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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한조각 Nov 23. 2021

삶의 지혜를 구하다.

너는 나의 보석

오랜만에 본 부모님은 늘 같은 미소를 나를 맞이해주셨다.

나 살기 바쁘다고, 내 아이들 챙기느라고

정작 우리 부모님은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이 못난 딸을 뭐가 이쁘다고 세상 가장 귀한 보석을 보는 눈빛으로 바라봐주실까.

 

그 눈빛에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죄송한 마음이 올라온다. 이렇게 귀하게 키워주셨는데, 나는...

고작 가끔 전화 한 통 하고 가끔 찾아오는 것이 다라니...


차 타고 가면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살고 있으면서 신랑이 쉬지 않으면 찾아뵙지도 못하는 신세를 탓해본다.


엄마 보고 싶은데...

 

마음으로만 삭히고 있는데, 그 마음이 전해졌을까?


말하지도 않았는데 어버이날이라고 친정부모님께 가자고 휴가를 내준 신랑에게 고마운 마음뿐,

가고 싶지만 말 못 하고 있던 내 마음을 알아줘서 또 고맙고

친정집 고장 난 가스레인지 배터리도 갈아주고

청소기도 고쳐주고 사위노릇 든든히 해줘서 또 고마웠다.


평소 같으면 점심 식사 후 자리에 누우셨을 아버지가 거실 식탁에서 자리를 지키셨다.

아이들 노는 것을 보면서 우리 남매 키울 때 생각나신다면서 눈물짓기도 하시고,

앞으로 여행 가고 싶은 곳에 대한 이야기도 하시면서 건강해져야겠다는 다짐을 하신다.

이런 소소한 행복이 감사하고 감격스러워서 목구멍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려다가도 내가 눈물을 흘리면 몇십 배는 속상해하실 부모님 생각을 하며 울음을 삼켰다.


눈물이 흐르지 못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가만히 아버지의 손을 보고 있는데 손톱이 길다.


"아버지 손톱 깎아드릴까요?"

"그래 , 네 엄마는 손에 힘이 없데"


소아마비로 왼쪽 팔이 불편하셨던 아버지는 뇌출혈로 그 팔이 더 불편해지셨다. 오른팔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하다 생각했었다. 늘 약사 가운 왼쪽 주머니에 들어가 있어서 자세히 못 봤던 왼쪽 손을 이제야 자세히 살펴본다.


일반 손톱과는 다른 아버지의 왼손 손톱을 손질하면서 가만가만 만져도 보았다. 진작 아버지의 손을 잡아드릴걸 싶었다. 굳은살이 잔뜩 박여있고 큰 오른손과는 다르게 부드럽고 작은 아버지의 왼쪽 손. 손톱을 깎고 아쉬워서 손톱의 날카로운 부분도 다듬어 드린다. 그러고도 아쉬워서 어깨와 등을 주물러드리니 오히려 불편하다고 그만하라 하시는 아버지.


가만가만 어깨를 쓸어드리며 말을 이어가 보았다.


"내가 5살 때 엄마 아빠는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내가 5살 때 우리 부모님은 45세, 44세.

그때 부모님은 약국을 운영하고 계셨고, 한참 열심히 아이들을 키우며 살고 계셨을 것이다.


그때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보이면서도 웃음이 가득한 아버지의 얼굴.

아직도 마음은 40대도 아니고 30대라는 아버지.


"아이들 키우면서 잘했다 싶은 거나 하지 말아야 했다거나 뭐를 하면 더 좋았겠다 싶은 거 있어요?"


삶의 지혜를 구해본다. 아버지는 쉽게 말을 잇지 못하시고 생각해본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한숨과 함께 눈물을 보이셨다.


아버지 눈물짓지 마세요. 이렇게 이야기하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잖아요. 그 힘든 시간 이겨내시고 두 분 다 살아계셔서 ,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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