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이라서 걱정을 엄청하지만 6학년과 함께 해 보고 싶은 것도 많은 나는 걱정은 많지만 꿈이 가득한 교사다.
1주 만에 학급 1년을 안내하고 구성하기엔 빠듯한 시간이지만 하나씩 시작하지 않으면 어느새 1학기가 훅 가버릴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일단 저지르면 뒷 일은 물 흐르듯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학급 이름을 지어보기로 하였다. 6년 동안 다닌 학교를 졸업하는 길에 추억하나 생생하게 남겨주고 싶고, 조금 더 큰 만큼 학급의 구성원으로 애정을 갖고 주체적인 학급 생활을 하게 하려는 마음이다.
먼저 우리 반의 이름을 생각하고, 그 이유를 글쓰기 공책에 적어 보기로 하였다.
"이름에는 힘이 있어요. 우리가 바라는 우리 반의 모습을 담아 이름을 지어볼 거예요. 그냥 재미가 아니라 부르면서도, 불리면서도 기분이 좋고 우리가 더 나아질 수 있는 이름. 한번 생각해 볼까요?"
금세 아이디어가 떠오를리는 없으니 시간을 여유롭게 주었다. 생각이 떠오른 아이는 고개도 들지 않고 써 내려가는가 하면, 5분이 지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 아이는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소리 없이 고통스러워한다.
'그치, 나도 그 마음 안단다. 쓰고 싶지만 한 문장 써 내려가기 힘든 그 마음 알지.'
그 아이를 보며 한 마디 덧붙인다.
"너무 어려운 친구들은 주변에 있는 것을 활용해서 이름을 지어봐도 괜찮아요. 예를 들어, 프로그램 이름이라던지, 책 이름이요. 천재 화가인 피카소도 '우수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고 말했듯이, 무에서 유가 아니라 유에서 유를 만들어 봅시다."
갑자기 아이들의 펜이 급하게 움직인다. 요즘 유행하는 프로그램, 노래, 게임의 이름이 다 나온다.
이제는 어느 정도 마무리 된 것 같아 4명이 모여 쓴 글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1개의 이름을 뽑기로 하였다. 그렇게 해서 오른 이름들은 칠판에 쓰였다.
슬쩍 보면 대종상 시상식 느낌이 난다.
1. 피지컬 68
2. 68 스캔들
3. 6과 8 승강장에서 29명이 기다려.
4. 행복한 6-8반
5. 긍정왕 6-8반
6. 파이팅 해야지. 6학년 8반
7. 금쪽같은 6-8반
이름과 그 이유를 들으니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그러나 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금쪽같은 6-8반'이다. 내 아이들이 금쪽이가 되어선 안된다. '68 스캔들'도 드라마는 재미있었지만 스캔들이 가지는 의미가 부정적이고, 우리 반에서 스캔들이 터지면 안 된다 생각하니 내심 걱정이 된다. 사주도 이름이 좌지우지하는데 이름을 괜히 잘못 지어서 시작부터 잘못 꿴 단추 같을까 걱정이다. 반 이름을 중간에 개명할 수도 없고 이름 짓는 걸 취소할 수도 없다.
아이들에게 스티커 2장을 준 뒤 마음에 드는 이름에 투표를 하게 했다.
'"금쪽이 인기 개많아."(고운 말을 쓰라고 해서 이 정도다.)
"와, 우리 금쪽이래."
아이들은 좋다고 난리다. 내게도 뭔가 촉이 온 그 이름이 아이들에게도 촉이 왔나 보다. 물론 같은 이름, 다른 느낌이었겠지만.
"우리 반의 이름은 '금쪽같은 6-8반'이 되었습니다. 혹시 '금쪽같다'의 뜻을 알고 있는 사람 있을까요?"
"금같이 귀하다는 뜻 아니에요?"
"맞았어요. 매우 귀하고 소중하다는 뜻이에요. 너희들은 항상 매우 귀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말고, 프로그램 속의 금쪽이가 아닌 진짜 금쪽같은 멋진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제발, 부디, 꼭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