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책방, 스톱-젬리아, 크레이지 컴페티션
사실.. 전주 돔 상영이라 이건 무조건 예매해야지 라는 생각+시놉시스를 후다닥 읽고 예매해버려서 뮤지컬 음악 영화인 줄 알았다. 파리의 책방을 운영하던 빈첸조가 우연히 욜랑드라는 배우를 만나면서 우연한 만남이 인연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는 나에겐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프랑스 영화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는 작품이었다. 파리의 풍경과 낭만을 그리는 컷들은 정말 좋았지만, 두 인물이 갑작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전개는 좀 당황스럽고, 대체 어떤 포인트에서 내가 이들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화의 좋은 부분들도 있었다. 마음으로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욜랑드로 인해 닫혀있던 문이 열리고, 결국 자신의 문을 찾아서 밖으로 나아가는 빈첸조 딸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고, 울림이 있다. 그리고 욜랑드가 가지고 있는 연극적인 요소+빈첸조가 가지고 있던 시적인 요소의 만남을 표현한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문학적 요소들로 접근해오는 영화는 나에게 아직은 어렵고, 있는 그대로를 느끼기엔 무리가 있었다. *전주 돔 특유의 분위기 덕분에 1점을 더 더했습니다.. 다음에 전주에 방문할 때도 꼭 전주 돔에서 영화 관람을 하고 싶다. 음향도 제법 괜찮았고, 동굴에서 영화 보는 느낌이랄까?
내가 사랑하는 요소들을 다 때려 넣어서 안 좋아할 수가 없는 영화였다. 우크라이나 청소년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영상이지만, 청소년기에 우리 누구나 고민하는 요소들에 대해 공감하고, 같이 그 순간을 느끼기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 개인적으로 나의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과의 기억들이 많이 나서 더 애틋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스톱-젬리아라는 제목이 대체 뭘까 했는데, 아이들이 게임을 하면서 외치는 신호이다. 그냥 그 시기의 아이들이 하는 게임의 일부를 제목으로 차용함으로써 그 시절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같은 학교 친구들 중에서도 유독 친한 아이들끼리 모여 자신들만의 고유한 세계를 만들고, 그 작은 우주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온전한 우리들만의 것이 된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은 소속감이 결여되는 불완전한 미래와 자신의 존재, 그리고 잡힐 듯 말듯한 사랑의 성장통을 겪으며 조금 더 단단한 자신이 되어간다. 중간중간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을 담은 인터뷰 형식과 졸업사진을 찍는 장면들을 넣어 사실성을 좀 더 부여해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듯한 형식을 취한다. 나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에는 왜 그 모든 것들이 감당하기에 벅차고, 마구 흔들렸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어른이 되는 것에 특별한 의미부여를 했던 것까지. 이제 나를 좀 더 마주하고 해야 하는 선택들에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안고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친구들과 함께 보면 참 좋을 것 같은 영화.
*영화 시작 전 감독님의 소개 및 인사말이 있었는데, 현 우크라이나의 상황에 마주하여 지금 영화를 미래의 우크라이나 청소년들의 일상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셔서 마음이 아팠다.
이미 배우진만으로도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특히 페넬로페 크루즈 배우가 인상적이다. 두 배우를 캐스팅하는 스타 감독 역할을 찰떡으로 소화해낸다. 광기 vs 광기 vs 광기의 대결이라서 누가 이겨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조합이다. 감독이 두 배우를 트레이닝하는 과정은 기이하다. 곧 머리 위로 떨어질듯한 돌을 위에 설치해 놓고 두려움을 이기는 훈련을 한다던지, 그동안의 명예를 내려놓고 작품을 임해야 한다는 뜻에서 이전에 받았던 상과 표창들을 모두 부수는 것과 같은 독특하고 실험적인 과정을 함께한다.
극 내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세 사람의 심리와 신경전을 보는 재미가 있었고, 분명 스릴러 영화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조마조마한 긴장감이 흐른다. 정점을 향해 달려 나가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반전을 맞닥뜨리기도 하면서 다이내믹한 기복을 보여준다. 시간 가는 게 아까웠던, 흡입력이 굉장했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