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의 방향성 정하기 (2)
잠시 요가를 배웠던 적이 있다. 지금은 이사를 와서 그만뒀지만, 당시에는 꽤나 열심히 요가를 다녔다. 일과 공부의 병행 때문에 만성적으로 갖고 있던 허리 통증이 요가 수업 한 두 차례로도 꽤나 호전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이 끝난 후 저녁 수업을 나갔을 때였다. 나는 꽤나 뻣뻣했기 때문에 뒤쪽에 앉는 것을 선호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앞자린 항상 마지막까지 비어있었다.
수업이 시작하기 5분 전, 한 여성이 내 앞에 깔린 매트에 앉았다. 그것도 청바지를 입고서.
아마도 회사가 끝나고 바로 왔으리라. 수업 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이었고, 옷 갈아입을 시간이 없어서 출근복장 그대로 왔을 것이다. 편한 요가복 없이는 동작을 따라 하기 힘들 텐데도 청바지를 입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었다.
그리고 한 시간 동안 요가를 하면서 내내 그 여성은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동작을 따라 했고, 심지어 요가복 풀셋을 입은 나보다도 더욱 즐겁게 요가를 하고 있었다. 불편한 옷을 입었음에도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던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는 꽤나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그것을 잘 해내기 위해서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 가령 시간이라든가 환경 등이다. 운동을 하기 위해선 운동복을 갖추고 시설이 좋은 헬스장을 등록한다거나, 공부를 위해서 책상 위를 깨끗하게 청소한다거나, 요리를 하기 위해서 평소에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던 값비싼 조리도구를 갖춘다거나 하는 상황 말이다. 모든 것을 갖추고 나서야 비로소 행동을 한다. 혹은 갖추기만 하고 끝내는 상황을 많이 봤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에도 조건과 상황을 모두 고려할까?
마치 청바지를 입고 요가를 했던 그와 같이 정말로 원하는 게 있었다면, 내가 청바지를 입고 있던 슬랙스를 입고 있던 요가 수업에 가지 않았을까? 하지만 일이 늦게 끝나는 날에는 옷 갈아입을 시간이 없어서 수업을 포기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내게 요가는 딱 그 정도였던 게 아닐까?
결국 모든 상황이 완벽해진 후에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도 같다.
완벽한 상황이란 없다. 당장 내일 아침 달리기를 한다고 결심을 했을 때, 비가 온다면 '내일 하지 뭐' 하는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비가 오는 상황을 대비해서 미리 헬스장을 등록한다거나, 아니면 가랑비 벗 삼아 뛰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해낼 수 있다. 모든 상황을 고려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말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혹은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인지 고려하는 것이다.
몇 번을 고려하고도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 일 외의 다른 조건이나 상황에 대해선 생각하지 말자.
자신이 생각하는 한계 안에 나를 가두지 말자. 될까?라는 생각으론 결국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그 한계에 갇혀서 도전해보지도 않고 포기한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 지를 생각해보자. 그러니 우리 우선 된다고 생각하자. 목표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오는 상황은 잠시 미뤄두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믿자.
청바지를 입고 요가를 하는 사람도 있다. 퇴근 후 정말 요가가 하고 싶으니 청바지를 전혀 개의치 않은 거다. 우리도 잘 생각해보자.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청바지를 입었다고 그것을 주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사실 청바지를 입어도 할만한데, 핑계만 대고 있는 건 아닌지.
결국 무언가를 바꾸는 첫 단계는 내가 그렇게 되도록 선택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청바지를 입었더라도 요가 수업에 나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