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덤을 거절하는 절제와 품위
<공짜를 거절한다고 손해는 아닐..오히려 이익일지도?>
덤을 거절한다는 건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덤이라는 건 원래 내 소유 계획에서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게 없다고 해도 큰 손해는 아니다. 그걸 가져야 이익으로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사실 덤이라는 게 일확천금 같은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그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가벼운 것들이 덤이라는 이름으로 오갈 뿐이다.
덤은 받는다고 인생에 큰 이익이 되거나, 안 받는다고 삶이 흔들릴만한 대단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덤의 필요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서비스나 물건을 거절하면서 오히려 여유와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덤 하나 받는 걸로 뭐가 그렇게 깐깐하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상의 사소한 덤을 획득하는 것이 기본 성정으로 굳어질 때, 남들이 보기 불편한 상황을 자주 연출하게 된다.
한마디로 본인만 모르지 주변에서는 눈살을 찌푸릴 상황이 자주 생긴다는 것.
덤이 당연하게 되면, 살면서 늘 공짜를 바라고 지불가치 이상의 이익을 챙기기에 혈안이 된다.
지속된 덤이 오히려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덤은 주는 쪽에서 선택하는 일이며, 안 줘도 그만인데 습관적으로 요구하는 뻔뻔함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들은 덤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자주 잊는다.
우리는 살아가며 항상 본전 치기나 이익만을 얻을 수는 없다.
손해를 봐도 양보해야 할 때가 있으며, 남을 위해 내 몫을 포기해야 할 순간이 많다.
그러나 덤이 가치관으로 박힌 사람은 남을 생각해 볼 겨를이 없다. 그 순간 본인이 얼마나 탐욕적이고 질 떨어 보이는지 느끼지 못하고 그저 눈앞의 이익을 자기가 다 갖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단 하나의 손해도 허용하지 않기에 남을 배려하거나 양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어떻게든 덤을 획득해 만족스럽고 탐욕적인 미소로 승리의 브이를 그리며 자리를 떠난다.
염치조차 모두 증발한 인격이 되어간다.
사실 공짜나 덤이 없다고 억울해할 필요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과 물질은 그냥 1:1의 교환 등가를 누리는 것이 기본이다. 뭘 더 가지려고, 심지어 남의 것을 빼앗고 남에게 손해를 끼쳐서라도 본인의 작은 욕망을 충족해야 하는 것이 만연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더 불편을 끼친다.
덤을 거절하며 우아하고 담백한 성정을 유지하는 것이 인생을 길게 보며 더욱 현명한 처세라는 생각도 많이 한다.
그리고 정말 무엇이 필요하다면 덤이나 남의 것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당당하게 구입해서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들은 대체로 멀쩡하게 사회생활 하며 경제력을 갖고 있으니 그 소소한 것도 못 살만큼 찢어지게 가난하지가 않다.
사소한데 집착하여 자아를 하격으로 떨어트릴 필요가 전혀 없다.
회사에서 샘플이 가끔 남는다.
나는 가족도 남편 밖에 없고, 굳이 나보다는 사회 초년생 막내들이나 가족이 많은 사람들이 가지면 좋을 거 같아 늘 사양해오고 있다.
그런데 한 번은 내가 사양한 샘플을 대가족인 직원이나 막내가 아니라 혼자 사는 싱글후배가 독식하여 가지려는 것을 보고 전략을 바꿨다. 일단 내가 샘플을 받은 뒤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직접 전달하기로.
공짜 좋아하는 억척스러움이 중년 이상의 아줌마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직 젊은 싱글인이었다. 공짜와 이득 쟁취하기에 젖어있는 것은 나이 구분이 없다. (공짜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사건이었다.)
본인이 조금만 경계를 게을리해도 공짜 바라기, 남의 이득 빼앗기가 체득될 수 있다. 이들은 공짜는 모두 내꺼라는 인식이 정신에 너무 당연하게 박혀있어 자신을 검열할 객관성을 상실했다.
상사가 시키는 업무 메신저에는 답을 안 하지만 공짜나 나눔 공지에는 1등으로 지원 메시지를 보내는 선택적
답장을 실천하고 있다. 오죽하면 업무 요청 시 첫 문장을 '공짜~! 나눕니다.'로 작성할까도 생각해 봤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뭔가 덤으로 얻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나중에 그 빚을 갚아야 할 일이 있다.
일상에서 대체로 사소한 것들을 거절하는 습관을 기울이면 굳이 남의 것이 내 것처럼 보이지 않고 공짜를 못 얻었다고 억울하고 배 아플 일이 없다.
원래 내가 소유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담백하게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대체로 그 덤들은 내게 필요 없는 것들이다. 왜냐하면 정말 필요했으면 진작 돈을 주고 샀지 언제 얻어걸릴지 모를 횡재를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았을 것이니.
