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는 겨울이 우기다. 남섬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도 하고 눈도 내리지만, 내가 사는 웰링턴은 그런 일이 거의 없다.
여름에도 기온이 한국처럼 높지는 않지만 대신 햇살이 매우 따갑다. 해를 막아주는 오존층이 없어서다. 그래서 선크림을 꼭 발라야지 안 그러면 화상을 입거나 그런 일이 자주 반복되면 피부암에 걸리기도 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점지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몇몇 있다. '점지도'가 뭐냐 하면 몸에 있는 점들을 사진으로 찍어 남겨놓고 주기적으로 점이 더 생기지는 않았는지 있던 점의 모양이 바뀌지는 않았는지 보는 것이다. 그렇게 피부암을 초기에 잡아내려 노력한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볼 때도 마찬가지다. 뉴질랜드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땅바닥에서 많이 놀고 모래사장에서 놀다가 모래를 주워 먹어도 아무도 호들갑 떨지 않는다. 그렇지만 여름에 밖에 나갈 때면 꼭 선크림을 덧바르고 모자를 씌운다. 해가 뜨거운 날에는 미끄럼틀에서 노는 것도 금지다. 뜨겁게 달궈진 미끄럼틀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는 뜨겁지만 그늘로 들어가면 아주 시원하다. 닭살이 돋을 정도다. 공기 중에 수분이 별로 없어서 높은 기온에도 꿉꿉하지 않다.
하지만 겨울에는 비가 자주 와서 으슬으슬 춥다. 그래도 올해는 추위가 며칠씩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엘니뇨 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내가 뉴질랜드에 온 십여 년 전보다 날씨가 푹해진 것 같기도 해서 친구에게 내가 적응을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진짜 기온이 오른 건지 모르겠다고 하니, 친구도 맞장구를 치며 확실히 날씨가 더 따뜻해졌다고 결론을 내려 주었다.
아무리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가 아니어도 추운 날씨에 비가 오고 바람까지 불면 몸이 저절로 부르르 떨린다. 나는 추위를 너무 많이 타서 '추워 추워'를 입에 달고 살지만 그래도 요즘에는 비가 오면 '나무가 좋아하겠네' 하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은 많이 덥다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고 하던데, 여기는 추워서 꽁꽁 매고 있으니 참 재미있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즐기며 살 수 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