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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May 03. 2022

아무것도 되지 않더라도

 아직도 상상을 한다. 사실 겸손하고자 한다는건 다 뻥이고, 나는 마음 한켠에 내가 아직도 뭔가가 되리라고, 뭔가를 이루리라고 생각하고 상상한다. 그러기 위해선 준비해야한다. 나는 작가가 되고싶다. 우와. 작가가 된다면 어떨까. 내 책의 독자가 생긴다면 어떨까. 내 이름으로 책이 나오고, 누군가가 (자의든 타의로든) 그 책을 읽게 되고, 어느 소담하지만 알찬 작은 카페에서 북토크도 하고, 책을 읽어준 소중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어느날 그런 날이 오겠지. 오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오늘은 한 챕터라도 읽자. 이걸 읽을까 저걸 읽을까? 나만의 방법으로(?) 나 자신을 갈고 닦으며 이런 저런 글을 읽고, 관심의 영역을 넓혀가고, 내가 쓸 수 있는 글이 뭘까, 나의 장기가 뭘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어느날, 무언가가 되리라는 상상은, 그것이 진짜 이루어진다는 어떤 확실성, 가능성 때문에 의미 있는게 아니라 지금 나의 태도와 관점을 바꾸어 주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아무도 미래를 모르지만 아니, 모르기 때문에 걸 수 있는 베팅같은 것이다. 결국 장례식장 병풍뒤에 누운 한 구의 몸으로 남게 되더라도, 아무것도 되지 않더라도, 그렇기 때문에 내가 무언가 되리란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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