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나무 Nov 27. 2023

나무

물가에 물끄러미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선 나무를 보았다

물 위를 뛰노는 철없는 아이와

마른 젖꼭지를 물리려는 어미

속 없는 바람이 울음을 토해낸다


그 길목을 지키고 선 나무

바람이 드나들고 지친 햇빛도 쉬어 갈 사이 

맞설 수 없는 시간 앞에 이별은 

새처럼 날아들었을 것이다


고요가 잠식한 숲

나뒹구는 푸르렀던 무수한 죽음과

이리저리 헤집다 떠난 삶의 잔해가

숨죽여 슬픔을 말린다


죽음으로 이어진 생이었기에

그 찬란한 봄의 환희가

뜨겁던 여름날의 열기가 

처절하게 

그리도 아름다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한낮의 무료는 낮 달로 떠오르고

마침, 쉼이 필요한 시간

어둠 짙어지며 제 빛을 찾아갈 저 달처럼

이 겨울 지나면, 살아질 이유 짙어질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가을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