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후회는 넣어두세요.
최근에 살인적으로 오르는 부동산 시세를 두고 ‘그때 청약을 넣을걸.’ ‘초피 3,000일 때 잡을걸.’ ‘그때 줍줍 할걸’ 등등 놓쳐버린 기회를 한탄하는 풍자들이 난무한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명언을 과연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부동산만 그렇겠는가. 결과만 놓고 보면 우리네 인생에서 후회되는 부분이 얼마나 많은가.
그때 할걸, 그때 하지 말걸, 이 말을 할걸, 이 말을 하지 말걸......
당겨버린 화살처럼 이미 지나간 선택에 후회는 오로지 선택을 한 사람의 몫이 된다.
8년 전에 골프를 배울 기회가 있었다.
둘째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이기도 했고 남편이 골프에 막 재미를 들린 때이기도 했다.
몇 번 쳐봤는데 이것은 뭐 운동이 되는 것 같지도 않고 아무튼 그랬다.
재미 들린 남편은 새벽마다 연습장에 나가 공을 쳤다.
둘 중 한 명은 육아를 해야 한다며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한 나는 중도에 그만두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별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오랜만에 만나 친구가 이제 막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다며 얼른 배워서 같이 놀자는 것이다.
이제 배워서 언제 필드에 나가겠나 싶었다.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또 지금 배우지 않으면 영영 골프와는 인연이 닿지 않을 것 같았다.
친구들의 인스타에 속속 공치는 모습이 올라온다.
부부끼리 나이 들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며 무조건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남편도 부부끼리 함께 치자는데 내가 안 하니 아쉽다는 말을 이따금씩 했다.
그래, 지금 쉴 때 배워두자.
복직하면 퇴근하고 애들 챙겨야지 레슨 받으러 갈 시간이 어디 있겠나 싶었다.
도둑질 빼고 다 배우라는 엄마 말은 지금까지 나에게 진리이다.
그때도 재미없어 두어 달 배우다 관뒀는데 또 그러면 어쩔까 싶지만 결국 연습장에 등록했다.
최근 ‘골린이’들이 많아서 초급자용 클럽이 품귀현상이라더니 연습장에 나 같은 사람이 정말 많다.
다행이다.
엉거주춤 타석에 들어서 자세를 잡아본다.
똑딱똑딱 50분 동안 230개를 쳤다. 허리가 아프다. 이 짓을 또 하다니.
그런데 그때랑 기분이 다르다.
한 시간 동안 명상을 한 기분이랄까? 머리가 가볍다.
셀카 한 장 찍어 남편에게 보낸다.
“시작했음!”
답문이 온다.
“ㅋㅋㅋ 그때 하라니까! 그래도 잘 생각했어. 응원해!”
얄미웠다.
'그때 내가 했으면 애는 누가 키우니?'라고 응수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후회는 선택한 사람의 몫이니까.
이번에는 껄껄껄 하지 말고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