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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연 Jan 14. 2024

2023년 회고

짧으면서도 긴 시간, 1년

연말이 되면 사진 앨범을 돌아보며 1년을 정리해보곤 한다.

순식간에 지나간 2023년은 내가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빠르게 지나간 1년이었는데 돌아보니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아주 알찼던 것 같아 기분이 좋다. 1년은 참 짧으면서도 긴 시간인 것 같다.

조금 늦었지만 2023년 회고를 작성해 봤다.





2023년 주요 이벤트


1. 첫 퇴사, 첫 이직 - 한번 더 시도하기

1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처음으로 이직을 했다. 퇴사 소식을 전하는 것도 업무 마무리를 하는 것도 연봉협상을 하는 것도 처음이라 너무 어려웠다. 특히 희망 연봉을 제안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는데, 면접에서 COO님이 희망 연봉은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가치이기도 하니 잘 생각해 보라고 하셨던 말이 인상 깊었다. (그렇기 때문에 겁먹고 너무 낮게 제안하는 것은 오히려 안 좋게 보일 수도 있다.) 당연히 연봉은 높을수록 좋기 때문에 적당한 가치를 고민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COO님의 말씀 덕분에 제안받은 연봉에 한번 더 협상을 요청할 수 있었다. 말 한번 더 했을 뿐인데 연봉이 달라진다니 인생에서 가장 비싼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이 경험을 통해서 원하는 것이 있다면 한번 더 시도해 보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2. 운전연습 - 이동의 자유, 어른으로 레벨업

우리 집 자동차는 1종 면허가 필요했는데 나는 2종을 땄기 때문에 1년 동안 장롱면허였다. 새해가 되자 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니겠다며 연습용으로 오래된 중고차를 구매한 아빠는 스파르타식의 운전강습을 시작했고 결국 나를 어느 정도 운전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냈다. 평일엔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고 주말엔 운전연습을 하려니 너무 피곤했지만 덕분에 지금은 혼자 차를 끌고 파주나 남자친구 집 정도는 갈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면허를 딴 이유인 "이동의 자유"를 곧 완전히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또 한 번 나를 어른으로 레벨업 시켜준 아빠한테 고마웠다.


3. 한의원 - 위 건강 관리의 힌트

대학생 때부터 종종 위가 아팠는데 23년에는 거의 매달 병원에 가게 되었다. 그러다 여름쯤 갑자기 보약을 지어줘야겠다는 아빠의 의지로 한의원에 다녀왔고, 진맥을 하자마자 바로 위산이 많은 체질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무슨 약병을 번갈아 쥐며 손가락을 벌리는 테스트도 했는데 나도 믿기지 않았지만 손가락이 마음대로 벌어졌다. 처방은 그냥 음식관리를 하며 사는 것이었다. 피해야 할 음식이 적힌 종이에는 밀가루, 튀긴 음식, 탄산, 카페인, 신 과일, 유제품 등이 있었고 보자마자 첫인상은 뭐 먹고살지? 였다. 신경 쓰며 살아보니 생각보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먹던 것들이 대부분 종이에 적힌 음식들이었다. 열심히 가려먹었던 3개월 동안 위 컨디션도 너무 좋았고 한 번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이렇게 점점 자주 아프게 되면 평생 약을 달고 살아야 하는 건가 나중에 죽만 먹고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위 건강 관리에 힌트를 얻게 되어 행복했다. 역시 건강이 최고다.


4. 첫 동료와 사수 - 좋은 동료와 사수가 생긴 23년

첫 회사에서 1인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디자이너 동료와 사수가 있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이직을 하면서 함께 성장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UXUI디자이너 동료가 생겼지만 한계가 느껴질 때마다 사수에 대한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사수에 대한 환상을 가지지 말라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아쉬움은 항상 남아있었다. 그런데 회사가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하반기에 계획에 없던 시니어 디자이너를 채용하게 되었다. 다행히 나의 첫 사수는 좋은 분이었고 배울 점도 많았다. 물론 사수 없이도 성장할 수 있지만 주니어에게 확실히 사수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큰 것 같다고 느꼈다.


내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판단해 주는 사람이 생겨서 더 빨리 개선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디자인이 왜 어색한지 모르겠을 때, 더 이상 어떻게 디벨롭해야 할지 한계에 부딪혔을 때 돌파구를 제안해 주셔서 디자인 완성도 높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어느 정도 정답이 있는 부분인데 경험이 부족해서 모르는 것들, 혹은 단어를 몰라서 검색해보지 못했던 것 등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이직할 때 제발 동료와 사수가 있는 회사에 가고 싶다고 소원을 빌었었는데 23년에 결론적으로 좋은 동료와 사수 모두를 얻었다. 이것 만으로도 성공적인 23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24년이 더욱 기대된다.


