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들어온 게 몇개월만인가.
7월이 지나고 있는데, 브런치 소식은 1월에 머물러 있다.
그냥 건너 뛸까도 싶지만,
사진을 골라 저장해둔 임시저장글이 남아있기에, 제주살이을 회상할 겸 간단하게나마 메모를 남긴다.
1월 말에 세영이가 놀러왔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친구라 함께하는 동안 정말 맛있는 것만 먹었다.
하연이나 세영이 취향상 '신의한모'를 빠뜨릴 수 없지.
거의 우리 사무실 수준이었던 '에스프레소라운지'도 함께 갔다. 사무실이기에 대화보단 각자 일에 집중했던 시간.
'밥먹고-카페가고-디저트먹고-밥먹고'가 이번 우리 여행의 사이클이었다.(꼭 이번만 그런건 아니잖아!!)
'울트라마린'에 찾아갔으나, 닫는 날이었다. 그래도 바다 풍경이 예뻐 한동안 머물렀다.
'울트라마린'을 뒤로하고 찾아간 곳은 '카페닐스'. 카페에 도착하기 전 동네 풍경에 이미 행복했다.
아담한 카페. 예쁘지만 생활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겠지. 로망은 로망으로 남겨두자.
카페의 공간 좋았지만, 유난히 볕이 잘드는 시간에 머물렀기에 더욱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역시 여행의 감정에는 날씨가 주는 영향력이 50%는 훌쩍 넘는 것 같다.
빠질 수 없는 '양가형제'. 사장님은 래퍼 베이식을 닮았다.
크. 여럿이 가니 종류별로 맛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일몰을 보러 이동했는데, 날씨가 바뀌어 흐린 하늘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보던 하늘보단 훨씬 예뻤지.
일몰보고 신난 아이들.
그냥 집으로 돌아가긴 아쉬워 근처 작은 책방을 찾았다. 늦게 도착해서 사실 마감시간이 지나있었는데, 사장님이 들어와도 된다고 해서 구경하다 책 몇권을 샀다.
맥주와 함께 야식으로 즐길 안주를 사러 시장에 들렀다. 딱새우회는 이때 처음 먹었는데, 안주로 먹기에는 가성비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
몇년 만에 다시 찾은 논짓물. 해안가에서 바라본 풍경이, 프랑스 자동차 여행 중에 만난 소도시 풍경과 닮았다. 노르망디 지역 해안가에 위치한 소도시들. 뭔가 느릿하고 여유있는 느낌.
걷고 싶은대로 걷다보니 하연, 세영과는 제법 멀어졌다. 저 멀리 손흔드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역시 '깝지수'가 높은 아이들.
맛있는 곳은 계속 찾아다녔다. 비주얼상으로는 후순위지만 열무국수가 제일 내 취향.
이상한 사진들. 저기 유하연씨는 무슨 표정이었던 걸까. 오른쪽 사진은 '서울촌놈 정세영' 정도의 분위기려나.
제주에서 만난 강남.
이후로도 몇번 찾아갔던 '겹겹의 의도' 저 그림책을 나중에 찾아봐야지 하고 잊고 있었네.
너무 달아보여서 시도하기 힘들었던 머핀. 다른 빵은 맛있었다.
둘레길에 있는 카페 중 뷰가 좋은 '뷰크레스트'. 두번째 사진은 무슨 연행하는 분위기.
카페에 짐을 두고, 둘레길 따라 잠깐 걸었다. 아직 유채꽃 철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남쪽이라 제법 꽃이 있었던 건가.
날이 좋은 날 일몰 시간대 풍경은 사람을 설레이게 마법같다.
어렸을 땐, 이런 해안절벽이 멋있는 줄 몰랐던 거 같은데, 요즘은 저런 절벽의 질감이 너무 멋있다.
돌아가는 길에 만난 댕댕이. 하연이랑 세영이는 엄청 신이 났다.
세영이가 돌아가고, 몇 일뒤 산방산 근처 사계리를 찾았다. 농협건물을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는 '사계생활'이 오늘 목적지.
ATM기가 있던 구조물이나 은행 번호표를 살린 인테리어가 재미있었다.
내부에 이런저런 재미있는 공간들. 한쪽면에는 제주관련 굿즈와 책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책 중에는 동네 중심으로 로컬을 다루는 잡지 <아는동네>도 있었다. 예전에 취향관에서 <아는동네> 에디터님의 이야기를 듣고 흥미롭게 여기고 있었는데 여기서 보니 반가웠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아는동네>랑 같이 일하게 될 줄은 몰랐지...
