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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y everything Mar 10. 2024

조퇴를 대하는 자세.

달라도 너무 달라. 6학년과 4학년

"선생님, 목이 침 살 킬 때마다 너무 따끔거리면서 아파요."

"언제부터 그랬어?"

"어제부터요."

"부모님도 아시니?"

"말씀드리긴 했어요."

"너무 아프면 보건실 다녀올래?"

"아까 쉬는 시간에 다녀왔어요............ 저 조퇴하고 싶어요."

"조퇴? 수업을 못 할 정도야?"

"..... 네"

"알겠어. 일단 부모님과 통화해 볼게."




목이 따끔거리는 것만으로 조퇴하고 싶다는 6학년 여학생의 말에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아이가 아프다 하니, 게다가 보건실까지 다녀왔다 하니 부모님께 전화를 건다. 상황을 설명하니 부모님도 마지못해 조퇴시켜 달라고 하신다. 아이에게 그럼 집에 가도 좋다고, 조심해서 집에 가고 푹 쉬고 오라고 한다. 아이는 집에 갈 채비를 하며 교과서를 넣으러 교실 뒤편의 사물함으로 걸어간다.


"선생님! 지연이 꾀병이에요."

"웃는 거 봤어요."

"맞아요. 너 집에 가고 싶어서 그런 거지?"

아이들이 아우성이다.


"아니야."

"저 진짜 아파요. 선생님."

학급 친구들은 건수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놀림과 고발이 한창이다. 사실 뒤돌아서는 지연이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희미한 미소를 짓는 것을 나도 봤다만 아픈 건 아픈 거고, 집에 가서 좋은 건 좋은 거니 모른 척했을 뿐이다. 게다가 부모님도 승인한 일이니 나의 권한은 여기까지다.



이것이 작년 6학년 우리 반이었다면 이제 펼쳐질 이야기는 올해 4학년 우리 반이다.



개학한 지 불과 이틀이 지난 삼일째 교실이다. 1교시 수학 수업이 마무리되어 가던 시점에


"선생님, 한율이 토했어요."

"어?"


그곳을 바라보니 하얗게 질린 채 토사물을 두 손으로 받치고 어쩔 줄 모르며 앉아 있는 아이가 보였다. 이미 손을 흘러넘친 토사물은 수학책과 책상 바지를 더럽히고,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수학 익힘책을 풀고 있으라 전하고 비치된 비닐백 여러 장과 물티슈를 가지고 황급히 다가간다. 아이가 들고 있는 그것을 비닐백에 털어주고, 몸에 묻은 이물질을 물티슈로 닦아주니 이동하기에 나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안정을 취하고 후속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보건실로 내려보냈다.


그 후의 일은 속도가 생명이다. 최대한 빨리 원상태로 복구를 해야 한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고무장갑을 끼고 흔적도 없이 치워야 한다. 오랜만에 하는 일이라 잠시 버퍼링이 걸렸지만 금세 옛 기억이 되살아나며 담임의 1230451번째 임무를 해낸다. 겨우 마무리를 하고 허리를 펴니 2교시 시작시간이다. 정신없이 수업을 하려는 찰나 교실 전화가 울린다.


"네. 4학년 10반입니다."

"선생님, 보건실인데요. 한율이 부모님께 전화했는데 데리러 오신다고 했는데 한율이가 집에 안 간다고 해서 설득하다가 갈아입을 옷만 가지고 오신대요."

"네? 집에 어머니 계시고, 조퇴를 원하셨는데 한율이가 안 간다고 했다는 거죠? 혹시 한율이 바꿔주실 수 있으세요?"


전화를 받고 있는 담임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국어 지문을 읽고 있으라 전한다.



"선생님이야. 한율이 이제 괜찮아?"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런데 선생님도 토해봐서 아는데, 몸이 아파서 토하면 잠시 괜찮아졌다가 또 토할 수가 있거든. 엄마도 데리러 오신다고 하니 오늘은 집에서 푹 쉬고 내일 학교 오는 건 어떨까? 괜히 오늘 학교에 더 있다가 내일 학교에 못 올까 봐 걱정되는데. 어떻게 생각해?"

".... 그것도 좋은 것 같아요."


아마 아이는 엄마에게처럼 학교에 더 있겠다고 말하고 싶었겠지만 3일밖에 안 본 담임 선생님이 이렇게 말하니 마지못해 대답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학기 초에는 아이들이 긴장도 하고 아직 3월이라 학급에도 이미 감기로 결석한 아이가 있다 보니 여러 상황을 조합했을 때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아침부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아이들이 모두 하교하고 나서야 학부모에게 아이의 상태를 묻는다.




학교에 남고 싶어 눈물까지 글썽거렸다니.  6학년은 조퇴할 생각에 미소가 지어지는데 4학년은 아파도 학교에 남고 싶어 하다니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물론 모든 일은 케바케(case by case), 사바사(사람 by 사람)라지만 2살이 어려서 인지 아직은 학교가 좋은가 보다. 학교에 남고 싶은 이유를 물어본 적은 없지만 도끼병 같은 착각도 한번 해본다.


"뭐야~~~~ 혹시 내 수업이 재미있어서 집에 가기 싫었던 거 아냐?"


6학년에게는 기대도 안 해보는 착각을 4학년이니 해본다. 다리도 누울 자리를 보고 뻗는 법이니.


얘들아, 아무리 수업이 재미있어도 아프면 집에서 쉬는 거다. 약!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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