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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W May 16. 2021

징벌(Posessions, 2020)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끔찍한 형벌.

죄를 지은 것에 대한 벌을 준다는 의미의 징벌은 드라마에서 인물들이 자주 언급하는 말이자, 극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유대교의 신앙에서 간통죄에 대한 처벌로 여겨지는 표식을 나타낸다. 갑작스레 결혼식 피로연에서 신랑이 목이 베인 채 사망하게 되고, 칼을 들고 있던 신부 나탈리는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다. 이 메인 사건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갈등과 대립, 진실을 파헤치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징벌>은 이스라엘/프랑스 드라마인 만큼 그 정체성이 다면적이고 기존에 봐왔던 드라마들과는 다른 독특한 면모가 있다. 신랑은 이스라엘인 용의자 나탈리는 프랑스인이고, 모두가 유대교라는 신앙을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전체적인 배경은 이스라엘이고, 불어, 영어와 히브리어가 등장한다. 6부작이라는 다소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전개 대다수에는 종교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빠르고 시원시원한 전개를 원하는 시청자들에겐 다소 불편할 수 있으니 미리 주의를 바란다. 극 전체적으로 짙게 깔린 모호한 분위기와 답답한 감정선들은 후반부로 가서야 어느 정도 해소되기 때문. 다소 여성의 인권이 낮은 이스라엘 사회와 남편에게 순종해야 하는 유대교의 종교 사상 등이 반영되어 형사인 에스티가 주위 남 형사들에게 듣는 차별적 말들, 나탈리의 엄마가 집착하는 종교 사상들과 주위 여론에 의해 희생양이 돼버린 나탈리의 상황들은 이스라엘 여성들의 입장을 잘 대변해 주는 듯하다. 게다가 주인공 나탈리의 행동과 미묘한 표정들은 사건을 더욱 미궁으로 빠지게 하는 미스터리다. 어느 날에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누가 봐도 무해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또 한때는 큰 비밀을 숨기기라도 한 듯 수상쩍은 모습을 보인다. 그렇기에 마지막 화의 반전은 가히 놀라울 것이다.      




물론 인물 간의 관계는 매우 촘촘하고 흥미롭다. 나탈리를 도와주기 위해 찾아온 카림이라는 인물이 그중 하나인데, 프랑스 영사관 직원이자 아랍계 프랑스인이다. 영사관 직원이라는 직위답지 않게 그는 어느샌가 형사의 영역으로 넘어와 나탈리와 함께 숨겨진 비밀들을 찾아가고, 이스라엘 형사인 에스티와 함께 범인이 누구인지 같이 추적하면서 사건의 단서를 찾아내기도 한다. 카림이 이렇게까지 깊숙한 영역으로 들어온 이유에는 나탈리에 대한 연민이 어느 정도 적용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건을 설명해줄 중요한 인물들이 하나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며 수사에 혼선이 생기지만,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범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그러나 이상하게도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고 잡혔을 때에도, 그에게는 통쾌함보다 연민이 제일 강하게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그가 이런 행동을 한 것도 다 타의에 의한 압박과 비정상적인 통제에 의해서라는 생각이 확연하게 들기 때문인 것 같다. 마지막에도 공허한 눈빛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 이 모든 건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끔찍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모두가 떠안고 가야 할,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새겨진 징벌이 된 것이다.

      

+원제인 소유물로 결말을 해석해 본다면 나탈리는 누군가의 소유가 되어야만 하는 굴레를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행한 불가피한 선택들이 더 큰 파멸을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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