굳이 사소한 것에 불같이 눈 뜨고 이득을 챙기기 위해 온 정신을 곤두세우고 아등바등해서 얻어봐야 인생의 큰 관점에 있어서 유의미한 이익은 아니다.
그 악착같은 쟁취의 에너지를 다른 의미 있는 곳에 쓰는 편이 낫다.
나를 발전시키는 노력이나 더 나은 것을 공부하는 것에 그 힘을 쓰면 사소한 물건 쟁취와 공짜 바라기보다 더 중요한 "나 자신을 성장시키기라는 미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다지 필요 없는 물건 하나가 아니라 나에게 꼭 필요한 능력을 스스로 함양하는 것이 낫지 않나?
사소한데 힘 빼는 사람들 보며 참 안타깝다. 일을 그렇게 열정적으로 했다면 좋았을걸~
공짜를 바라며 바득바득 애쓰는 모습이 근검절약과는 다르게, 못나고 격이 떨어져 보이는 이유가 있다.
근검절약은 스스로를 절제하는 능동적인 움직임이라면, 공짜를 얻어내려는 행동은 나 자신을 수동으로 둔 채 타인을 압박하여 취하는 쟁취 혹은 착취다.
이건 능력을 바탕으로 경쟁하여 얻는 취득도 아니며 그냥 못난 자아를 그대로 노출하여 욕심부리는 흉한 모습의 전형일뿐이다.
공짜로 얻은걸 근검절약이라는 자기만족의 착각 속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또한 본인이 그 공짜 이득을 얻음으로써 누군가는 손해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요즘 배달음식 앱을 사용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공짜 서비스 요청은 도에 지나치단 생각이 자주 든다. 그들이 공짜 1개를 얻을 때 자영업자들은 손해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투자라고 합리화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공짜를 노린 사람들이 할 말은 아님. 마케팅을 하고 싶다면 판매자가 직접 선택해 행했을 것이다.
필요 없는 건 거절하고 덜어내는 삶.
덤을 거절해 보는 것으로 시작은 충분하다.
어린 시절 시장에서 악착같이 흥정하며 물건을 더 담아내는 어른들 모습들을 보며 나는 저렇게 늙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다행히 나는 그럼 중년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세일 상품 호객행위에 현혹되지 않고 내가 살 상품을 선택하고, 증정 상품도 거절하는 고지식한 사람이 되었을 뿐.
공짜와 품위는 양립하기가 힘들다.
품위는 양보와 덜어냄에서 비로소 시작되기 때문에.
내가 못 내려놨던 덤이 있었다.
그것은 기내식. 비싼 비행기 삯을 지불했으니 식사는 꼭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밥을 줄 때까지 눈을 부릅뜨고 식사를 챙겨 먹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그러나 그 생각을 바꿔준 것은 남편이다.
남편은 기내식을 잘 먹지 않는다. 배가 안고프면 기내식을 안 먹고, 수면이 필요하면 밥 보다 잠을 선택했다.
10시간 이상의 비행 중에 단 한 끼도 안 먹고 잠만 자기도 한다.
기내식을 다 챙겨 먹으려면 자다깸을 반복하며 속은 더부룩하게 계속 섭취를 해야 한다.
오히려 몸이 붓고 속은 불편하고 수면도 부족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깔끔하게 휴식을 선택한 남편은 속도 편하고 숙면으로 몸도 가볍게 도착할 수 있다.
물론 비행기 삯에 식대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꼭 기어이 무조건 챙겨 먹어야 이익이 아니다. 내 몸이 원하는 형태로 선택하는 것이 더 이익인 것이다. 기내식을 다 챙겨 먹으려면 피곤하다. 남편은 늘 하차할 때 가벼워 보인다.
불필요한 서비스를 거절하면서 오히려 여유와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마치 호캉스에서 모든 식사와 서비스를 제대로 즐기면 몹시 피곤한 것처럼 기내식을 악착같이 다 챙겨 먹으면 피곤하다.
아니 그러는 애가 프리퀀시를 그렇게 모아서 증정품을 받았냐?(남편의 말 ㅎㅎ)라고 하겠지만, 사실 모두 필요한 것이었다.
나는 최근 머리를 올렸다. 골프에 필요한 용품들이 아직 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
마침 이번 스타벅스 프리퀀시의 증정품은 어차피 모두 사려고 했던 것들이었다. 골프 칠 때 쓸 파우치, 우비, 우산. 모두 증정품으로 준비한 현실적인 골린이~ :)
이건 누굴 착취한 건 아니구요, 정당하게 커피 마셔서 얻은 스티커로 받은 획득품이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