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출입문이 열립니다, 푸슈-)
단칸방, 3.3제곱미터의 감옥. 홀아비 내를 모른 채 살았다.
들어올 때는 기억의 죄수, 나갈 때는 돈의 간수였다.
나는 독수공방 했다.
신림역 4번 출구, 지옥철은 서울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였다.
팔꿈치를 접고 한쪽 다리를 욱여넣는다.
신음소리와 같은 마찰, 열차의 도착 알람보다 크게 들렸다.
누군가 꽉 밟은 내 발등에서는 불이 났다.
슬쩍 본 아래엔 끈이 풀려 있었다.
손잡이를 찾아 허공에 손을 휘적거렸다.
닿을 듯 말 듯 인파에 가려져, 앞사람의 젖은 머리가 닿았다.
이럴 때면, 저 손잡이가 그날 같다.
잡지 못하는 기억의 손잡이.
당겨질 것 같은 닫힌 커튼, 그 막이 열리면,
당신이 날 보고, 그 우유 같은 고소한 웃음을 또 보여줄 텐데...
그날 내가 새벽에 배달을 안 갔더라면 어땠을까.
은퇴를 하고, 퇴직금을 털어서 주식에 손을 대고,
매일 소주병을 잡아, 평생의 한을 다시 털어냈었다.
그리고 시작한 두 가지 일.
신문사의 신문을 쌓았다.
노끈으로 신문을 묶어, 주머니 속 낡은 라이터로 끈을 녹여 끊는다.
불이 붙어 매캐한 검은 그을음이 코를 찔렀다.
몇 백 개를 만들어, 키보다 높게 쌓아뒀다.
한 블록 앞에 있는 우유 대리점.
스쿠터 뒤에 달린 네모난 상자에 우유를 가득 담는다.
익숙한 동네에 아침 선물을 배달하며 일과를 마치곤 했다.
해가 뜨기 전, 현관을 열면 맞이해 주던 그 사람.
챙겨 온 우유를 까서 손에 꽉 쥐어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마시기를 권유했었다.
마지못해 꿀꺽, 입술에 동그랗게 엔젤링을 만들었었다.
소매로 스윽 닦아주면, 입을 꼭 닫고,
고소한 바람소리가 나는 웃음을 들려줬었다.
그날은 어째서인지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신발은 현관에 있고,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불러봐도, 소리쳐도, 내 목소리만 떠돌다 사라졌다.
거실 옆의 문이 하나, 화장실이 하나, 모두 닫혀 있었다.
두리번거리며 문들을 살폈다.
바싹 마른 입술을 깨물며, 문을 차례대로 열었다.
방은, 일 나가기 전의 온기가 사라져 있었다.
두 손으로 화장실의 문고리와 시간을 거꾸로 돌렸다.
희미한 온기.
시간을 잘못 만져서, 모든 게 멈춰버렸다.
그래서 나는, 감옥에 나를 가뒀다.
(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
승강장에 내려, 신문 가판대 옆 벤치에 앉았다.
밟혀서 불탄 자국처럼 새카맣게 변해버린 끈.
허리를 숙여 묶고 있는데, 운동화 위로 맑은 우유가 떨어지고 있었다.
신문처럼 기억되고, 노끈처럼 끊어버리기.
그런데, 끊은 담배 때문에 라이터를 버렸다.
승강장에는 다른 열차가 들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