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청과 닭
총명한 대통령이 선출되어 대한민국의 '엘리트 카르텔'을 바꾸었으면 한다.
대한민국은 '엘리트(정확히 말하면 암기 위주 교육의 수혜자이거나 부모로부터 잉여재산과 권력을 물려받은 기득권층)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다. 대학은 물론이고 직장까지도 그렇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방면에 그 촉수를 드리운 구조는 굳건하게 유지된다. 세계적으로 이렇게 승자 독식이 지독한 나라도 드물다. 민주주의 국민으로서 기본권을 강탈 당한 야만적인 불평등 사회이다.
상위 10%와 하위 50% 경제력 차이가 무려 52배(Oxfam 조사)나 된다. oecd 국가 중 8년째 최저출산 국가, 18년째 자살률 1위도 여기서 기인한다.
가끔씩 TV토론에 패널로 나오는 잘난 이들의 말을 듣자면 코가 막힌다. 오로지 제 말만 맞다고 우기니 안하무인이 따로 없다. 그이의 말대로라면 세상에 알지 못하는 지식이 없고 못할 일이 없다. 천재도 그런 천재가 없다. 그래, 이런 생각을 해본다.
“해동청에게 새벽을 알리는 일을 맡긴다면 곧 늙은 닭만도 못하옵고, 한혈구에게 쥐 잡는 일이나 시킨다면 곧 늙은 고양이만도 못하옵니다(海東靑 使之司晨 則曾老鷄之不若矣 汗血駒 使之捕鼠 則曾老猫之不若矣).”
이 말은 토정(土亭) 이지함(李之菡, 1517~1578)이 57세 때 처음 포천 현감(抱川縣監)으로서 올린 〈만언소(萬言疏)〉라는 상소에 보인다.
‘해동청’은 매의 옛 이름이다. 해청(海靑)·해동청 골(海東靑鶻)이라고도 하며《재물보》에서는 해동청을 ‘숑골매’라 하여 랴오둥(遼東)에서 나며 청색이라 하였고, 《물보》에서는 해청을 ‘거문나치’라 하였다. 해동청은 날아오르는 힘이 강하며, 사냥감을 발견하면 공중에서 날개를 접고 급강하하여 다리로 차서 떨어뜨린 다음 잡는 용맹한 새다.
‘한혈구’는 천리마의 일종으로 명마(名馬) 이름이다. 《사기 권123 대완열전》에는 “본래 한대(漢代)에 서역(西域)에서 산출되던 명마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으나, 후대로 내려오면서 천리마(千里馬) 또는 준마(駿馬)의 대명사로 쓰였다”라고 되어 있다. 땀이 어깻죽지에서 피처럼 나므로 한혈(汗血)이라 부른다.
제 아무리 해동청이라도 새벽을 알리는 덴 늙은 닭보다 못한 것이요, 천리마라 한들 늙은 고양이보다 쥐를 잘 잡을 턱이 없다.
그래, ‘각기소장(各其所長)’이니 ‘각자무치(角者無齒)’란 말이 있다. ‘각기소장’이란 저마다 지니고 있는 장기(長技)가 있다는 말이요, ‘각자무치’란 뿔이 있는 짐승은 이가 없다는 뜻이다. 즉,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재주나 복을 다 가질 수 없다는 말’이다.
정조로부터 패관체를 쓴다 하여 배척을 당했던 비운의 작가 이옥(李鈺, 1760∼1812)은 <북관기야곡론北關妓夜哭論>에 이러한 글을 남겼다.
“누가 알았겠는가. 남들이 능하지 못한 것에 능한 자가 되려 남들이 능한 것에 능하지 못하고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자가 홀로 남들이 가진 것을 가지지 못함을(誰知? 能人之所未能者, 反不能人之所能, 有人之所無有者, 獨不有人之所有).”
사람이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모두 한 가지 재주가 있으면 다른 쪽은 영판 힘을 못 쓰는 법이다. 중국의 미인 서시(西施)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월나라 여인인 서시는 오나라 역사를 한 줌의 재로 만들 정도의 뛰어난 미모였지만 불치의 가슴앓이 병을 앓았다. ‘아름다운 서시에게도 추함이 있다’는 ‘서시유소추(西施有所醜)’란, 그래 현인에게도 단점이 있음을 비유해 종종 쓰이기도 한다.
‘목불능양시이명(目不能兩視而明), 이불능양청이총(耳不能兩聽而聰)이란 말도 있다. 뜻을 새기자면 ‘눈은 두 가지 사물을 동시에 밝게 볼 수 없어 밝게 보는 것이며, 귀는 두 가지 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 없어 총명하게 듣는다’는 의미다. 뒷 글자를 합하여 ‘총명(聰明)’이란 두 글자에 대한 설명은 저토록 한쪽을 보지 못하는 모자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20대 대선에서 총명한 대통령이 선출되어 대한민국의 '엘리트 카르텔'을 바꾸었으면 한다. 누구나 각기소장을 발현하여 이 땅에서 인간다운 존엄한 삶을 영위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