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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Jul 03. 2024

86.눈뜨자마자 놀다가 회사 가기

<아침 시간 놀기, 상당히 재밌잖아요?? 마치 일탈하는 기분?>


아침에 놀다가 회사를 가려면 아주 부지런해야 한다.

유튜브에서 유명했던 새벽형 인간 김유진 변호사는 새벽에 일어나 원하는 활동(그림 그리기, 차 마시기, 책 읽기, 글쓰기, 편집하기 등)을 하며 변호사에게 개인 시간은 없다는 편견을 깨고 다채로운 취미활동을 즐긴다. 새벽은 한결같이 확보할 수 있는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직장인들의 아침을 생각하면 눈뜨자마자 씻고 나가기 바쁘다. 아침식사를 할 시간이 없고, 심지어 지하철에서 메이크업을 하는 사람도 종종 보인다. 빠른 환승 출입구에 몰려있으며 지하철에서 내려서도 달리기 바쁘다.

직장인들에게 아침은 눈뜨자마자 뛰어나가기 바쁜 분초를 다투는 시간들이다. 

놀기가 웬 말이냐 출근 준비할 시간도 모자라다는 게 현실.


그런 직장인들이 여유 있는 차 한잔과 독서 한 꼭지, 가벼운 요가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방법은 김유진 변호사처럼 꼭두새벽 4시 30분에는 기상해야 한다.

그게 가능하냐고??? (미안합니다;)


퇴근 후 가족과 가정을 챙기고 식사를 하고 씻고 잠시 폰멍을 때리면 이미 12시가 넘는다는 보통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 4시 기상은 건강을 파괴하는 지름길이다.

오히려 당분간 애들이 클 때까지 잠을 더 자고, 아침시간을 쫓기듯 사는 게 낫다.(최소 7시간 이하의 수면은 수많은 대사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잠의 총량은 7시간 이상을 확보해야 함.)


나도 한창 새벽기상을 하다가 남편이 저녁 9시 소등 & 수면을 도저히 용납하지 않아 점점 늦어지다가 지금은 아침 6시 언저리에 기상하여 회사에 가기 바쁜 일상이다.

가족이 있다면 내 마음대로 수면 시간을 조정하기가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남편의 출장.

나는 일찍 잘 수 있고 새벽에 기상할 수 있다. 게다가 유연 근무제로 출근 시간도 10시로 미루었다. 나에게 출근 전까지 3시간의 아침 놀이 시간이 확보되었다.

눈 뜨자마자 커피를 마시며 창 밖에 날이 밝아오는 것을 20분 정도 멍하니 봤다. 평소에는 5분도 지루해서 못 보는 풍경이지만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멍 때림은 육체의 귀찮음과 더불어 지속하기가 꽤 괜찮다.

그렇게 몸이 좀 깨어나는 걸 느낀 뒤 시원하게 요가를 하고 글을 썼다. 창문 앞에서 상큼한 여름 비냄새를 맡으며 글을 쓰면서 아침의 낭만적으로 즐겼다. 

이것이 곧 출근할 사람의 아침이란 말인가? 평일 출근 전의 아침이 마치 주말 아침처럼 여유 있고 평온하기만 하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너무 피곤하고 해야 할 일들을 고민하며 출근하기까지가 참 괴로웠다. 막상 회사에 데려다 놓으면 일을 잘하지만 역시 출근 전까지는 회사에 참 가기가 싫다. 

출근 전 시간들이 늘 유쾌할리 없었다.

정신없이 준비하며 아침을 불편한 감정으로 보내며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아침이 여유 있고 행복하려면 은퇴 후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만 했다. 

매일 평생 겪은 아침을 모아봐도 행복보다는 불쾌함으로 채워진 시간이 길다. 아침을 기분 나쁜데 써버린 아까운 내 인생~


그러나 이렇게 여유 있게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이 아침, 너무 평화롭다 못해 즐겁다. 

나는 아직 은퇴를 하지 않았고, 조금 후에 출근 준비를 시작해야 하지만 그냥 지금은 좋은 시간을 누리고 있다. 

은퇴가 아니라도 만들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퇴근 후 그냥 버려지는 하루가 아쉬워서, 

저녁을 나를 위해 의미 있고 재밌게 보내자고 결심해 봤자 유흥(술 마시기, 유튜브 보기)에만 시간을 소요할 뿐이었다.


퇴근 후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건 오히려 쉽지 않다. 