5. 브런치 - 브런치 작가 되기

요즘엔 브런치 같은 플랫폼에 글을 쓰는 디자이너가 많고 말을 잘하는 사람도 많아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 블로그에 일기를 쓰며 글쓰기 연습을 했다. 어느 날 "그만 읽고 소화하세요!"라는 글을 보게 되었고 공부한 것을 글로 정리해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어야겠다고 다짐하며 브런치의 작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1인 디자이너로 일하는 주니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들을 나누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혼자라서, 주니어라서 외롭고 힘들었을 때, 성공한 이야기보다 실패한 이야기나 힘들었던 경험이 더 위로가 되었고 힘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세상에는 성공한 이야기가 훨씬 많기에 나의 실패했던 이야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걱정과 달리 한 번에 작가 신청에 통과되었다. 24년에는 실무 프로젝트 이야기도 공유해 보고 싶다.


6. 깨달음을 준 토스 면접 - 과정의 중요성

부족함을 알면서 도전했던 토스 면접은 역시 처참했다. 하지만 토스의 면접은 지금까지 경험해 본 면접 중 가장 좋은 경험이었다. 1년 차였던 나는 좋은 프로젝트 결과는 성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면접을 보면서 프로젝트의 결과는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노력을 했고 무엇을 배웠는지가 핵심이라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이미 많이 들어본 당연한 말이었지만 글자로만 이해했지 그 의미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회사의 결정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내가 생각했던 좋은 해결책은 무엇이었는지 혹은 설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보았는지 등등. 프로젝트의 결과가 성공적이라면 좋겠지만 천재나 행운아가 아니라면 당연히 실패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를 결과로 바라본다면 거기서 끝이지만 성공과 실패를 모두 과정으로 바라본다면 연속선상의 한 순간일 뿐이다. 언제나 계속 나아가기 위한 과정 속에서 레슨런을 얻고 성장하며 다음의 성공 확률을 높여나가는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프로젝트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이 되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어쩌면 삶도 모두 성공과 실패가 아닌 연속선상의 과정인 것 같다.


7. 기타 : 처음이었던 경험들

1년 만에 2개의 프로덕트를 런칭하고 디벨롭했다. 생애 처음으로 사랑니를 뽑았는데 멍으로 고생했고 동시에 다래끼가 심하게 나서 처음으로 다래끼도 쨌다. 첫 이직, 첫 성과급, 첫 웹 프로덕트, 첫 서핑, 첫 지인 결혼식, 첫 뮤지컬, 첫 카라반, 첫 대구, 처음으로 혼자 타는 KTX 등 처음인 것을 많이 경험한 1년이었다. 24년에도 처음인 경험을 많이 하기 위해 용기를 가지고 시도하고 도전할 것이다.





2023년 정리

2023년 목표는 내 앞날을 좀 더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 되자였고, 마음가짐은 중꺾마, 버티는 거야였다.

강민경 님의 명언

2023년의 가장 큰 깨달음은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2023년을 시작할 때는 예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얻으며 1년을 보냈다. 언제나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어떤 선택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내 생각이 뚜렷하고 하고 싶은 바가 명확해야지 흔들리지 않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만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줄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기술적으로는 문서화 능력과 디자인 시스템 만드는 법을 익힌 것이 가장 큰 것 같다.


23년은 유난히 회고로 가득 찬 1년이었는데 연말에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동료들에게 개인적으로 동료평가를 요청했다. 이번에 새로 알게 된 나의 장점은 '수용성이 있는 디자이너라는 점', '빠른 학습력과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고 아쉬운 점은 '인터렉션 가이드가 부족하다는 점', '욕심을 덜 부려야 하는 부분도 있고 욕심을 더 부려야 하는 부분도 있다는 점'이었다. 24년엔 더 성장해서 더 좋은 동료가 되고 싶다.





2024년 목표

새해 목표는 디자이너로서 스킬 업하고 행운의 표면적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도전하기, 마음가짐은 친절을 베풀고 세상을 사랑하며 살자 이다.


새해의 열정으로 회사에서 팀원들과 함께 들을 디자인 시스템과 베리어블 강의를 결제했다.

욕심이 많은 나는 올해도 많은 목표를 세웠지만 지속적인 회고를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24년에도 지금의 나는 생각하지도 못하는 좋은 경험들을 하기 위해 용기 내어 시도하고 도전할 것이다.

깊은 정과 진심 어린 친절함을 의미하는 올해의 팬톤컬러




싱어게인 결승전 노래처럼 웃고 사랑하며 살고 연말이면 행복했던 시간이 머물러주길 바랄 만큼 행복한 24년이 되길

신해솔-LLL(Live, Laugh&Love)

소수빈-머물러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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