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 첫 발을 들이다.
그동안 부동산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이유는 상당히 명백했다. 자금이 없었다. 성실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월급의 일부를 차곡차곡 모아오기는 했지만, 억대로 돈이 필요한 부동산을 산다는 것은 완전 다른 세상의 일과 같이 느껴졌고, 내가 집을 알아볼 때는 비로소 결혼을 앞두고 있을 때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조금씩 돈을 모아두다가 언젠가 결혼을 하면 남편과 함께 작은 집에서 시작해 대출을 갚아나가며 살면 되지 않겠냐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다. 너무나 막연한 생각이었기에 그 ‘작은’ 집조차도 사기 힘들고 ‘대출’조차 녹록치않다는 냉혹한 현실을 알지 못했다. 불과 2020년의 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캥거루족처럼 부모님과 함께 살았기 때문이었다. 단 한번도 월세집이나 전세집을 구해본 적이 없었고 그렇기에 더더욱 부동산 시장의 동향을 몰랐다. 대출해서 전세금을 마련하거나 다달이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는 점에 감사했고, 그렇게 흔하디 흔한 ‘부동산’이라는 장소는 내게 전자담배 전문점이나 자동차 대리점처럼 들어갈 일이 없는 곳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작년부터 지인에 의해 촉발된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부동산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사회초년생 때는 뭔가 부족한 듯한 월급에 주말 알바를 해볼까 고민하기도 했고(결국 하지 않았다), 현재도 퇴근 후 단시간만 할 수 있는 부업이 없을까 궁리하곤 했지만(결국 하지 않았다) 주말의 여유와 퇴근 후 휴식은 인생에서 포기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삶의 이유가 일과 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애써 급여에 만족하려고 노력해온 내게 시간을 많이 투입 하지 않고도 어느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투자’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주식 투자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금세 적은 자본으로는 적은 수익밖에 낼 수 없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절감했고, 이에 레버리지 투자(대출을 받아서 하는 투자)를 고려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출’이라는 존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상당히 불식된 덕분에, 이런 식이라면 부동산 투자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흐름으로 연결되었다.
대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타파.
‘대출’이라는 단어는 얼핏 부정적으로 들리기 쉽다. 대출을 받은 사람은 곧 ‘채무자(債務者)’라는 새로운 지위를 부여받고, 다달이 숨만 쉬어도 빠져나가는 이자를 감내해야 한다. 채무자라는 단어에 있는 ‘무’라는 글자는 사실 ‘힘쓸 무’라는 한자를 쓰지만 그 글자는 왠지 ‘없을 무’와 같이 느껴지기도 해서, 어릴 적의 나는 채권자를 권력있는 사람, 채무자를 아무것도 없는 사람 따위로 외우곤 했다.
그런 내게 대출이 얼마나 안중에도 없는 존재였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내가 부자는 아니어도 버젓히 직장을 다니며 스스로 돈을 벌고 있는데 왜 굳이 남의 돈을 빌리고 이자라는 불필요한 지출을 감수하겠는가, 하고 생각해왔고, 연체나 대출 등 돈과 관련하여 한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 없이 신용등급 1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뿌듯해하곤 했다. 당연히 대출을 받으면 신용등급이 깎인다고 여겼고 빚이 있는 사람은 성실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식을 통해 접하게 된 ‘대출’은 전혀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내 능력 범위에서 적당한 돈을 빌려 이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게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사실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는 것이 안타까웠을 정도였다.
핀테크의 발달로 인해 비교적 손쉽게 생애 첫 신용대출에 성공했다(이건 2021년 초반 기준으로, 현재는 훨씬 대출이 어려워졌다). 그동안 내내 급여를 받아오며 내가 ‘주거래’은행이라고 믿어온 시중은행들은 생각보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중의 메이저 은행과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의 이율들 두루두루 비교해본 경과 가장 저렴한 이율을 제시한 케이뱅크를 통해 신용대출을 받았다. 흔히 신용조회만 해도 신용점수가 낮아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으니 꼼꼼히 이율과 조건을 비교해보고 대출을 선택하기를 바란다. 물론 이자를 잘 갚기만 한다면 신용대출을 받아도 신용점수가 떨어지지 않는다. 현재 나의 신용점수는 대출 전과 별 차이가 없다.
어플을 이용해 순식간에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그렇게 레버리지 투자를 통해 대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한 나는 대출이 ‘해로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과, 이제껏 자금이 없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부동산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도 아주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록 주택담보대출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은 아니었지만, 신용대출을 통해 대출이라는 개념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꾼 것이다. 그 때부터 대출을 일으켜서 부동산을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부동산 정보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유의사항]
본 글은 내집마련을 마음 먹고 실행에 옮기려고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부동산 하락론에 대한 반박이나 상승에 대한 설명이나 설득을 곁들이지 않았습니다. 대출이나 부동산 매수에 대한 권장이 아니며,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여 매수에 대해 어느정도 확신이 서신 분들이 부동산 매수까지의 과정을 참고하실 수 있도록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