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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y everything Mar 02. 2024

체험학습에 담임 교사가 못간다면?

체험학습이라는 험난한 세계(5)

우리 집 코로나 1호 환자가 체험학습에 미치는 영향 (brunch.co.kr)




집으로 돌아온 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최후의 방법이었다. 감기약은 물론이고 눈에 보이는  홍삼, 도라지청, 프로폴리스, 비타민도 왕창 먹었다. 딸과는 이미 주말 동안 평소보다 더 많은 접촉을 했기에 시간의 차이일 뿐 코로나 확진은 기정사실이라고 생각했다. 열은 없었지만 감기 증상이 있었다.

 

코로나에 걸린 딸아이는 다음날도 혼자 집에서 있어야 했다. 학교에 출근하자마자 부장님께 상황을 말씀드린다.


"부장님, 딸이 코로난데, 저는 음성이에요. 그런데 병원에서는 하루 이틀 후에 양성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저 코로나면 체험학습 어떡해요?"


요즘은 방역 수칙의 완화로 코로나에 걸린 경우 등교 중지를 권고하는 편이나 증상이 없으면 학교에 등교 및 출근할 수 있다. 고로, 나도 코로나여도 증상이 없으면 출근하고 체험학습도 인솔할 수 있다.


"선생님이 코로나로 아프시면 출근 못 하시죠. 혹시 모르는 일이니 교감 선생님께도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것도 맞는 말이다. 코로나로 아픈데 출근할 수는 없다.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증상이 발현되는 정도라면 아이들에게도 전파될 수 있기에 당연히 출근을 안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교사들은 이런 상황에 놓이는 것이 참 부담스럽다. 질병으로 교실을 비울 경우 다른 교사들에게 수업 시수나 업무가 가중되기에 학기 중에는 최대한 결근하지 않는 것으로 서로에게 배려를 한다. 그러나 불편한 마음은 둘째 치고, 출근이 불가피할 정도로 아픈 경우라면 결근을 하는 것이 맞다. 교사도 사람인데 살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날이 공교롭게도 단순한 학교 내의 수업이 아니라 소풍이라 불리는 체험학습, 평소보다 신이 나있을 아이들에, 에버랜드라는 넓디넓은 야외장소라는 것이 목구멍의 가시처럼 컥하고 걸리긴 하지만 말이다.


3일 후의 일인데 대책이 필요할 것 같아 마스크를 더 단단히 쓰고 교무실에 들러 교감 선생님께도 말씀드린다.


"알겠어요. 일단 알고 있을게요. 오늘 일찍 퇴근하고 푹 쉬세요. "


상황을 알고 있으니 대처가 빠르겠다 싶으니 안심이 되면서도 누가 6학년의 금쪽이 반을 맡아주시려나 걱정이다.




'그깟 코로나 걸리면 걸리는 거지. 이제껏 용케 피했다. 그리고 다른 선생님이 체험학습 인솔할 수도 있는 거지! 뭐 어때! '

'제발 코로나 안 걸리면 좋겠다. 담임도 대처하기 어려울 때도 있는데 보결 선생님이 가셨다가 큰 일 생기면 어떡해!'의 마음이 싸우며 내 걱정으로 바뀔 일도 아닌데 머리만 심란하였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마음 편치 않은 날을 보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진단키트로 검사도 빠지지 않고 했다. 놀랍게도 대망의 체험학습 전날까지도 코로나 양성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더 놀랍게도 체험학습 당일까지도!


비실비실의 끝판왕이 코로나 슈퍼 면역자로 다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저 슈퍼 면역자인가 봐요. 아직도(?) 코로나 아니에요. 체험학습 갈 수 있어요!"


"진짜 다행이에요."


누가 보면 담임교사가 전교에서 체험학습 가는 것을 제일 기대한 것처럼 오해할 만한 대화를 나누고서 내 손으로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떠날 수 있었다.




그날의 우리 반이 궁금하신가요?



여지없이 그날의 우리 반에는 사소한 사건이 몇 개 있었고, 마지막을 장식하듯 한 아이는 에버랜드 입구에서 대자로 누워 바닥을 굴렀다.


화창한 10월의 오후 3시, 대다수 학교가 집합 장소로 삼은 에버랜드 매표소 입구의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바닥을 구르며 오열하는 우리 반 아이와 그걸 멍하니 바라보는 내가 있었다.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 그날의 공기, 습도, 풍경, 모르는 사람들의 표정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들춰 업고 오기라도 할 수 있는 3살이 아닌 13살의 아이를 달래긴 쉽지 않았지만 금쪽이들의 담임이니 이 난관도 잘 마무리하고 학교까지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휴, 나 코로나였으면 큰일 날 뻔. 오늘 못 왔으면 큰일 날 뻔.'


차라리 내가 왔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그날, 당분간은 에버랜드 쪽을 바라보고 싶지도 않았던 그날. 그렇게 6학년의 체험학습이 마무리되었다.


노란 버스로 시작한 '체험학습이란 험난한 세계'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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