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경 선생의 <오주연문장전산고> 읽다가
만물편○초목류 /과종/금려기의남변증설
이규경 선생은 어려서부터 사물의 쓰임을 이해하려면 그 이름부터 알아야 한다는 모친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이는 평생 동안 선생이 학문하는 자세였습니다. 이러한 학문을 명물도수학(名物度數學)이라 합니다. 『오주연문장산고』 각 편은 흔히 사물의 이름을 변증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합니다. 이는 선생의 어머니가 가르친 학문 방법입니다. 「금려기의남변증설(錦荔芰宜男辨證說)」을 보겠습니다. 학문을 하는 분들이 유념해 볼 선생 어머니의 말씀입니다.
내가 어렸을 때 꽈리를 얻어먹으며 어머니 곁에서 놀았다. 어머니는 나를 돌아보고 훈계의 말씀을 하셨다. “네가 이 식물을 먹는다만 이것의 이름을 아니 모르니? 이름을 안다면 그것의 효능을 알지 못하지는 않겠지. 이것의 이름은 금려기(錦荔芰,꽈리)란다. 이것의 효능은 아들을 많이 낳으라는 의미이지. 그래 부인네들이 자식이 없으면 많이 맛보았단다. 비단 유독 원추리 효능만 아들을 많이 낳는다는 게 아니란다. 그리고 또한 엣 책을 보거라. 그렇지 않으면 어린아이가 어찌 알겠느냐.”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일이나 아직도 귓전에 두고 명심하고 있다.
그러고는 선생은 중국 서적을 인용하여 장황할 정도로 설명을 해놓았습니다. 『시경』, 『영남잡기』, 『십죽재화보』, 『군방보』 등의 서적에서 꽈리에 대한 부분을 찾아와 기록해두었습니다. 아래는 『군방보(群芳譜)』 기록 내용입니다.
양승암(楊升痷)이 지은 『단연총록(丹鉛總錄)에는 홍고랑(紅姑娘)이라하였다. 본래 고대의 궁전 계단 사이에 많이 자란다. 지금은 산장초(酸漿草)라 부르며 고깔 같은 주머니가 있는데 가운데에는 커다란 구슬처럼 씨가 달렸다. 열매는 파랗다가 익으면 붉어지며 맛은 달고 시다. 계집아이들이 안에 있는 씨를 빼내고는 입에 불고 공기를 넣어 공처럼 부풀어 오르게 하여 이로 누르면 삑삑 소리를 내며 논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명으로 ‘고아리(古兒里,꽈리)’라 부른다.
이러한 명물도수학이 바로 자연을 관찰하여 그 시원과 지류를 밝히고 그것이 우리 삶의 지혜로 이어지게 하는 ‘관물찰리(觀物察理)’의 정신입니다. 이러한 학문자세는 언어와 문자를 중시하는 자세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이러한 문자학을 중시하는 자세는 조부와 부친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학문적 자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