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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나나 Nov 21. 2022

일상02-우리는 너무 아까워서, 순간을 놓치며 산다

너무 소중히 하다 놓쳐버린 시간

드디어! 3년 전 몽골 여행에서 찍은 필름 카메라를 드디어 디지털화했다. 3년이나 지나도록 서랍에 처박아두고는 계속 가야지, 가야지하고 미뤄둔 것은 오롯이 내 귀차니즘의 탓이다. 친구가 약속을 잡은 날에 필름 인화할 것이 있어 매장에 잠시 들르자고 하여 나도 기억 한켠에 계속 남겨두었던 필름을 뒤져 겨우 꺼내 들었다. 혹시 필름이 서랍 속에서 삭아버린 것은 아닐까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필름도 유통기한 같은 게 있었던가? 필름이 망가졌으면 어떡하지? (헉, 방금 구글링 해보니 있긴 있나 보다. 상온에서 2-3년이라고 한다. 아슬아슬했다. 휴!)


다행히도, 고작 30장가량이 찍히는 카메라에 찍힌 사진들은 내가 빛 위치를 잘못하여 새까맣게 나온 것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잘 나왔다. 조금의 노이즈가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필름 카메라의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어린 시절 사진첩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인화라도 해서 붙여놓던가 해야겠다. 이 또한 언제 인화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3년 중으론 하겠지.



초창기에 좀 막 찍었는데 나중에는 좀 더 예쁜 풍경을 찍어야지, 하면서 아끼다가 사실상 두 번째 필름 카메라는 많은 찍지도 못했다. 3년 간 묵힌 것들을 꺼내보니, 두 번째 카메라에는 17컷이나 남아있어서 당일에 친구와 밥을 먹으며 마구 찍어야 했다. 현상소로 가는 길에도 한 장씩 부랴부랴 찍는데 친구가 거기 직원이 매장 오는 길 설명하는 것에 사진 사용되는 거 아니냐고 우스게 소리를 했다. 네이버 지도 같은 곳에 올라와도 될 거 같다며 대답을 했다. 마지막 한 장은 현상소의 간판이었다.



몽골 여행을 다닐 때는 어차피 폰으로도 사진을 찍어 사실 필름 카메라는 필요가 없었지만, 괜히 가져가 보고 싶었다. 결과가 이렇게 만족스럽게 나올 줄 알았다면 더 많이 찍었을 텐데, 너무 신중했었다. 혹은 귀찮았던 거였을 수도 있다. 마구 찍었어도 상관없었는데 왜 그렇게 머뭇거렸을까. 다음 장소가 더 예쁘겠지 더 신비롭겠지 계속 미루다가 결국 17장의 한국 사진이 섞인 채로 나온 필름롤이, 언제 다시 돌아가 볼지도 모르는 시간들이 너무 적게 남아있어 다소 아쉬웠다.


어릴 때 아끼다 뭐 된다고 하던 것이 틀린 말이 아니었나 보다. 몇 장 없는 사진들이 꽤나 마음에 들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든다.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매시간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더욱 와닿는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머뭇거렸을까? 지나고 나면 다 잊을 망설임은 미련만 남긴다. 


요즘 들어 굉장한 무기력함에 휩싸여 있는데 여러 이유가 혼재되어 머릿속이 어지러운데 원래도 혼자 생각이 많아서 이럴 때면 혼자 조용한 곳을 찾아 마음 평화 되찾기 여행을 떠나곤 한다. 업무 특성상 연말에 일이 많다 보니 그것도 영 쉽지가 않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몽골 여행 사진들을 보니 살짝이라도 힐링받은 기분이다. 올해 당장 몽골로 다시 떠날 수는 없을지라도, 필름 카메라 하나 사들고 근처에 등산이라도 가야 하려나 싶다. 이번에는 남는 필름 없이 한 번에 다 찍어버리자. 미련은 한 칸도 남기지 않도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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