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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시착토마토 Mar 23. 2023

일러스트레이터 그리고 싶은 그림체가 많다면 어떻게 하죠


안녕하세요 그림그리는 불시착토마토입니다. 


오늘은 제가 일러스트레이터로 처음 발 돋움할 때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나는 좋아하는 그림스타일도 다양하고, 그리고 싶은 그림도 다양한데 꼭 하나로 정해서 정진해야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 글은 이것도 저것도 그리고 싶은 그림체부자인 그림쟁이가 있다면 제가 작고 소중한 하나의 사례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네요.


꼭 그림체를 하나로 정해서 그려야하나?



(좌)@tomato__crush/(중)@drawing_inye/(우)@tomato_stewdio


저는 현재 3가지의 그림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체마다 느낌이 굉장히 다르죠. 

너무 많은 그림체를 구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림에 대한 욕심

저는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지속되는 소화불량으로 가게 된 한의원에서 저를 보고 말한 첫마디가 '욕심이 많네!'였을 정도였으니 말이죠. 제 욕심은 바로 이 그림분야에서 제대로 발현이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그림을 보면서 '아 나도 저런 느낌으로 하고싶다' '아니 저것도 멋있잖아.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를 연발하며 열심히 메모를 했습니다. 이 느낌으로 하면 이래서 좋을 것 같고, 저 느낌으로 하면 저래서 좋을 것 같고 저는 무엇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기에 다른 것보다 이 그림체에 대한 고민이 아주 컸습니다. 뭐가 정해져야 그 부분으로 정진할 수 있을 텐데 저는 그것조차 제대로 정하질 못했으니 말이죠.


그렇게 고민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해답이 있을까 여러개의 그림유튜브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하는 말이 "한 분야를 정해라. 그림체를 여럿으로 쓰는 것은 정말 비효율적이다. 하나라도 제대로 해라!" 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포기를 못했습니다. 그냥 해보기로 했죠.




00

페르소나의 분리


'김밥천국이 되지 말고 돈까스 전문점이 되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돈까스가 먹고 싶을 때 돈까스 전문점을 찾지 김밥천국을 찾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김밥천국이 아니라 돈까스전문점, 라멘 전문점, 파스타전문점으로 만들면 어떨까요? 


여러개의 그림체를 구사하고 싶던 저는 이렇게 자아분열을 했습니다. 나의 페르소나를 여러개로 두는 것이지요. 이 과정은 각기 다른 브랜드를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 브랜드는 존재 이유가 분명히 있어야합니다. 






01

그림체의 존재 이유


왜 그림체가 그렇게 다양한가요? 아니면 왜 다양하게 하고 싶은가요? 본인은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가령 'A그림체로 그림그리는게 재미있어서요'라는 이유라도요. 저는 2022년 여름기준 구사하는 그림체가 무려 7개에 달했습니다. 


1) 깔끔하고 유아적인 그림체 

2) 웹툰풍의 그림체

3) 라인 그림체 

... 등등


이 그림체가 마냥 순간의 충동으로 탄생한 것이 아닙니다. 모두 나름의 구구절절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번에 볼 수 있도록 그림과 그 존재이유를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이유가 있다고 7개의 그림체를 전부 끌어안고 갈 수는 없었습니다. 기준을 세워서 그림체를 합치고, 또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02

그림을 그리는 나만의 기준



1) 시장성


사람들의 호응이 없는 그림은 정리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게 단순히 나 좋자고 그리는 것은 아니니까요. (순수히 재미로 그린다고 해도 결국 그 기저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크몽, 산그림, 인스타 등에 그림을 올려두고 이 그림의 시장성을 파악했습니다. 이 과정으로 수요가 없는 그림은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아무래도 인스타가 가장 반응이 즉각적이니 참고하기 좋을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러한 시장의 반응은 몇개월이 아니라 몇년을 기다려야 비로소 나타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지금 유명한 작가들을 보면 아무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시간이 몇년을 훌쩍넘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초창기에는 당연하게 반응을 많이 받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은 남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좋지만 그 무엇보다 본인만의 직관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2) 쓸모 (사용처)


남들보다 더 적은 노력을 들였으니 더 효율적으로 접근해야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림체만의 분명한 쓸모가 없는 그림은 정리했습니다. 쓸모라는 것은 지금, 혹은 추후 그림의 사용처를 의미합니다. 물론 쓸모가 본인의 만족일 수도 있긴하지만 저는 금전적인 이윤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을 쓸모로 상정하고 진행했습니다. 


(*제 그림체를 예시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A : 감성적인 느낌의 무테 그림

[분야] 아이들 학습지, 교과서, 동화책, 등의 외주


B : 귀엽고 아기자기한 유테 그림

[분야] 아이디어스 캐리커쳐판매, 굿즈제작, 인스타툰


C : 반실사의 인물화 

[분야] 웹소설 외주  



참고로 그림체와 쓸모는 그 선후관계가 바뀌기도 합니다. 

