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겨울
어느새, 7월이다.
브런치에서 보내오는 알람을 보고도 못 본 척 지나치며 사 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을 살았지만 좋은 습관을 만들며 더 나은 미래로 다가가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루틴이 되지 못한 나의 습관과 목표에 다가가는 듯하다가 그 자리에 멈춰버린 나의 노력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스르륵,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렇게 밀려든 자괴감에 잠식되고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을 시전하며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시간이 흐르다 한 주가 두 주 되고, 두 주가 세 주 되고, 이제는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지경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여름이, 겨울이 찾아왔다. 한국에서는 매일매일이 더위 소식이고 여기, 뉴질랜드에서는 매일매일이 추위 소식이다. 그래봤자 영하로는 내려가지 않는 날씨지만 그래도 춥다. 낮은 기온에 비까지 내릴 때면 몸이 자연스레 부르르 떨리곤 한다.
그런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 동지를 지나 해가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여전히 춥지만 해가 나고 파란 하늘이 보이고 새들이 지저귀는 날이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슬럼프였는지, 번아웃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한 번씩 찾아오는 우울감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비 온 후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듯, 아직은 질척거리는 땅이지만 조금은 마른 가장자리로 살금살금 걸어 나가 더 단단해진 땅으로 한 걸음 내디뎌봐야겠다.
한국은 이제 다들 휴가를 떠나는 계절인데, 여긴 10월 말까지 공휴일도 없다. 그래도 다시 루틴을 만들기엔 아주 좋은 조건.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