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물끄러미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선 나무를 보았다
물 위를 뛰노는 철없는 아이와
마른 젖꼭지를 물리려는 어미
속 없는 바람이 울음을 토해낸다
그 길목을 지키고 선 나무
바람이 드나들고 지친 햇빛도 쉬어 갈 사이
맞설 수 없는 시간 앞에 이별은
새처럼 날아들었을 것이다
고요가 잠식한 숲
나뒹구는 푸르렀던 무수한 죽음과
이리저리 헤집다 떠난 삶의 잔해가
숨죽여 슬픔을 말린다
죽음으로 이어진 생이었기에
그 찬란한 봄의 환희가
뜨겁던 여름날의 열기가
처절하게
그리도 아름다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한낮의 무료는 낮 달로 떠오르고
마침, 쉼이 필요한 시간
어둠 짙어지며 제 빛을 찾아갈 저 달처럼
이 겨울 지나면, 살아질 이유 짙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