•반실사 그림을 많이 그린다 -> 이 그림은 나중에 웹소설 외주로 쓸수 있겠구나.
•나는 웹소설 외주를 받고 싶다 -> 웹소설 그림체 중에서 반실사 그림을 그려야겠구나. 


사실 저도 처음부터 이렇게 정리를 하고 진행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대략적인 쓸모를 파악하고 진행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실제로 이 방향대로 해당 그림들이 나아가고 있습니다. 분야가 겹치지 않기 때문에 이 그림들은 서로 활동하는 공간도 다릅니다. 


A : 감성적인 느낌의 무테 그림

[분야] 아이들 학습지, 교과서, 동화책, 등의 외주

=> 산그림, 노트폴리오, 그라폴리오, 크몽, 인스타


B : 귀엽고 아기자기한 유테 그림

[분야] 캐리커쳐판매, 굿즈제작, 인스타툰

=> 아이디어스, 인스타툰, 블로그, 인스타


C : 반실사의 인물화 

[분야] 웹소설 외주  

=> 개인 포트폴리오 사이트 개설, 블로그, 인스타



3) 나의 선호 (지속성)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내가 계속 지속할 수 있는 그림체여야합니다. 

라인드로잉이 선호하는 사람도 많고 활용할 분야도 많고 돈이 잘 된다고 해서 그 그림체로 진행했는데 나는 별로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다른 나의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고 한들 지속하지 못합니다. 결국 가장 마지막에 나에게 남는 것은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그림일 것입니다. 이 모든 조건은 다 사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그림을 거르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이지요. 





주의해야할 점


그림체를 만들어 낼 때 있어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사소한 걸로 그림체를 분리하지 말 것입니다. 


눈동자가 완전 달라졌는데 이정도면 다른 그림이지!


간혹 같은 범주 내에서 그림의 테의 유무, 색감의 변화, 심지어 눈동자의 디자인 변화 정도로 그림체를 분리하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사실 '도대체.. 뭐가 달라진거지..?'싶은 순간입니다.


네.. 사실 제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림체를 분리할 정도로 유의미하게 달라졌는지는 본인이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본인은 그림 제작자라서 내 그림에 대해 너무 잘 알고, 그래서 변화를 너무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미 객관적인 판단이 서지 않기 떄문에 뭔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막상 물어보면 '어 그냥 너가 그린 그림인데?'하는 답변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tomato__crush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보면 좌측 우측그림에 비해 이목구비가 훨씬 세밀합니다. 비율도 다릅니다. 아까 예시보다 더 많은게 바뀐것 같은데 분리해야할까요? 


저는 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둘이 함께 있어도 전체적인 맥락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림스타일을 하나로 고정했다고 한들 그림을 그리다보면 채색이나 선에서 다양한 변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럴때마다 그림체를 분리하면 정말 100개씩 나올 수도 있을 거에요. 이럴 때 인스타 피드를 보면 도움이 됩니다. 피드에 그림을 올렸을 때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같은 그림의 범주로 생각해도 좋을 거에요.



결론


사람들은 모두 주어진 시간이 동일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그림체를 여러개로 분리한다는 것은 하나에 투자할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들 힘에 스텟을 100씩 넣었는데 저만 지력, 민첩, 힘, 운에 골고루 25로 넣은 꼴입니다. 차이는 100과 25만큼 벌어집니다. 그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김밥천국이 아니라 돈까스전문점, 라멘 전문점, 파스타전문점으로 만들면 문제는 해결되는 듯 하지만 사실 이건 이상론입니다. 남들이 1개의 매장에 총력을 다 할 때 3개의 매장을 잘(아니 망하지라도 않게) 운영할 자신이 있나요?


저 또한 지금은 여러개의 그림체로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계속 좁혀질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없으니까요. 해보다가 가장 나와 잘 맞는 그림을 그리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다양한 그림체를 유지하는 것은 어떤 그림이 잘 될지 그것은 진입한지 얼마 안 된 나는 당연히 모르고, 이미 진입해있는 선배 일러스트레이터들도 모르고, 시장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직접 해보면서 어떤 그림이 어떻게 쓸모가 있는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작업에 있어서 어떤 것이 효율적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추구하는 그림 방향성이 명확한 축복받은 사람들은 그렇게 그림을 그리면 됩니다. (정말로 부럽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뭐가 좋을지 아무리 고민해도 결론이 나지 않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꼭 하나를 선택해야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하나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고 그것을 토대로 내가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인스타 @tomato__crush

이메일 monun159@naver.com

블로그 https://blog.naver.com/monun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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