 '나, 임신이 아니면 어쩌지?'

피검사 이후, 검사 결과는 그냥 받으면 된다고 해서 남편이 오후에 회사 갈 때 내 신분증 지참하여 대신 받아올 수 있는 줄 알았더니 이것도 무조건 내가 가야 한단다.(제발, 처음부터 잘 좀 말해줘....ㅠㅠ)

이유인즉슨, 에이즈처럼 민감하고 개인적인 결과도 함께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

어쨌든 그래서 다음 날, 또! 메디컬 센터에 세 번째 방문. 이제 1층에서는 우리를 바로 알아보기 시작했다.ㅋㅋㅋ

여기 오는 아시아 여자가 나 하나밖에 없기 때문 일터!


검사 결과 이야기는 첫날 진료한 여의사 분이 설명해주셨다. 

다 정상이었지만 갑상선 수치가 일반인이라면 정상이지만 임산부로는 높은 수치라고 한다. 


두둥...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나 임신 안 한 것 아냐? 자궁외 임신, 이런 건가....?!'  이런 생각이 바로 팍!

어떤 것엔 태평하기도 하지만 어떤 일에는 사서 걱정을  하는 나는 또 바로 걱정을 시작하였다. 


의사는 절대 심각한 것이 아니라 했지만 뭔가 묵직해진 마음으로 진료실을 나왔다. 

콜롬비아는 임산부의 첫 피검사는,  한국처럼 임신 수치를 보려는 B-hcG검사가 아니라 전반적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피검사이다. 결과 항목들을 다 꼼꼼히 봤는데 B-hcG가 없었다. 

콜롬비아에서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신 확인을 위한 B-hcG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그저 임산부의 전반적 건강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피검사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 초음파 검사를 한 병원  입구, clinica country >


#넷째 날, 초음파 검사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은 임신이 아닌 것은 아닐 거라며 나의 불안을 달래주었다. 

하지만 나의 불안은 이미 싹트고 있어고 다음날, 초음파 검사 때까지 초조한 마음이 지속되었다. 

드디어 초음파 검사날! 넷째 날은 초음파를 하기 위한 또 다른 병원으로 출근! 

초음파 검사는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보고타에서는 가장 좋은 산부인과에서 진행되었다. 

당연히 초음파 검사 선생님은 다르시다. 

초음파 병원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 상화 때문에 환자만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먼저 초음파실로 들어간 나는 선생님께 혹시 모르니 남편도 이 내용을 들을 수 있게 스피커 폰으로 전화를 해도 되겠냐고 물었고선 생님은 흔쾌히 승낙했다. 

"영어로 얘기해 줄까?"라고 물었지만 문제는 내가 영어로든 스페인어로든 아직 의료용어는 어렵기에 (열심히 언어 공부를 해야겠다) 스페인어 영어 둘 다 비슷하게 이해하는 정도라고 말씀드렸다. 


임신 초기이니 질 초음파를 시작, 그런데 찬찬히 자궁을 보시던 선생님 갑자기

 '남편 분 밖에 계시면 들어오시라고 해요..'라고 말한다. 


< 아기집과 난황만 보이는 초음파 사진 >


#아기가 아직 보이지 않네요...

의사 선생님은 친절하게 남편이 밖에 있는데 직접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남편을 불렀고 차근히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아기집도  있고, 난황도 있는데 아직 태아가 안 보여요. 임신 주수로는 지금 보여야 하는데, 임신 주수는 잘못 세는 경우는 많기 때문에 2주 후에  봐야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 아이가 보인다면 임신 주수를 잘 못 센 것일 수도 있고(이런 차이는 꽤나 종종 있다고 말씀하심) 만약 보이지 않는다면....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하지만... 아직은 뭐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


라고 나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천천히 말해주었다. 나는 그 말에 어안이 그냥 벙벙...

'유산인가.....' 생각이 덜컥,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아무 말 없이 창밖만 바라보며 마음을 강하게 먹기로 다짐했다. 

아직 부모님께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그날은 그냥 쉬었다. 

수업도 일도 잠시 미뤄두고.... 어서 빨리 초음파 다시 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2주 후에 초음파하고 결과를 알 수 있기에... 제발. 아기가 보였으면..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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