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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창숙 Jul 30. 2023

Why not!

살아온 날의 단상


 한 달에 한 번 첫 토요일을 명동성당에서 모임을 하기로 한지가 벌써 다섯 달이나 되었다. 그동안은 각자의 집들이 김포, 수원, 세종 등이어서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만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가 첫 토요일에는 모두 시간과 요일이 맞아서 모임을 갖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젊었을 때도 명동을 다녀본지가 손으로  꼽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기차를 타고 가서 40대, 50대, 60대, 그리고 70대인 나까지 4명이 모여 함께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한 달간 함께 읽은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면, 뿌듯해지는 마음과 함께 세대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르는지도 알 게 되는 시간이었다.


지난 7월 1일 토요일이었다.

명동역 지하는 많은 사람들의 왕래로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야 했다. 모임을 끝내고 헤어져 집으로 가려고 나는 명동역에서 서울역까지 전철표를 끊으려 줄을 섰다. 그날따라 내가 선 줄과 옆 줄 모두  외국인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시계를 보고 서울역에서 타야 할 기차표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나이가 드니 이상하게도 불안함이 있어 약속시간이나 버스 시간, 기차 시간 등을 몇 번씩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나는 기차표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기차를 타려면 35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명동역에서 타면 회현역 다음이 서울역이니 서울역에서 내려 걸어서 올라간다고 해도 시간은 15 정도의 여유는 있을 것 같았다.


내 앞에 줄을 선 여자는 학생처럼 보이는 외국인으로 커다란 캐리어가방을 갖고 있었고 바로 옆에 따로 한 여학생이 서 있었다. 아마 둘이 우리나라로 여행을 왔다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전철표 무인 발권기 앞에서 영어로 된  부분을 터치하여 보며 갈 곳을 지정하고  50.000원 지폐를 투입구에 넣었다. 그런데 50.000원 지폐는 들어가지 않고 다시 나왔다. 그녀는 50.000원 지폐를 다시 넣었고 50.000원 지폐는 다시 나왔다.


그녀는 뭔가 본인이 잘못했는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고 그러나 결과는 똑같았다. 그녀는 놀라고  서두르는 표정으로 직원요청 벨을 눌렀다. 그리고는 순간 당황하여  울면서 영어로 뭐라고 계속 얘기를 했는데 내가 알아들은 단어는 "에어포트"라는 단어였다. 순간 "아! 공항 가야 하나보다. 직원이 오려해도 시간이 걸릴 텐데..   어쩌지!" 


나는 뒤에서 은근히 애가 탔다.

그 여학생이 눈물과 애가 타는 마음이 내게 고스란히 전해져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평상시에는 잘 들고 다니지 않는 지갑을 이상하게 오늘 아침에 가방 속에 넣어 둔 현금이 조금 들어있는 지갑이 생각났다. 나는 벌써 지갑에서 5.000지폐를 손에  꺼내 들고 있었다. 에구! 빠르기도 한 나의 행동~


머릿속으로는 "캔 아이 헬프 유?"해야 하나 했지만 입 안에서만 돌았지 말은 안 나왔다. 그냥 5.000원 지폐를 들고 손으로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는 싱긋 할머니의 웃음으로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5.000원권 지폐를 투입구에 넣으니 전철표가 2장 나왔다. 나는 그 표를 외국인 학생에게 건넸다. 그 학생은 전철표를 받아 들고 눈에 눈물이 가득한 상태로  놀람과 고마움으로  "땡큐 베리 치~땡큐~

땡큐 베리 치~"를 연거푸 외쳤고, 나는 입안에서만 "마이 프레져"를 말하고 언능 가라고 손짓으로만 답례를 했다.


내가 다시 나의 전철표를 끊는 동안 그 학생  둘은 걸어가며 나를 향해 전철 티켓을 각자 들고 흔들며 또 한 번 "땡큐~땡큐 베리 치!"를 커다랗게 외쳤다. 나도 손을 한 번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경로우대로 신분증과 500원 동전만 있으면 서울에서 타는 전철은 무료여서, 나는 신분증을 경로우대 확인 할 수 있는 곳에 올려놓고 회수하라는 신호가 나오자  500원 동전을 투입구에 넣었다. 경로우대 1회용 티켓이 스르르 미끄럼틀에서 기름 바른 듯 내려왔다.


무사히 서울역에 도착하니 나를 태우고 갈 기차는  오늘따라 기차 카페인 것처럼 시원하고 쾌적한 공간으로으로 나를 편안하게 기다려주었다. 나는 창가 내 좌석에 앉아 가방에서 냉커피를 꺼내 한 모금 마시고서


또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를 대비하며,

나:Can i help  you?"입 속으로  반복했고

외국인 :"Thank you"~"를 하면

나: "You're welcome"할까?

     "my pleasure" 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생각났다.

거스름 동전이 떨어졌을 텐데 ~

 "700원씩이나~아고  "

그러다가 갈 수 없으니

"모르는 누군가에게 700원 팁을 준다고 생각하면 왜~안돼?"

"Why not~  Why  not ~"


아고~영어가 막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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