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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y everything Nov 06. 2023

우리 집 코로나 1호 환자가 체험학습에 미치는 영향

체험학습이라는 험난한 세계(4)

콜록, 콜록

저녁이 되더니 딸이 기침을 한다.


"에구, 그러게 엄마가 어제 옷 따뜻하게 입으라고 할 때 입었어야지. 요즘 감기가 무섭던데."

"다음부터 엄마 말 잘 들을게."


딸의 기침 소리 몇 번에 잔소리가 바로 튀어나온다. 잔소리를 하긴 했지만 약 먹고 자면 괜찮겠지 하며 비상약으로 구비해 둔 콜대원 기침약을 먹였다.




"엄.... 마....."

"으. 으응... 왜?"

잠결에 아이의 소리를 듣고 껴안아주려다 흠칫 놀라 침대에서 스프링처럼 튀어 오른다.


"몸이 불덩이네. 자기야!"


까만 밤에 불을 켜고서는 각자 할 일을 찾아 나선다. 남편은 체온계와 해열제를, 나는 물수건과 볼을 찾아 침대로 모인다. 기침 몇 번이 신호가 되어 바로 그날 저녁 이렇게 열이 펄펄 끓는다니. 훌쩍 커버린 것 같다가도 이렇게 아플 때마다 고열로 고생하는 것을 보면 아직 아기다. 그래도 저녁에는 이렇게 열로 고생하다가도 낮이 되면 쌩쌩해지곤 했어서 얼른 이 밤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심상치가 않다. 아침이 돼도 아이의 열이 내리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밤새 해열제를 2-3시간마다 교차 복용할 정도로 열이 끓는다. 다행인 것은 아침이 되니 밤보다는 나아지고 좋아하는 죽을 만들어 달라하는 것을 보니 점차 괜찮아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이는 지난밤보다는 나았지만 거의 잠만 잤다.


"지난 주말에 경주 갔던 게 힘들어서 병이 났나 봐. 이렇게 쉬면 낫겠지."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시 일요일 저녁. 아이는 또다시 고열에 시달렸고 나도 이틀 밤을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월요일 아침, 학교에 보낼 수 없어 열이 나는 아이에게 혼자 있으라 하고 점심에 죽을 데워 먹을 수 있게 준비해 두었다. 11살 열이 나는 아픈 딸을 혼자 집에 두고 출근을 하려니 다시금 휴직의 욕구가 솟아올랐다.


이른 퇴근을 하고 병원에 가서 기나긴 대기 끝에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몇 가지 증상을 듣더니 바로 코로나와 독감 검사를 하자고 한다. 생각지도 않았던 이름을 마주해서 놀란 나와 꽤나 불편하고 아프고 무서운 검사를 할 생각에 아이는 얼굴까지 하얘진다.


"검사비는 4만 원이에요."


검사비만 날리겠네,라는 생각을 비웃기라도 듯 아이는 5분 후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우리 집 코로나 1호 환자가 된 것이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남편에게 딸이 코로나에 걸렸음을 알린다. 남편에게 카톡을 보내는데 괜히 머리가 지끈지끈하며 목이 간질간질하다.



아침부터 잔기침이 있길래 학교에서 마스크를 써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주말 내내 딸과 붙어있었으니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아... 4일 후에 체험학습인데. 코로나 걸리면 안 되는데. 체험학습 인솔 못하는 거 아냐?'




어쩌면 코로나 걸린 딸보다도 체험학습 날 엄마 없는 아기 오리될 것 같은 우리 반 아이들이 더 걱정이 된다. 우여곡절 끝에 이제 가기만 하면 되는데 이제는 내가 걱정거리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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