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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지안 Aug 27. 2020

좋은 이별을 하는 방법

폭로하지 않고 위로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이별'이라는 표현을 쓸 때는, 우리의 마음이 움직인 대상과의 헤어짐을 뜻한다. 마음은 전진하는 것도 후진하는 것도 많은 힘이 든다. 전진보다는 후진이 훨씬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전진만 하던 우리의 마음이 후진으로 변속하는 것, 한때는 '특별했던' 존재와 헤어지는 것을 '이별'이라고 부른다.


지금은 아니라 할지라도, 한때 특별했던 존재와의 좋은 이별과 나쁜 이별은 어떻게 다른 걸까?


나쁜 이별은 대체로 '폭로'라는 통로를 거쳐 불행으로 나를 데려간다.


1) 독백 폭로

헤어진 대상에 대한 작게는 서운함, 크게는 분노가 튀어나와 그 대상이 '얼마나 최악인가'에 대해 혼자 워드 파일을 열어 일기를 쓰거나 방언이 터지듯 중얼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혼자서 쏟아내면 후련한 마음이 들면서 나아진 듯 하지만, 이내 깊은 슬픔으로 빠져들게 된다.


2) 사적 폭로

혼자서 쏟아내는 것만으로는 후련하지 않아서 주위 사람들에게 그가 나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에 대해 폭로한다. '우리'의 이야기를 잘 모르는 제3자의 가시 돋친 말에 2차 상처를 입는다. 또 열심히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친구가 있더라도, 결국 나의 깊은 상처가 그 친구에게는 큰 관심 없는 '남의 일'이라는 것이 세포 하나하나 느껴지면서 더 큰 상실감과 외로움이 밀려온다.


3) 공적 폭로

온라인 공간을 비롯하여 공공연하게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그와 나의 관계 속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알린다. 가슴 아프게도 세상은 '무조건 내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상처부위에 소금을 뿌려대는 세상에 맞서며 겪는 고통은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우리의 회복을 더디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를 자꾸만 살면서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치욕으로 끌고 들어간다.


좋은 이별은 대체로 '위로'라는 통로를 거쳐 성장으로 나를 데려간다.


1) 나에게 위로를

'이별'이라는 것은 어쨌든 관계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관계가 끝났다는 것은 끝날 이유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관계라는 것은 한 면은 사랑, 한 면은 상처가 새겨진 동전 같은 것이다. 사랑과 상처는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붙어 다니기 때문이다. 이별은 사랑이 새겨진 한 면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경험이다. 갑자기 양면이었던 동전이 상처만 남은 단면이 된다. 야속하게도 사랑은 즉시 사라지지만, 상처는 동전이 닳고 닳아 무뎌지는 야속한 시간을 견뎌야만 조금씩 희미해진다.


'헤어질 이유가 충분했는데, 그동안 인연을 붙들고 있느라 내가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

'헤어질 이유가 충분했는데, 나는 그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 두려웠구나.'

'헤어질 이유가 충분했는데, 어떻게든 이어 붙이려고 발버둥 치느라  정말 애썼다.'


사랑이라는 글자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비어있는 동전의 면을 보며 말한다.

'이제 다 끝났구나. 잘 가, 그동안 고마웠어.'


2) 그에게 위로를

'헤어짐'이라는 것은 어쨌든 양쪽 모두에게 상실을 의미한다. 상실을 경험하는 것은 어느 쪽이든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상실이라는 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다른 두 개의 추를 저울에 올려놓았다가, 그중 하나의 추를 갑자기 저울에서 내리는 것이다. 우리는 대개 상실을 경험하지 않으려고 두 개의 추가 어떻게든 밸런스를 맞추도록 애쓴다. 두 개의 추 중에서 어떤 것이 더 무거웠는지는 전혀 상관없이 한쪽의 추를 저울에서 내려놓으면 남은 추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가벼운 추를 내리든, 무거운 추를 내리든 남은 추는 주저앉는다.


'헤어질 이유가 충분했는데, 그동안 그 인연을 붙들고 있느라 그도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

'헤어질 이유가 충분했는데, 그도 그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 두려웠구나.'

'헤어질 이유가 충분했는데, 어떻게든 이어 붙이려고 발버둥 치느라 그도 정말 애썼다.'


때로는 한 없이 무겁고, 때로는 한 없이 가벼웠던 사랑이라는 추를 바라보며 말한다.

'이제 다 끝났구나. 잘 가, 그동안 고마웠어.'


3) 우리에게 위로를

관계의 동전은 '우리'가 각자 하나씩 가지고 있다. 나도 하나, 그도 하나. 내 동전의 한쪽 면의 '사랑'이라는 글자가 지워졌듯이 그가 가진 동전의 한쪽 면도 똑같이 지워졌다. 나도 그도 똑같이 '상처'라는 글자가 새겨진 나머지 한쪽 면이 시간이 지나 희미해지기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헤어질 이유가 충분했는데, 그동안 그 인연을 붙들고 있느라 우리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

'헤어질 이유가 충분했는데, 우리가 그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 두려웠구나.'

'헤어질 이유가 충분했는데, 어떻게든 이어 붙이려고 발버둥 치느라 우리 정말 애썼다.'


사랑이라는 글자가 순식간에 사라진, 한쪽 면이 비어있는 두 개의 동전을 보며 말한다.

'이제 정말 다 끝났구나. 잘 가, 그동안 고마웠어.'


폭로하지 않고 위로하는 이별을 선택한 많은 '나'와 '그'와 '우리'에게 경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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