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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한조각 Jun 06. 2022

아이 셋 키우며 소자본 창업 1년 차입니다.

창업 도전기_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기

'나 혼자라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아주 가끔 합니다. 감사하게도 성실하고 다정한 남편과 살고 있지만, 주변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분들을 만나거나 40세가 되기 전에 사별하시고 아들 둘을 키워내신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라면 가능할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나의 일이 필요하겠다.'였습니다.  혼자서도 아이들을 키워낼 수 있는 경제력이 필요하겠더라고요. 신랑이 주는 것 말고 내가 번 것으로 쓰는 재미도 느껴보고 싶고, 아이들 다 크고 나서 엄마의 역할이 줄어들 때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나'의 시간은 거의 없지요. 6년 정도 임신과 출산을 지속하면서 아이에게만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 돈 버는 일이라고 나를 다독이면서 지내왔어요.  유난히 힘들고 작아지는 날이 있죠. 내가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날이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아무것도 못하게 된 것 같고 자존감이 바닥인 날들이 계속되기도 해요. 아이도 제대로 못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이 가득할 때 말이에요. 누구는 아이도 잘 키우고 일도 하고 뭐도 하고 뭐도 하고 그러는데 나만 뒤처진 것 같고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기도 했습니다. 바닥에 누워있는 것이 아니라 땅을 파고 들어가게 되죠. 처음에는 이런 감정이 들 때 그저 그 감정에 빠져 작아질 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보는 것이 기쁘지 않았습니다. 짜증내고 화가 많은 엄마가 되어있었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생각이 들어올 때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또 보았습니다. 자기 계발서뿐 아니라 심리서, 경제서, 육아서, 교육서 무엇이 되었든 읽었습니다. 스스로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려우니 다른 생각들을 집어넣어서 밀어내기로 한 것이죠.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에는 소리 내어 읽은 적도 많습니다. 하루에 5분 책 읽기가 어려워서 한 줄만 읽는 날도 많았습니다. 아이들 등 하원할 때, 아이들 재우고 나서의 시간, 탈수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2분, 빨래 개는 시간 등 놓치는 시간에 책을 펼쳤습니다. 이렇게만 해도 하루가 꽉 찬 것 같고 보람까지 느껴지더라고요. 할 수 없는 일에 기운 빼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엄마로 지낸 시간을 나의 경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하루하루를 충실하고 프로페셔널한 엄마가 되자 마음먹었더니 어제와 같은 하루가 꿈을 이뤄가는 날들이 되었지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체력이 있어야겠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는 것도 힘들어서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105 킬로그램의 몸무게는 삶까지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간단한 스트레칭부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운동하니 짜증 내는 일들이 조금씩 줄었습니다. 체력을 키우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이 생각이 맞았습니다. 체력이 있으니 아이들을 케어하면서 일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일 10분이라도 운동하고 있습니다. 체중 앞자리가 다섯 번 바뀐 것은 덤이었어요. 강한 체력과 함께 정신력도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도 기록하고 열심히 사는 나의 이야기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흘러가 버리는 것이 아까웠어요. 한두 줄씩 적어가던 글들이 점점 쌓이면서 구독자도 늘어나고 온라인에서 인맥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넓은 세상을 만난 기분이었어요. 책의 저자도 만나게 되고 강의도 많이 들으면서 하루에 1%씩 성장하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애만 키우던 내가 뭘 하겠어.’라는 생각을 그대로 놔두고, 애 키우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았습니다. 할 수 없는 것들은 내려놓고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가족이라는 중심을 잃지 않으며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챙겨서 시도하고 도전했습니다. 남들과 비교해서 더디 나가는 것 같아도 멈추지만 말자는 생각으로 하루를 채워갔습니다. 


  작년 4월 두 개의 오프라인 사업을 오픈하고 지금까지 순탄하게, 꽤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셋 공부도 봐주고 학교 픽 드롭을 다 하면서 말이죠. 아이도 키우며 엄마도 크게 성장하는 1년을 보내왔습니다. 저의 1년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작하기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작은 용기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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