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니 내가 보인다
4. 저도 감정 있는 사람입니다만,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처럼 세월은 많이 좋아졌다지만 결혼하고 살아가는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특히, 여자들은 결혼하면 포기라는 단어가 먼저 따라 다닌다. 나도 그 단어가 싫어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살려니 때론 힘들다.
남편과 내가 돈 모은 걸로 작은 집을 장만 하려고 했었다. 친정 부모님께서 마음이 안 되었는지 보태어 집을 사주셨다. 부모님은 속상해 하셨지만 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 한다니 반대하지 않으시고 부랴부랴 준비를 해주셨다. 시댁은 고마워하지 않으셨다. 자기 아들이 대단하여 며느리인 내가 모든 걸 감수하고 희생해야 된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셨다. 그러면서
“넌, 우리 아들 잘 만난 거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하신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이 있던데 ‘시댁’이라는 권위만 내세우신다. 그 후로도 시어머니와도 신경전은 계속 되었다.
한 번은 안부를 물으셔서
"놀이터에 새벽에도 나가자고 하고 저녁 10시에도 나가자고 하네요."
하고 손녀의 안부를 전해 드렸다.
"넌, 그것도 안 하려고 하냐?"
며 너무 하신다 싶어 한마디 날렸다.
"어머님 제가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삽니다."
멋쩍어 하시면서 손녀를 찾지만
"없습니다."
”어디 있냐?"
며 당황해 하셨다.
"저희 엄마랑 놀이터에서 놀고 있습니다." 그 때 시간이 저녁 8시였다.
"아, 고생 하시네."
하고 전화를 끊었다.
결혼하고부터 끊이지 않는 공격으로 지쳐 있었다. 며칠 후에도 전화를 하셨지만 그 후로는 전화 받기가 불편했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도 않고 나란 존재는 대를 이으면 그만이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증명해 주셨다. 단지, 어쩔 수 없이 뵙고 지내야 되니 답답했다.
내 안의 어떤 용기가 생겨 툭하고 말이 튀어 나왔는지 모르지만 스스로 대견했다. 그 후로도 계속 깎아 내리려고 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같아 보였다. ‘내가 남편보다 연상이라 그러시나?’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굳이 이러면서까지 지내야 되나?' 생각이 들어 마음이 복잡하면서도 책임의 의무를 내려놓게 되었다. 두 분이 나에게 큰 기대가 있었다. 그 기대가 부담이 되었다.
시댁에 대한 스트레스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정다원 힐링 센터에 상담 신청 하여 원장님과 1시간 30분 정도 대화를 나누고 해결책도 들었다. 실천이 어렵지만 위로와 공감을 들으니 가슴이 ‘뻥’하고 뚫렸다.
"본인이 예의를 중요시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연락 받지 않아도 된다. 잘 하고 있다. 이제까지 잘 견뎌왔다. 또 무시 받지 않으려고 엄청 애쓰고 노력하며 살아왔다. 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거절하면 옆에 사람이 없어질까 봐 거절하지 못한 거다. 그 노력이 무시당하니 억울하고 화가 나는 거다."
정말 상담 받고 나의 속마음을 다 들킨 느낌이었다. 그냥 나 자체로만 봐 주시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 부정 당하는 취급을 받을 권리가 없는데 그렇게 대우 받았다. 원장님께서도 잘 하고 있다며 하셨으니 두렵고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내 가정이 우선이니 앞으로도 쭉 내 주관대로 밀고 나가려고 한다.
나는 김미경 작가님을 좋아한다. 작가님이 출간한 책은 모두 읽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들도 챙겨본다. 예전에 스타강사 show를 볼 때면 속이 후련했다. 40대를 맞이하고 인생에 대한 고민의 가속도를 달리고 있는 요즘, '마흔 수업'이라는 책은 나에게 선물과도 같았다.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 온 나의 인생에 김미경 작가님이 멘토이시다.
『'지금 네가 힘들다는 것은 그만큼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야. 크고 많은 인생 숙제를 감당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너 자신을 칭찬해줘도 돼. 잘 하고 있어! 원래 마흔의 숙제는 한 번에 풀리지 않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걱정하지도 말고 천천히 가도 돼. 지금 너의 마흔은 힘든 만큼 매일 괜찮아지는 중이야.'』
작가님도 40대에 아이들은 어리고 시댁과 친정에는 번갈아가며 일이 터져 조용한 날이 없었다고 하신다. 돈이 없는 게 당연하다고도 하신다. 원래 40대는 인생의 반만 풀린다고 말이다. 나는 40대가 되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되레 더 상처 받고 마음은 소용돌이친다.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중년과 노후는 어떻게 지낼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며 지낸다.
시댁의 모든 문화에 억지로 따르며 나를 감추고 싶지 않다. 한 번뿐인 내 인생, 효율적으로 보내고 싶다. 의무적인 책임에 떠밀려 살고 싶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