1. 시간이 없다 : 왜 저녁 시간은 아침 출근 준비만큼 바쁜 건지.

2. 피곤하다 : 퇴근 후 몸 상태는 뭔가를 해내기 쉽지 않다.

몸의 피로는 정신적인 의지를 꺾고 만다. 피곤해서 그냥 시간을 죽이는 폰멍이나 안 하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폰만 보다가 허무하게 다음 날을 저주하며 잠에 든다.


어쨌든 아침이든 하루든 의미 있는 시간을 찾으려면, 일단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라고 항의를 할 수 있다. 

음 맞다. 한번은 해야하는 일이다.

새벽 기상이 익숙하지 않으면 아침에 일어나 봤자 비몽사몽 피곤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나에게 새벽기상이 줬던 큰 선물은 5시 전후로 기상하는 것을 반년정도 했더니 이제는 아침 기상이 그렇게 어려운 챌린지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 한 번은 좀 과감하게 시작을 해야 몸이 익숙해진다.

새벽 5시에 일어나다가 6시에만 일어나도 늦잠 잔 듯 상쾌하다.


그런 시간들을 꾸준히 견디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몸에 배면 원하는 대로 아침을 어떤 형태로든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그 뒤로는 어떤 시간에 기상해도 상관없다. 4시든, 5시든, 6시든, 본인이 생각하는 충분한 새벽이라는 느낌이 드는 시간에 일어나 여유를 즐기면 된다.


나는 주말에도 6시가 조금 넘으면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특별히 알람이 필요 없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잤기 때문에 심지어 상쾌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아침 운동, 장보기, 아침 먹기, 책 보기, 공부하기, 유튜브나 넷플릭스 보기를 다 해도 오전 11시가 조금 넘을 뿐.


이른 아침 기상은 여러모로 좋은 기운을 낳을 수밖에 없다.

부담 없이 모든 것을 가볍게 시작할 수 있고 모든 것을 해냈을 때 성취감과 평온함이 생긴다. 오히려 남들보다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쫓길 필요도 없고 많은 것들을 느긋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

욕심은 많지만 몸이 안 따라줘서 늘 쫓기고 불안한 사람은 그냥 아침을 남들보다 잘 써야 한다.


완벽한 게으름주의라는 말을 몹시 싫어하지만(게으르고 미루는 건 그냥 게으른 거지 완벽함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두려워서 뭔가를 시작하지 못해서 미룬다면, 늘 미리 남들보다 먼저 시작해야 한다.

나는 불안과 강박이 지나치기 때문에 마음의 평화를 위해 늘 남들보다 먼저 시작하고 오래 준비한다.

이것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며, 남들만큼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며 살 수 있게 한다. 절대로 미루지 않으며 미리 하는 것으로 내 완벽성과 불안한 감정을 다루고 있다.

불안증이 크다고 미루고 게을러지는 것을 합리화할 수 없다. 

불안이 크다면 수십 배 더 부지런해야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아침 시간, 남들이 깨어나기 전에 뭔가를 먼저 시작하는 것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 아침은 가볍게 해 보기 좋다. 그렇게 하다가 안되면 내일 또 해봐도 좋다. 

남들보다 먼저 시작했으니까 모든 것을 되풀이하여 옳은 방향으로 고쳐나갈 시간도 충분하다.


이제 심약하고 불안증이 있는 사람에게 완벽한 게으름주의로 포장하지 말고, 남들보다 몇 배 먼저 시작하고 더욱 부지런해져서 수십 번 점검하고 수정해서 바르게 만들어나갈 시간을 확보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른 새벽 골프라운딩 약속이 잡혔다. 

나는 3일 전부터 라운딩 짐을 쌌다. (선수가 경기 나가듯 혼자 비장하다.)

빠트린 것이 없는지 점검하고 리스트를 보며 수시로 짐을 체크했다. 그렇게 라운딩 전날 완벽하게 짐을 싸고도 불안해서 새벽에 깨서 한번 더 짐을 점검하고 잠에 들었다.

게으른 완벽주의로 포장하여 짐을 싸는 것을 미루지 않았다. 그저 남들보다 미리 준비하고 남들보다 수십 번 점검하며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완벽과 안정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예민하고 불안한 건 기질이라 내가 바뀌기 힘드니까 내가 더 노력하는 수밖에.


