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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꼴레오네 Jan 14. 2023

노래는 순간을 담아

꼴레오네의 수필집 #002

가끔 귀에 꽃히는 노래가 있다.

그럼 나는 그 노래를 주구장창 듣곤 한다.


좋은 노래가 나온다면, 며칠씩 그 노래를 틀어놓고 공부를 한다.

샤워할 때도 그 노래를 듣는다.

질리거나 혹은 새로운 노래를 발견할 때까지.


그러다보니 어떤 노래를 듣자면, 내가 그 노래를 한창 듣던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다.

그리고 좋은 건진 모르겠지만, 심지어 그 당시 나의 기분까지 재현이 된다.


노래란 마치 이런 것이다.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노래는 평범한 일상을 진주처럼 빛나게 한다"고 한다.


난 그 명대사의 의미를 재해석한다.

노래는 차마 글로도 풀어낼 수 없는, 마법과 같은 기억 효과를 준다.

그 노래를 듣고 있을 당시,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그 모든. 

덥거나 혹은 춥거나, 정신없거나 평온하거나, 행복하거나 우울하거나.

내 감정이 담긴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인 효과다.


좋은 감정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느꼈던 특별한 감정을 온전히 다시 느끼긴 어렵다.

그땐 그랫지 정도로 회상만 할 뿐이다.


하지만 그 당시 한창 듣던 노래가 있다면, 말은 달라진다.

비록 100% 온전히는 아닐지라도, 그 당시의 감정과 가장 흡사하게, 몸소 느낄 수 있게 된다.

노래가 주는 아주 특별하고 값진 효과라면, 난 지나간 시간의 감정을 돌이켜볼 수 있다는 것을 꼽고 싶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떠오른다.


남미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설레임 가득 안고 조용한 비행기 안에서 볼륨을 최대로 높인 채, 비행기 창밖을 바라보며 듣던 카밀라 카베요의 senorita.


대학교 졸업 후, 첫 취업을 하고서, 합격의 기쁨을 만끽하며 매섭게 불어오는 차가운 겨울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자취방 근처를 산책하던, 그 당시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던 Kygo의 firestone.


코딩을 죽어라 하다가, 잘 풀리지 않아 랩실에서 밤을 지세우다가, 편의점에서 카페인 음료를 잔뜩 사들고 왔을 때, 랩실 컴퓨터에 틀려져있던 marshmello의 alone.


중학생 때, 처음 짝사랑이란 것을 하면서 들었던 SG워너비의 해바라기.


초등학생 때, 집에 돌아왔는데 엄마가 없을 때, 엄마를 애타게 찾으며 전화를 했을 때, 그리고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았을 때, 그때 한없이 흘러가던 엄마의 컬러링 소리. 무섭고 불안한 마음과 함께 귓가에 울리던 윤도현의 사랑했나봐.


다들 그런 노래 하나 정도는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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