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태윤 May 22. 2024

너 T야? F남편 T아내

태안집사의 신혼일기 3

 얼마 전에 건강검진과정에서 난소 쪽에 혹이 발견됐다. 세포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며 별 문제없기를 하며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고 남편이 '처형도 전에 난소 쪽에 문제가 있다 하지 않았어? 처형이랑 한번 얘기해봐. 아니면 장모님이랑 의논해 보던지'라며 친정과 얘기해 보라고 했다. 그에 나는 '언니는 나랑 다른 케이스였고 언니가 의사도 아닌데 의논한다고 달라져?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닌데 엄마에게 말해봤자 같이 걱정하기밖에 더해'라고 하니 '어우 T'하며 혀를 찼다.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눠주는 MBTI성격검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T와 F유형인 것 같다. 판단을 내릴 때 무엇을 근거로 판단하는 지를 나누는 기준인 T와 F에서 T는 Thinking의 약자로 객관적인 판단을 가장 중요하하고 F는 Feeling의 약자로 객관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에 포커싱을 맞춘다고 한다. 나도 사실 자세하고 학문적인 부분은 모르지만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질문이나 밈 등으로 공감을 하냐 안 하냐 감정적이냐 이성적이냐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다. 남편과 나의 MBTI 검사결과 나는 높은 점수로 T, 남편은 높은 점수로 F가 나왔다. 서로 상반되는 성향을 가진 거다. 


 요즘 유행하는 상황별 T와 F 구분법을 함께 한 적 있는데, 서로의 답변이 상반돼서 재미있었다. 


나 우울해서 화분 샀어.

나 : 무슨 화분? 우울한데 웬 화분?

남편 : 왜 우울해? 지금은 괜찮아?


나 시험 망쳤어.

나 : 무슨 시험? 몇 점?

남편 :  속상하겠다. 다음에는 잘 볼 거야.


 남편과 내가 연애할 때 크게 싸운 적은 별로 없지만 남편이 일방적으로 서운했던 적이 많았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토요일 데이트를 앞두고 남편(당시에는 남자친구)과 통화를 할 때,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하길래 병원은 가봤어? 내일 무리하지 말고 집에서 쉬어라고 통화를 마무리했다. 나는 별생각 없었는데 그다음에 만난 남편이 아프다는 데 병원 가라고 하고 데이트도 패스했다며 한참을 서운해했다. 일단 미안하다고는 했지만 아프면 병원을 가야지라고 속으로는 이해가 안됐다. 그리고 고민을 말하길래 이것저것 해결책이나 대안 등을 열심히 찾아서 얘기해 줬는데 자기가 필요한 건 해결책이 아니라 위로라고 해서 의아했지만 사과 한 적도 있다. 또 라라랜드, 어바웃타임과 같은 영화를 보며 감동을 받거나 노래를 들으며 눈물짓는 등 나로서는 무척이나 신기한 행동들을 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MBTI 성격검사가 유행하지 않아서 서로 쟤는 왜 저럴까? 하며 서로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MBTI를 통해 남편과 내가 서로 다른 생각과 판단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서로의 행동을 이해하기 좋아졌다. 


 이제 내가 고민을 말하면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나는 남편이 말하면 일단 공감부터 해준다. 머릿속으로는 사실 해결책을 생각하고 있어도. 공감 먼저 해결책은 나중에!


 "괜찮아? 속상했겠다. 에고 나도 속상해. 그런데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작가의 이전글 그들은 좋아 보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