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가려는데 아침을 먹으며 아이패드로 뉴스를 보던 남편이 말했다. 모바일 디바이스들이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했다. 이유는 뉴스 페이지에 뜨는 스크린 방충망 광고였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우린 스크린 방충망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햇빛이 내리쬐는 날은
집이 너무 뜨거워졌고 작년 9월에 이사와 이 집에서 처음 맞은 여름에 더워서 고생한 기억이 났다. 고양이들이 탈출할까 봐 문이나 창문을 열지 못해서 더욱 난감했다.
그래서 올해에는 여름이 오기 전에 정원으로 나가는 유리 미닫이문에 스크린 방충망을 달아볼까 하고 얘기를 했었다. 그날 밤, 나는 인터넷에서 어떤 제품이 있는지 검색했었다.
“검색했으니까 알고 광고가 나오지.”
“안 했는데?”
“진짜? 그럼 어떻게 알고? “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니까.”
“우리가 가족으로 묶여있어서 그런 거 아냐?”
“아니야, 듣고 있어. 핸드폰 옆에 두고 크록스 이야기를
계속해봐. 아마 곧 크록스 광고가 나올걸. “
흠… 진짜 그럴까…?
남편은 나보다 훨씬 과학적 증거를 믿는 사람이다. 나는 음모론이나 자연요법 같은 것도 내가 믿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은 믿을 수 있고 그래서 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은 적이 있지 않냐고 따졌다. 과학자들이 증거를 발견한 후에야 인류는 지구가 둥글다는 걸 알았다 (물론 지구가 평평하다고 끝까지 주장한 이들은 종교인들이고 그들이 과학자들을 핍박하기도 했지만).
아무튼 그런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말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한 편으론 소름이 돋았다. 내가 항상 지니고 다니며 내 온갖 정보가 들어가 있는 핸드폰이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어이가 없지만 아예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니라서.
그럼, 이제 남은 건 한 가지뿐인가. 크록스에 대해 떠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