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있는 도덕 시간이 월요일 아침부터 1,2교시 연속 차시다. 주요 과목이야 2시간 연속으로 있는 경우가 흔하지만 도덕 같은 과목이 2시간 연속이라는 것은 특별한 활동이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런 이유로 주간학습안내에 적힌 사소한 변화를 감지한 아이들은 아침부터 내 곁에서 질문 폭탄을 던진다.
"선생님, 왜 도덕이 2시간이에요?"
"선생님, 도덕 시간에 뭐 할 거예요?"
"선생님, 도덕책 필요해요?"
그러면
"원래 과목마다 정해진 시간이 있어서 일주일마다 시간이 달라지기도 해."
"도덕 시간에 알려줄게."
"교과서는 무조건 준비하는 거야."
와 같은 대답을 해줄 수밖에.
주요 과목도 수업 준비가 힘들지만 도덕도 만만치 않다. 이번 단원의 주제가 통일이니 더욱 그렇다. 교과서가 있으니 그대로 수업해도 무방하나 요즘 아이들 중에 통일을 원하는 학생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니 수업시간에 특별한 '뭐'가 필요하다. 그 '뭐'를 하기 위해 오늘은 2시간 연속으로 통일 관련 영화를 보기로 계획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교과서에도 제시된 영화 '코리아'가 아닌 새로운 영화다. 옆 반 선생님이 수업해보고 추천해주신 영화인데 2016년작이니 최신작에 속한다. 8년 전이긴 하지만 코리아가 2012년 작이니 충분히 최신작이라고 할 수 있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제목도 뭔가 있어 보이는 영화는 2020년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남북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홈스테이를 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원래 있음 직한 일을 영화화 하긴 한다지만 통일이 되기 전에 진짜 이럴 수 있겠다며 영화 시나리오를 칭찬하며나부터 빠져든다. 아이들도 공부를 안 하고 영화를 본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다. 엄연한 수업이지만 학생들은 교과서를 안 펴면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어느덧 후반부를 향한다. 이야기에 빠진 교사는 30명을 마주한 교실이라는 것도 잊었는지 자꾸만 눈물이 핑 돈다. 작은 모니터에 잠시 몸을 숨겨 살짝 눈물을 훔치지만 또다시 눈물이 차오른다. 큰일이다. 아직도 T라고 본인을 설명하지만 가끔씩 삐져나오는 F의 모습이 당황스럽다. 엄마가 되면,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더니 정말 옛말 틀린 게 하나도 없다.
결국 아주 부자연스럽게 바닥에 떨어진 것을 줍는 척하며 양손을 써서 재빨리 눈물을 훔치고 자리에 착석했다. 영화가 흡입력이 상당했는지 교사의 이상 행동을 눈치챈 학생은 다행히 없다. 덕분에 엔딩크레디트까지 넉넉히 보며 벌게진 눈가를 원상복귀시키는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