제주살이의 가장 큰 계기는 아트페어 '아트제주' 촬영일을 맡게 된 일이다. 오랜만에 일을 연결해준 서영이와 같이 일하고 이웃사촌이 된 잔님이 함께 모였다. 모임 장소는 서영이 영역인 중문. 제주살이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중문에 와본 건데, 동남아시아의 해변 도시 같은 분위기와 풍경이 신기했다.
전망 좋은 펍에서 바라본 중문 해변. rx100m6로 찍은 사진 중 유난히 맘에 드는 사진.
저녁을 먹으로 '사우스 바운더'라는 펍으로 이동했다. 가게 옆에는 댕댕이 두마리의 집이 있었다. 사람을 엄청 반기는 녀석들이라 하연이나 잔님이나 신나서 한참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사진은 놀아달라고 무슨 노끈 같은 걸 물고 우리를 바라보는 모습인데, 넘나 커엽.
실내 분위기도 괜찮은 곳이었고, 치킨이 넘나 맛있어서 이후로도 2번은 더 간 거 같다. 제주살이 하던 숙소에선 제법 먼 거리였기에 2번을 더 갔으면 엄청 특별한 경우.
1월은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래저래 일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일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몇 차례 미팅이 필요했다. 겸사겸사 여러 미팅을 몇 일동안 몰아 잡고, 서울로 향했다.
일만하다 돌아오기엔 아쉬웠는데, 마침 애정하는 밴드 'Superorganism'의 내한 공연과 타이밍이 맞아 떨어졌다. 오랜만에 즐기는 공연인데다가, 다른 도시에 머물다 보러온 공연이라 그런지 옛날 생각이 났다. 대학시절 'GMF'를 즐기러 서울을 향할 때의 감정.
빡센 월드투어 일정으로 보컬 오로노의 컨디션이 매우 안좋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공연시작도 예상보다 10분은 늦은듯. 다른 밴드의 사전공연이 있다는 걸 모른 상태였던 우리는 예상보다 30분이 지나서야 기다리던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확실히 보컬의 목상태가 안좋은 거 같긴 했지만, 특유의 시크한 분위기 때문인지 공연 자체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았다. 매력쩔어.
기다리는 시간에 비해 너무 짧은 공연이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이런 공연을 즐기니 뭔가 연애 초반에 즐기던 데이트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신선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이제는 영화보러 영화관 가는 일도 귀찮아져버린 상태다. 맘먹고 여행가는 게 아니면 동네 산책정도, 혹은 집에 쳐박혀서 쉬는 편을 좋아하게 되어버렸다. 나야 원래 그런 사람이었지만, 하연이까지 이렇게 전염될 줄은 ㅠ. 미안하다!!!
서울에 왔던 주 목적인 업무 미팅. 하연이가 팬심으로 좋아하던 '연희정원'에서 열리는 스몰웨딩의 웨딩스냅을 맡게 되었다. 스냅이야 하연이가 주로 담당하겠지만, 첫 미팅이고 영상을 하게 될지도 몰라 나도 동행했다. 브런치에 글쓰는 시기가 늦어지다보니 시간이 이미 많이 흘러, 이제는 상반기 웨딩을 마무리한 상태. 역시나 경험해보니 웨딩스냅은 짧은 촬영시간 대비 긴장도가 너무 높아서 우리와 맞지 않는 일인 거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웨딩스냅은 노모어.
업무미팅이었지만 이 녀석 때문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대놓고 하연이 맥북 위에 자리잡고 식빵을 굽는 녀석. 본인이 이구역의 주인공이라는 걸 어필이라도 하려는 거였을까. 지금와서 사진으로 보니 이 두 사진의 주인공이 한 녀석이라는 게 신기하리만치 다른 분위기로 찍혔네.
마지막 사진은 너로 정했다!
어쨌거나 간만에 브런치에 지난 일상을 공유했다.
제주살이를 정리하고 다시 서울살이를 시작했고,
장기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조금 빨리 찾아온 성수기 덕분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겸사겸사 구하게 된 사무실.
사무실에 들어간 어마어마한 돈들.
상반기에 우리 통장을 스쳐지나간 돈이면, 다시 1년간의 여행을 떠날 수도 있을정도로 정신없이 일했다.
그 과정에 대한 기록은 또 언제쯤에나 공유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