심지어 신혼여행 짐은 한 달 동안 쌌다. 남들 이사하기와 가까운 준비성이었다.;;;;


남편은 그런 나를 보고 강박증이 너무 심하다며 혀를 찼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날 아침 해외출장을 가는데 짐 싸기를 시작도 안 한 전날 밤 8시. 나는 그걸 지켜보는 것만을 도 숨이 차고 답답했다. 

내일 내 라운딩 짐이나 잘 싸자.

사실 이미 완료되었지만 짐 검토 및 누락분 추가가 더 있었을 뿐. 혹시 몰라 장갑 2개 챙기기. 로스트볼 깔별로 챙기기. 여분 티 챙기기 같은? 없어도 플레이에 큰 무리는 없겠지만 나의 정신적 평화를 위한 점검과 보완방식이다.



남편 출장 기간 동안 출근 시간을 10시로 미룬 건 '애매한 스토커' 때문이다. 

이 애매함은 나를 쳐다보고 따라는 오지만 육체적인 위협과 폭력을 가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신고가 안된다.

신고하려고 경찰서와 지하철 수사대에 연락해 봤지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고 처리나 CCTV 확인은 불가능했다.

이전에도 같은 일을 겪고 경찰의 제안은 내가 먼저 조심하고 피하라는 것이다. 그때도 출근시간을 바꾸고 우회경로로 해서 힘들게 집에 귀가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물리적인 위협을 받을 때까지 내가 조심하고 불안한 이 상태를 겪어야 하다니 너무나도 괴롭다. 신고를 하려면 한 번은 내 몸을 미끼로 던져 어떻게든 다쳐야 가능하다는 건지.....


게다가 이번 스토커는 같은 동네에 사는 데다가 직장도 같은 동네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나는 내가 오해하는 거라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혼자서 살핀다. 그러나 역시 어떻게든 영상이나 사진을 확보하여 주변에 물어보면 100% 스토킹이다. 아닐 거라며 믿고 싶은 건 나뿐이었다. 객관적 시선으로 보면 누가 봐도 이상하다. 

스토킹은 당하는 입장에서 내가 예민한 게 아닌가 오래 고민하고 살피다가 사달이 난다. 느낌이 싸하면 스스로의 예민성을 의심하지 말고 먼저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근처에 사람만 다가와도 움찔거리며 놀라는 요즘, 굉장히 무섭다. 조속히 스토킹 처벌법이 강화되면 좋겠다.

남편도 얼른 출장에서 돌아왔으면 좋겠다. 하필 이럴 때 없다니...




책 한 꼭지 읽었다고 하면 사람들이 한 꼭지가 어느 정도냐고 가끔 묻는다.

독서 한 꼭지의 양은 얼마인가?

이것은 대충 한 묶음 애매한 느낌이 아니라 정확한 분량이 딱 정해져 있다. 편집을 좀 알아야 하는데 4배수 기준이다. 우리가 보는 책은 양면 인쇄가 되어있는데, 인쇄를 위해 페이지네이션(터 잡기)이라는 위치 잡기를 한다. 앞뒤 양면으로 하리꼬미라는 조판을 하는데 이것이 4페이지 기준이다. 


즉 책 분량이 절대로 홀수가 나올 수가 없다는 것! 내용이 홀수에서 끝나면 마지막 페이지는 그냥 비어있는 형태로 완성될지언정 종이를 뺄 수는 없다.

이걸 쉽게 눈으로 보려면 실 제본으로 된 다이어리를 뜯어서 보면 되는데 1묶음으로 박음질된 것이 한 꼭지다. 그게 딱 4장을 하나로 묶어 꼭지로 박음질되어 있다. 그것이 여러 개 묶여 책등에 본드를 발라 연결한 뒤 책 한 권이 된다. 

물론 요새 단행본 책은 실 제본보다 떡 제본을 많이 쓴다. 

실 제본을 공부하고 싶으면 스타벅스 다이어리 한 개를 통째로 뜯어보면 된다. 다이어리는 아직도 실로 제본을 완성하는 경우가 많다.


1꼭지는 4장(8쪽)을 말한다. 

즉 208P의 책이라고 했을 때 장수로는 104장이고, 페이지는 208쪽이며, 꼭지는 26꼭지가 된다.

꼭지에서 장 수를 구할땐 4를 곱하고, 쪽을 구할땐 8을 곱하면 된다.


1 꼭지 = 4장(8쪽)

26 꼭지 = 104장(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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