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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Mar 19. 2021

평균체중인이 PT 30회 후 얻은 것


코로나 직격타를 맞은 바깥순이의 집콕 적응기

15. 평균체력인이 PT 30회 후 얻은 것

(15. PT를 할까말까 고민된다면, 에서 이어집니다.)





이제 슬슬 따뜻해지고 봄이 오고 있다. 그러면 여름맞이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작년에 고민 끝에 진행했던 30회의 PT가 떠오른다. 평균체중이지만 좀 더 운동한 듯한 몸매와 늘씬한 다리를 가지고 싶었기에 트레이너와의 깊은 상담 끝에 PT를 결정했다. 그리고 정말 울며 울며 울며 했다.


PT를 시작하는 첫날, 꽤나 비장하게 은근 떨기까지 하며 헬스장에 도착했다. 인바디를 재고 허벅지 둘레도 재고 이 숫자에 변화를 주리라 다짐하며 기합 가득 넣고 시작했다. 평소 결코 운동을 안한 편이 아니었고, 체력이 좋다는 소리도 왕왕 들었다. 숱한 여행으로 다져진 생활 체력과 튼튼한 다리 덕분에 (운동신경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체력면에서는 은근 자신 있었다. 그럼에도 첫 날 정말 땀을 비오듯 쏟아내며 완벽하게 넉다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힘들어서 마스크에게 감사를 표할 정도였다. 처음엔 그렇게 싫었던 마스크가 이제 힘들어하는 표정과 초췌함 가득할 얼굴을 가려준다는 사실이 어찌나 다행스럽던지.



시작 : 죽을 것 같이 힘들었던 2주

힘든 이유는 아주 많았다. 일단 나는 근력이 없었다. 잘 걷고 잘 뛰는 편이라는 자신감은 주로 지구력에서 나오는 것이었기에, 웨이트 트레이닝에선 아주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다(대신 유산소 운동을 할 때는 매우 유용하다).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느낌이었다. 트레이너가 아주 손쉽게 해내는 동작이 나에게는 세상 처음 보는 동작인 거마냥 어려웠다. 아기가 다다다다 신나고 자신감있게 걷고 있어도 우리 눈엔 불안해보이고 영락없이 뒤뚱거리는 모양새인 것 처럼, 나는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릎을 더 굽혀야한다거나 다리를 모으지 말라거나 어깨를 쭉 펴라거나 등등 끊임없이 지적이 날아왔다. 그동안 내가 혼자서 해왔던 동작들이 대부분 틀린 자세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도 모르고 매일 뿌듯함을 느끼며 열심히 해왔다는 사실이 눈물겨웠다.


무슨 마법이라도 부리는건지, 어려워보이지 않는 동작인데도 트레이너가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지키기 위해 온 신경을 다 집중하여 허리 세우고, 다리 안 모으고, 최대한 많이 내려가는 방식으로 오르락내리락 스쿼트나 런지를 하고나면 세상 이런 고통이 또 없었다. 첫 날은 대체 왜 내가 30회나 결제했을까, 를 진지하게 후회하고 고민하며 집에 돌아갔다. 이틀 후에 또 PT를 받는다는 사실이 몸서리쳐지게 싫었다.


버프 : 욕심과 의욕의 두어달

그렇게 몇번을 거치고나니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고 욕심도 생겼다. 운동을 너무나 힘들게 한 덕분에 순간의 방심으로 망치고 싶지 않아 절로 식단도 철저해졌다. 항상 닭가슴살, 샐러드, 단백질바, 비건빵, 고구마, 단호박, 계란, 현미밥 정도의 범위 내에서만 식사를 했고, 그렇게 달고 살던 초콜릿과 젤리도 끊었다. 식단을 철저하게 지킬 수 있었던 건 정말이지 운동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제 그 고생을 했는데 오늘 떡볶이를 먹어서 도루묵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루 세끼를 모두 떡볶이로 때워도 좋을 정도의 최애 음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건 정말 엄청난 결심이었다.


그렇게 식단을 지키면서 매일 운동을 가고 2-3일에 한번 꼴로 PT를 받는다는 건 너무 힘들었지만, 확실히 그 시기에 내 체중과 체지방량은 근 10년 새 최저치를 찍었다. 그 숫자가 또 나를 춤추게 했다. 다음 인바디에서는 이것보다 더 낮은 숫자를 기록하고 싶다는 욕심에 설렜다. 또 그동안 미동도 없었던 다리살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동안 운동을 한다고 했는데도 정말 원망스러울만큼 변화가 없었던 허벅지 사이즈가 줄어든 것이다. 타이트했던 바지가 살짝 헐렁해짐을 느낀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였고, 엄청난 성취감을 주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기 시작하니 그때부터는 더더욱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이때는 엄청 의욕적으로 운동을 했고, 우스갯소리처럼 '근손실'을 입에 달고 다녔다. 근육도 별로 없으면서.


그렇다고 PT가 수월해졌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놀라울 정도로 PT는 받아도 받아도 힘들었다. 이쯤했으면 적응되서 좀 더 쉬워져야 하지 않나 싶은데 여전히 힘들고 또 힘들었다. 중량도 생각만치 빠르게 늘려지지 않았다. 여전히 힘들었지만 몸과 숫자의 변화는 충분히 내가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마무리 : 아쉬움과 후련함이 공존했던 끝

그렇게 온갖 숫자와 눈바디가 절정을 찍을 시점 PT가 끝났다. 나는 시작부터 평균체중이었기 때문에 남들처럼 10kg 20kg 감량이라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기준에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트레이너도 나도 만족했다. 큰 돈과 많은 시간, 노력을 들였지만 충분히 보람있었다. 10회만 더 해볼까 하는 욕심마저 부릴 정도였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헬스장이 문을 닫기도 하는 다소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덕에 다소 피로하기도 했다. 내심 쉬고 싶었던 나는 어찌보면 좋은 핑계를 얻어 결국 PT 연장을 하지 않았고 그 이후로 헬스장은 계속해서 문을 닫았다 열었다 21시까지 제한적으로만 운영을 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겪었다. 퇴근해서 동네 헬스장에 가면 보통 20시쯤이었다. 21시까지 운영을 하는 기간에는 제대로 운동을 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꽤 괜찮았던 마무리 후에 아쉽게도 운동을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했다.


몸이 풀어지니 마음도 풀어졌다. 그동안 먹지 못했던 음식들에 조금씩 손을 뻗쳤고, 최저치 몸무게를 유지한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물론 PT를 시작하기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살이 빠진 상태이고, PT를 받으면서 몸에 밴 식단이나 습관이 어느 정도는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마냥 도루묵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가장 좋은건 내가 살이 빠졌을 때의 습관을 기억하고 있다는 거다. 지금도 결코 폭식하지 않고, PT를 받기 전에 비해 상당히 먹는 음식의 종류나 양을 조절하고 있다. 또 적게 움직인 날은 가볍게라도 운동을 하려고 의무감을 갖는 습관을 익혔다는 것을 높게 평가한다.  



여름맞이 PT를 고민한다면, 과체중이든 평균체중이든 일단 권하고 싶다. 나도 처음에는 어차피 평균체중이라 PT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트레이너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운동하는 방법과 식단관리하는 습관을 알게 된다는 것 만으로도 굉장한 성공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운동과 식단관리는 건강을 위해서라면 평생 해야 하는 끝나지 않는 숙제다. 그것을 지속해나갈 이유와 방법을 알고 싶다면 PT를 해보길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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