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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환 Feb 24. 2024

모두를 위한 창의 컴퓨팅 교육을 꿈꾸며②

OctoStudio 워크숍 리포트

이번 글은 #퓨처랩에서 실시한 옥토스튜디오(OctoStudio) 워크숍 리포트입니다. 중간에 보이는 곽소아 선생님의 작품은 허락을 받고 사용합니다. 곽소아 선생님의 회고록 에는 더 자세한 버전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옥토 스튜디오의 탄생


앞의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로고-스크래치 흐름을 거쳐서 2023년 11월, 옥토 스튜디오(OctoStudio)가 런칭되었다. 옥토 스튜디오는 스크래치의 아버지 미첼 교수님과 나탈리(Nataille) 박사님이 주축이 되어 개발한 도구인데, 스마트폰에서 코딩으로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옥토 스튜디오는 스크래치와 스크래치 주니어의 철학과 장점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거기에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니 스마트폰의 여러 가지 센서도 활용할 수 있다. 스크래치에서는 센서가 달려있는 보드를 연결해야 외부로부터의 입력값을 받아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는데, 스마트폰은 자체에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서 일체형으로 입력과 출력이 가능해진 것이다. 스크래치의 철학인 ‘낮은 문턱'의 진정한 구현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하고 싶다. 옥토 스튜디오는 창의적인 디지털 작업을 극대화한 도구라고 볼 수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 친숙한 스마트폰의 앱 형태로 되어 있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넓은 벽의 원리를 더욱 확장하여 카메라로 찍거나 오디오를 녹음하는 것은 물론 바로 편집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국어, 수학, 과학, 음악, 체육, 미술 등의 교과 기반의 작품뿐만 아니라 실생활의 소재가 바로 작품의 스프라이트와 배경이 될 수 있게 해 준다. 작품의 수준도 단순한 작품부터 복잡하고 실제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전시할 수 있는 고수준의 작품까지 제작할 수 있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옥토스튜디오야 말로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종이와 연필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워크숍에서 미첼 교수님도 옥토스튜디오를 개발하게 된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우리는 디지털 환경에서 아이들의 창의적 활동을 돕기 위해 스크래치를 개발했었다. 그런데 스크래치는 컴퓨터나 노트북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에 다소 제약이 있었다. 그래서 고심하던 끝에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접근성을 높였다. 모든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용 앱을 개발했다. 옥토스튜디오는 스마트폰 앱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있는 다양한 센서를 이용할 수도 있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 오디오로 바로 녹음해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다.”  



#옥토 스튜디오 워크숍

이번에 퓨처랩에서 마련한 옥토 스튜디오 워크숍은 미첼 교수님과 나탈리 박사님을 비롯해서 루팔 연구원까지 참여하였다. 여기에 샌프란시스코 과학관의 마이크와 캐런까지 워크숍의 강사 및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하여 한국 교육자들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교육 환경이 제공되었다. 필자도 퓨처랩의 초대로 이 워크숍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2012년 MIT 미디어랩에서 참석한 워크숍이 떠오르면서 격세지감의 감정이 들었다. 워크숍은 2일 동안 이루어졌는데, 다음과 같은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옥토스튜디오 워크숍 일정

워크숍을 관통하는 두 가지 방법은 4P와 창의나선을 적용하는 것이었다. 4P는 미첼 교수님의 ‘평생유치원'책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스크래치나 옥토 스튜디오로 작품을 만들 때 교육자들이 기억하고 실천해야 하는 교육방법이자 철학이다. 


창의학습나선(미첼 레스닉, 2018, 평생유치원)



- 아이들의 관심과 열정을 쫓아서 시작해야 한다는 Passion

- 친구들과 함께 만드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Peers

- 놀이와 도전을 통해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Play

-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창작할 수 있는 Projects 

창의 컴퓨팅을 위한 4P (미첼 레스닉, 2018, 평생유치원)


창의 학습 나선은 창의성과 관련이 있다. 평생유치원에서는 창의성을 빅 C(Big C)와 스몰 C(Small C)로 설명한다. 빅 C는 앞서 생각의 탄생에 나오는 대가들이 하는 발상이지만 스몰 C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빅 C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데 스몰 C를 반복할 때 길러진다. 스몰 C는 하나 더해보고, 빼보고, 다른 것과 연결하고, 뒤집어보고, 새로운 매체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디지털 교육 환경은 스몰 C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환경인데 옥토 스튜디오는 스몰 C를 실천할 수 있는 최적이 도구이다. 이번 워크숍의 2일 차 프로그램이 스몰 C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2일 차 프로그램은 3가지 작품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코너 학습으로 구성되었다. 3가지 작품을 만들 수 있지만 전체를 아우리는 주제는 ‘패턴(Pattern)’이었다. 패턴을 이용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1일 차 수업 후 과제로 생활에서 발견한 패턴을 찍어오라는 미션이 부여되었다. 집에 돌아와서 내일 워크숍을 기대하면서 집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몇 가지 패턴을 발견하고 사진으로 찍었다.


