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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나무 Oct 27. 2023

가을은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사방, 물드는 가을입니다.

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이고

마음에도 여백이 생깁니다.

이 가을 내내 행복한 걸음이 되기를,

어느 곳이든, 기도부터 드리게 되네요.


가을은


늙어가는 날에도

죽일 놈의 고독이 막 밀려든다는,

언니의 문자가 도착했다

전염병도 아니고

죽일 놈의 우울이 비처럼 쏟아졌다


도시에 물드는 가을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좀처럼 소화되지 않는 가을이다

도대체 왜? 라든가

어째서 라는 질문을 물수제비 뜨듯

남빛 하늘에 던져보지만

시침 뚝, 대꾸 없는 하늘이다


그 많던,

삶을 충만케 하던 몰입의 대상은 다 어디로 가고

무미한 하루를 이렇게 게워내고 있는 것일까?


아, 인생도 가을

계절도 가을에 도달한 것이다

유순한 햇빛에 속살까지 내비치는 나뭇잎도

내 노란빛 감도는 연둣빛 몸 내음도

짙푸름 걷어내고 고요해지려

이리 어지러운 것이다


멀리, 한 무리의 세떼들 곡선을 긋는다

그 길의 끝에

파도, 하얗게 부서지는 바다가 이어져 있을지도


가야겠다 그 가을의 바다로

홀로, 남빛 바다에 배 띄우고

처절하게 고독해져야겠다


가을이란, 그런 계절이 아니겠는가?

남은 독기 다 걷어내고

투명해지도록 말갛게 울음 울어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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