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여행을 가면 많이 가는 곳 중에 하나가 오설록 아닐까? 푸른 녹차밭이 펼쳐져있고, 녹차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차 등을 마시며 눈과 입을 만족하는 코스다. 갈 때마다 가서 한 두번인가는 안갔지만 안가면 생각나는지라 작년 제주 여행때도 갔다. 오설록을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오설록 안쪽에는 이니스프리 매장이 있다. 웬 화장품?이라며 의아하지만 샵인샵(매장 안에 매장)인 줄 알았다. 평소에는 호기심이 많은지라 바로 검색해보곤 했지만 현무암 돌담으로 컨셉을 비슷하게 잡은 것이 동네 서점에 있는 커피 가게처럼 자연스러웠는지 더이상 알아보지 않았다. 시향도 하고, 테스터 제품도 발라보고 신나기만 했을 뿐.
많은 엄마는 봄을 기다린다. 따뜻하고 뭔가 생기가 차오르는 봄이니 당연히 반갑지만 방학 끝에 숨어있던 개학이란 이벤트가 있으니 더 그러하다. 2월이 되긴 했지만 아직 한 달이나 남은 방학에 지친 수많은 엄마 중 한 명인 나는 '00지역 아이와 가볼만한 곳'이라고 검색해 본다. 멀지 않고, 돈 많이 안들고, 아이의 학습에도 도움이 될 만한 곳이 있나 살펴보지만 특별히 구미에 당기는 곳이 없다. 그러다 어떤 검색어로 나온지 모르겠지만 한 곳이 눈에 띈다.
"아모레팩토리 체험"
오산에 있다니 멀지 않을 것 같아 티맵으로 예상시간을 보니 30여분이 걸린다. 딱 좋다.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원료식물원'이란 곳인데 화장품의 원료가 되는 식물을 직접 재배하는 곳이라고 한다. 겨울이라 식물이 월동하느라 다른 계절에 비해서는 볼 것이 없다고는 하나 겨울 식물도 좋아하고, 온실도 있다고 하니 당장 예약한다. 봄에는 예약하기 어렵다하니 지금이라도 가보자 한다.
'아모레' 익숙하지만 잘 모르는 그곳으로 갔다. 맞이해주는 주황색 벽돌 건물이 으리으리하다. 도슨트를 맡은 상냥한 직원은 따뜻한 차를 권한다. 오설록에서 나온 향이 좋은 차다. 아모레의 대표 제품인 설화수의 바코드가 방금 들어온 건물 입구에 새겨져 있음을 알려준다. 설화수가 아모레였어? 몰랐네, 라며 시작한 투어는 계속 모르는 것의 투성이었다. 제품군은 물론 동백꽃 씨앗, 녹차 씨앗도 처음 봤다. 아모레의 전신인 '태평양 화학'의 서성환 회장의 기업 이념을 들으니 이 곳과 이 체험이 그제야 이해가 된다. 주변 지인들에게도 카톡으로 체험예약 링크를 보내 마구 추천한다. 그 옆에서 딸 아이는 부쩍 관심이 많아진 화장품을 찍어 바른다. 비싸서 못사본 설화수, 각종 세럼을 양 손등에 하사한다. 손이 호강한다.
아이를 위한 체험 덕에 나도 배운다. 매번 방학마다 그렇게 나의 경험과 지식도 추가된다.
어느 나라를 가도 나라마다 독특한 차가 하나씩은 있는데, 우리나라는 뚜렷이 내세울 차가 없습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우리의 전통차 문화를 정립하고 싶습니다.
-고 서성환(아모레퍼시픽 창업주)
그가 황무지였던 제주도 땅을 20년간 개간하여 세계 3대 녹차다원으로 만들었다니 지금부터 제주도를 10번을 더 가도 몰랐을 내용이다. 그리고 이제야 알게 된 2번째 사실! 오설록과 이니스프리는 아모레퍼시픽의 식구다. 뒤늦게 궁금함이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