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심장의 박동.
다양한 사랑의 형태에 대해 말하는 자비에 돌란. 이번에는 짝사랑인지 모를 어중간한 경계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세 인물을 카메라에 담았다. 친한 친구인 프랑시스와 마리가 우연히 알게 된 니콜라를 좋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미를 더해 표현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과 새로운 친구로의 관심이었지만, 뒤이어 사랑이라는 단계로 나아가며 두 인물의 암묵적인 눈치싸움이 시작된다. 평소엔 자주 집을 들르며 가볍게 차를 마시거나, 서로의 옷을 추천해주며 소소한 것까지 챙기는 사이에서 어느새 조금씩 관계의 균열이 생긴다. 나중엔 니콜라에게 주려고 산 선물들을 서로 비교하거나, 둘이 갈 만한 식당에 미리 들어와 우연한 만남임을 가장하는 듯 관심을 받기 위해 사소한 것들로 유치한 편법을 쓰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쌍방이 아닌, 너무 일방적인 사랑이지만 이에 대응하는 니콜라의 태도 또한 두루뭉술하다. 이 모든 행동들을 다 그저 우정으로 치부해버리는 듯, 이 상황에 연연하지 않고 둘과의 만남을 즐길 뿐이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혼란스러움을 겪는 프랑시스와 마리의 입장에 더 공감하고, 좋지 않은 끝에 도달할 것을 알지만 적극적으로 애정을 주는 이 둘에게 왠지 모를 연민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그들이 겪는 슬픔과 공허함이라는 경험이 우리에게 더 익숙해서가 아닐까. 영화와 같은 매체들에서 사랑은 꽤나 이상적으로 그려지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사랑이라는 가장 보편적이고 개인적인 감정 속에서, 어쩌면 가장 내밀하고 들키고 싶지 않은 속성이 바로 사랑을 함으로써 수반하는 아픔일 것이다. 짝사랑은 항상 아프고 외로우며, 그렇기에 세 인물이 함께하는 장면들은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지만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이런 모습들을 미묘한 표정 변화와 강한 원색의 빛으로 돌란은 우리가 그 순간을 오롯이 받아들이도록 의도한다. 다른 누구와 밤을 보내거나 함께 있을 때, 프랑시스와 마리는 그제야 자신의 솔직한 좌절감을 드러내며 눈물을 흘린다. 이때 파랗고 빨간빛들로 그들을 비추어 날것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화보를 연상시키는 몇몇 연출들로 돌란만의 미장센을 한층 더 강화시킨다.
초반부와 중후반부에 독특한 구성이 있는데, 크게 두 챕터로 나뉜 독백 파트가 존재한다. 처음엔 사랑의 환상에 빠지게 되는 순간, 다음엔 그 환상이 걷어지고 현실을 맞이하게 되는 순간을 영화밖에 존재하는, 여러 인물들이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이런 시점을 기준으로 세 인물들의 사랑의 방향은 서서히 달라진다. 영화 자체의 스토리 라인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영화 전반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사랑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볼 수 있어서 좋은 시도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면은 사랑의 본질에 대한 보편적이고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고리를 보여준다. 사랑하는 대상이 변하는 것이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재밌게 표현한다.
<하트비트>의 원제 Les amours imaginaires, 다시 말해 ‘상상 속의 사랑’은 이러한 결론에 도달한다. 보통 잘 깨닫지 못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씌워놓은 환상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 속에 갇힌 사랑은 결국 나에게 돌아와 박히는 아픈 가시일 뿐인 것을 간과한 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