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언제 나와..?”
“밥 다 나왔는데…”
“나 추운데…. 아직 멀었어?”
무슨 이야기냐고요?
제가 급 화장실에 가있는 동안 아내에게 받은 카톡입니다.
그 시간 동안 음식점에서, 카페에서 또는 거리에서 홀로 기다렸을 아내를 생각하면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가득..
그렇지만 저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니,,, 스스로가 답답해서 자괴감과 죄책감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나는 왜 맨날 배가 이렇게 아프지?’
먹으면 변비에 즉효라는 음식을 먹어도, 그냥 배가 살짝 아프고 마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부러웠습니다.
우리 아내만 보아도 곱창, 막창, 대창을 연달아 먹어도 쌩쌩한데,
저는 조금이라도 민감한 음식을 먹으면 2시간 아니 1시간도 견디지 못하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하는 일상의 연속이었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있거나 영화나 뮤지컬을 보러 갈 때면 앞 뒤로는 음식을 아예 먹지 않으면서까지 배가 아프지 않을 방법을 늘 고민했고
혹시라도 중간에 배에서 신호가 오면 '어떻게 이 시간들을 견뎌내야 하지' 하며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얼마나 바랐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저는 언제 엄습해 올지 모르는 이 고통이 두려워 습관적으로 ‘이 건물에는 화장실이 어딨나, 휴지는 있나’하는 초조함을 달고 살았습니다.
대체 왜 나만 이렇게 수시때때로 배가 아픈 건지, 내가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할 수는 있는 것인지? 극단적으로는 밥벌이는 할 수 있는 건지…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외출이 있는 날이면 지사제를 꼭 챙겨가야 했고, 중요한 약속이나 데이트가 있는 날이면 전날부터 지사제 4알을 입에 털어 넣고 제발 배가 아프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먹는 음식을 조심해라, 유산균을 먹어라, 유산소 운동을 해라 등 누구나 다 알만한 보편적인 이야기들은 많이 들었지만,
바쁜 직장생활에 지켜지지 않는 패턴은 곧장 무너지기 십상이었고 어느 순간부터 제 장은 고쳐지지 않는구나 하며 포기하고 살았습니다.
속이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롤러코스터를 계속 반복하던 어느 날, 장인어른께서 진지하게 ‘장내 세균삽입술’을 권유하셨습니다. 그리고 장내 세균혁명 다큐를 찾아서 보여주시는데, 아! 이게 나만의 고통을 넘어섰구나 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처가에 민망하기도 하고 장인어른 말씀처럼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도 없을 것 같아 ‘진짜 살 길을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아직 갈 길이 남았지만 지사제를 끊어낸 지 1년이 넘어갑니다.
가끔 배가 아플 때면 유산균을 먹고 하루이틀이면 괜찮아집니다. 저를 쭉 지켜보았던 아내는 드디어 정상인 궤도로 돌아왔다고 손뼉 치며 좋아합니다.
그 얘기를 듣는 저는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긁적했지만, 장 건강이 좋아지니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말 그대로 다른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지사제를 끊게 되었는지, 어떻게 장 건강을 되찾았는지, 걸어왔던 과정과 시행착오들을 소개하며 저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내보려고 합니다. 살기 위해, 좀 더 나은 삶을 살고자 노력했던 그날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