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자유를 허(許) 하노라.....
초등학교 고학년인 큰 아이는 일주일에 2번 학교에 간다.
덕분에 주 2회 나만의 시간이 확보된다.
누군가 그랬다. 설렘은 소멸하기 위해 존재하는 감정이라고.
막상 두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나면 계획했던 일들 중 대부분은 시작도 못했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아이들이 있어서 하지 못할 일도 없는데 조용한 집에 혼자 있게 된다는 상상은 왜 이렇게 나를 설레게 하는지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다. 곧 소멸될 설렘 앞에 속도를 낸다.
제법 차가워진 거실 바닥에 깔아 놓은 널찍한 러그도 살살 털어 소파 위에 올린다.
바닥에 있는 물건들을 죄다 치우고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린다.
‘이모님’이라 부르는 로봇 물걸레 청소기가 다니기 편하게 바닥 정리를 한다.
이모님이 열심히 집안 구석구석을 닦는 동안 나는 아침 설거지 거리를 식기 세척기에 가지런히 넣는다.
그 사이 세탁기가 다 돌아갔다. 넣으면 안 되는 옷 몇 가지를 빼고 그대로 건조기에 넣는다.
따로 분류한 옷은 건조대에 잘 널어 준다.
베란다에서 나오기 전 나무의 날(木요일) 임을 확인하고 화분에 물을 준다.
각자의 역할에 맞게 한결같은 성과를 내는 나의 조력자들 덕분에 오전 일과가 꽤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삶의 질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조금이라도 수고로움을 덜어낼 수 있거나 혹은 사소하지만 불편하고 신경 쓰인다면 개선해야 마땅할 것이다.
작다고 사소하다고 방치한다면 그 불편은 삶의 질을 갉아먹는다. 그래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들은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그러니 당장 하지 않지만 계속 머릿속에 남아 불편하게 하는 일들은 얼른 해치워 버리는 게 낫다.
그리고는 홀가분 해진 마음으로 일상의 행복을 누린다.
행복은 경험의 빈도라고 한다.
큰돈 쓰지 않고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으니 쪼개고 쪼개서 횟수를 늘린다.
정돈된 집안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마시는 행복, 아이들 오면 줄 간식을 만드는 행복,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고 책을 읽는 행복이 나에게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