  * 코너 1 : 무아레

 - 무아레 뜻 : 유사한 두 개의 패턴이 겹쳐졌을 때 흥미로운 패턴 만들기 

- 옥토스튜디오로 두 개의 동심원 

- 겹쳤을 때 떨림, 움직임, 진동이 느껴지는 것

곽소아 선생님 작품

      코너 2 : 거울면대칭  

     - 다양한 패턴에 움직임을 준 후에 2개 거울을 붙인 도구를 이용해서 재미있는 대칭 움직임 만들기 

* 코너 3 : 패턴 움직임 만들기

 - 기본 패턴을 선정(찍거나 그리거나 그리고 찍거나) 한 후, 4개 조합 이미지를 만들고 흔들면 회전하게 만들기


                                    곽소아 선생님 작품 ->








코너학습을 통해 배운 점은 자신의 아이디어로 짧은 시간에 간단한 기능을 이용해서 만들지만 재미있고 창의적인 작품이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각 코너를 돌아다니면서 아이들과 정말 재미있는 활동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교실에서는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겠다는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일반적으로 이런 수업을 하게 되면 패턴을 하나의 방식으로 수집하는데 이번 워크숍에서는 1) 아날로그 판에 그림을 그려서 사진 찍기 2) 옥토 스튜디오에서 직접 그리기 3) 패턴 사진을 찍어서 편집하기 등의 방식을 모두 허용하고 격려했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이야말로 학생들의 관심과 열정에 따라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작은 부분 같지만 4P가 녹아있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4P 중에서 Peers와 Play는 3일 차 미첼 교수님이 직접 진행하신 워크숍에서도 나타났는데, 3일 차 워크숍의 주제는 ‘설날' 관련 프로젝트 만들기였다. 옥토 스튜디오 사용법에 대한 간단한 예제 만들기로 도입이 이루어졌는데, 각자의 사운드를 만들고 합주하는 시간이 있었다. 먼저 미첼 교수님이 시범을 보이고, 각자 자신의 목소리나 사운드를 선택해서 흔들면 소리 나게 만든 후, 직접 지휘를 하셔서 합주하는 상황을 연출하였다. 워크숍 당일에는 서로 모르는 상태의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작업한 소리를 연주하면서 동료와 함께 공유하고 놀이하는 활동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때 필자의 머릿속에는 ‘아이패드 합주단’의 모습이 떠올랐다. 초기 아이패드가 유행하던 시절 아이패드에 있는 음악앱을 이용해서 각자의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단이 만들어졌고, 필자는 문화센터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감상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이제 정말 상상만 하면 옥토 스튜디오로 구현이 가능하겠구나.
아이들하고 다양한 소리를 연주하는 합주를 할 수도 있겠구나!’

이후 워크숍 내내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하면 좋겠다, 수업에 이렇게 적용하면 되겠다…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이런 현상은 첫째 날 워크숍에서도 일어났는데 그날 주제는 인터랙티브 한 생명체를 만든 것이었다. 워크숍을 진행한 루팔은 하늘을 나는 해파리를 연상하면서 예로 들었는데, 신기하고 다양한 생명체를 만들도록 유도했다. 이때 자신이 관심 있거나 최근 흥미를 가지고 있는 동물을 한 사람씩 발표하도록 했는데, 이때 나눈 이야기가 개별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 나는 최근 챗GPT의 품질을 판별하는 프롬프트로 ‘하늘을 나는 고래'를 종종 넣어보기 때문에 고래 얘기를 했고,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와 대화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하늘을 나는 고래는 워크숍에서 내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


필자의 하늘을 나는 고래 작품
창의적 배움 워크숍을 진행하는 흐름


각 단계에서의 교육자 역할에 대한 부분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공유했는데 지금까지 내가 했던 방식과 교육방법을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었고, 좀 더 세심하게 전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단계도 좋았지만 창작하기 단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하는 따라 하기식의 실습이 아니라 간단한 시범보이기 이후 스스로 탐색하고 기능을 추가하고 싶은 때 막혔을 때 선생님을 찾거나 퍼실리테이터가 도와주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수업은 따라 하기식의 기능 중심으로 가르치는 방식을 많이 적용하지만 창의 컴퓨팅 수업은 스스로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능을 익히는 버텀업(Bottom-up) 방식으로 진행한다.

10여 년 전 MIT에서 참석했던 chainreation 워크숍의 감동이 나이 50이 된 나에게 다시 찾아올 줄이야!

올 한 해는 옥토스튜디오와 함께 달려야겠다!


*3회에서는 우리나라 교육에 주는 함의를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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