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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꼴레오네 Feb 23. 2024

오랜 집을 떠나며

꼴레오네의 수필집 #007

2009년부터 2023년이 다 지나갈 때까지 나는 한 집에서 정말 오랫토록 지냈다.

햇수로 15년이니 얼마나 많은 세월일까.

그 사이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내가 초, 중, 고, 대학교까지 모두 졸업을 했고, 

이제는 온전히 집을 떠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 집에가면 마음이 편하고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고향'이 주는 힘일까.


공간이 주는 많은 의미가 있다.

주거공간으로서 공간이 주는 의미는

내가 살아온 세월의 떼가 묻어있어 더욱 강렬한 추억을 남기는 듯하다.

내가 시험에 합격하거나 혹은 떨어지거나, 기분이 좋거나 좋지 않거나, 그 일이 일어난 장소는 제각각이지만, 결국 그 모든 이벤트가 끝나면 나는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모든 감정의 일부가 거주공간에 조금씩 스며든 것만 같다.


우리 가정이 조금 더 번듯하게 살 수 있던 일이 된 것 같다.

어쩌다 이 동네로 오게된 것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본인만의 집이 생긴다는 것은 주거비용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어느정도 심신의 안정이 보다 찾아올 수 있는 계기라 믿는다.

사람들이 그렇게 집 집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되거나, 갈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은

인생에서 불확실성을 하나 제거하는 일임이 틀림없다.


또다시 이사를 간다.

헌 집을 처분하고 새 집으로 간다는 것.

주소상 위치는 비슷하지만, 또 다른 도약으로 갈 수 있을까.

우리집에서 두 아이의 모든 교육이 끝났다면, 부모로서는 자녀를 독립시킨 이후의 삶을 그릴 수 있을 것이며, 자녀인 내 입장에서도 독립 이후에 방문할 수 있는 친근한 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방을 하나씩 내어주어야할 의무도 사라졌으니 방의 용도도 바꿀 수 있을 것이며, 오래된 가전을 처분하고 새마음으로 가전도 바꾸고 가구도 바꾸면서 새 출발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삶의 감정들이 이곳에 하나 둘 묻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오랜 집을 떠나니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든다.

시원섭섭한 마음일지도 모른다.

십 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들 하는데, 

그 십년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서 스마트폰이 접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감정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십오년 간의 추억은 오늘로 한 번 정리된다.

오래된 물을 비우고 물통을 깨끗히 닦아내고 새로운 물을 받아내듯.


오늘부터 새로운 추억과 감정을 담아낼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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