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으로 남고싶은가!

by 빈창숙

옛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대로 70년의 세월이 화살 날아가듯,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지나갔다. 딸과 며느리로서, 아내와 엄마로서, 지금은 할머니란 호칭으로 살아왔던 것이 어쩌면 내 모든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제야 나는 내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까마득하게 느껴졌던 어린 시절들이 마치 엊그제 놀았던 것처럼, 흑백 영화처럼 내 앞에 펼쳐졌다. 나의 어릴 적 기억너머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기억들이 '나'였다.


요즘 아이들은 모를 거다. 자치기가 뭔지. 고무줄놀이가 뭔지, 땅따먹기가 뭔지, 사방치기, 말뚝박기, 많은 공기알 놀이가 뭔지. 어릴 적 나는 종이만 있으면 인형을 그렸고, 남동생은 저녁마다 딱지를 접었다. 어릴적 내 보물 1호가 종이인형 상자였다면 남동생은 딱지 상자였을 거다.


그리고 중,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시절을 지내며 미래를 꿈꾸었다. 교정에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연극 배역을 맡아 대사를 외웠고, 유신정권에 데모도 하고, 수류탄 가루가 눈에 들어가 펄쩍펄쩍 뛰며 엉엉 울기도 했다. 또 새내기 교사가 되어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보니 나는 많이 뛰어놀았고, 웃었고, 눈물도 흘렸고, 시를 읊었고, 책을 읽느라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고 , 그리움이 사무치게 몰려와 가슴앓이를 하기도 했고, 사랑의 춤을 춘 적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단지 사랑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새 둥지를 틀고 아이들을 키웠다. 그리고 내 아이들의 아이들이 태어나며 나의 호칭은 '엄마'에서 '할머니'가 되어버린 것이다. '할머니'란 단어는 정말 멀리, 아주 멀리 있던 단어였는데.. 나는 이제 '멀리' 와 있는 사람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할머니'라는 호칭이 편해지면서도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나는 '할머니'는 아니었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제 과연 나는 무엇으로 남고 싶은가?

또 내 앞에 펼쳐진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내게 주어진 과제이다.


내가 나로 남고 싶은 것.


반세기가 지난 나의 이야기가 바로 '골목 안의 기억들'이다.

지금 세대들은 경험해 보지 못한

'할머니'의 추억 속 이야기로 상상의 나래를 펴는 시간!

나는 내 기억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이러한 삶의 여정 속에 남아있는 기억들이

지금은 내게 보물 1호가 되었고,

그 보물 1호가 글이 된다면 나는 그 글로 기억될 것이다.


지금 아이들의 보물 1호는 무엇일까...


나는 모든 딸들과 아들들에게, 또 손녀, 손주들에게 내 기억 속의 글로, 그리고 같은 세대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기억의 시간으로 남고 싶다.


이것이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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