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나무 May 05. 2023

아버지가 돌아가신 곳

사랑하는 아버지라고 말하지 못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당신이 태어났던 산자락 금바위로 돌아가셨다.

그날... 날이 너무 좋아서, 나도 좋았다.

다 정하 신면도 없고, 애틋한 마음도 표현하기 서툴렀던, 그런 아버지이기에...

그 아버지의 딸인 나도 표현에 서툴러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내 안에서 혼자 어색한 닭살이 올라와서였을까?

사랑한다는 말이 왜 나오지 않았을까?

사실은 내가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동생의 카톡프사에 아버지의 사진과 더불어 '아버지 사랑합니다, 보고 싶어요. 좋은 곳에 계시죠?'

이렇게 적어 놓은 것을 본 이후에야,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말을 해 본 적이 없음을 알았다.

정신줄을 놓은 아버지를 요양원에 밀어 넣고도, 요즘 다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내 삶에 충실해야

하니까, 아버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애써 단단하게 무장시켰나 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날까지, 아니 장례를 치르면서도 자식으로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아쉬움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고, 생각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내게 주어진 나의 도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책임감이 더 중요했는지도 모른다.

동생들에게 의젓하게 일처리 하는 언니로 누나로, 엄마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존재해야 하는 책임감 있는

큰딸의 역할에 충실했던 것 같다.

너무나 좋았던 날씨가 이제 보니 내 서글픔이었나 보다.

유난히 맑고 화창한 날씨안에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는 지금 평안하시겠지...

귀한 자식을 앞세움을 알지 못하고, 자식보다 소중한 동생마저 요양원신세를 지고 있음도 알지 못한 채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곳은 참으로 볕이 좋고 앞이 훤한 젊은 시절 아버지가 아버지의 아버지를 모시고 싶어 하던

그 자리에 가족묘를 만들어 놓으셨던 곳이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아버지가 돌아갈 곳을 스스로 만들어 놓고 가셨다.

당신의 부모님을 잘 화장해서 모시고 그 아랫줄에 당신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 놓으셨다.

아...

아버지...

사랑한다는 말씀을 해 보시지...

표현에 익숙지 못한 아버지를 닮아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해 본 큰 딸이..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해보지 않았을까? 

후회되네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이런 광고 문구가 생각난다. 정말 말하지 않아도 아셨을까? 아버지의 마지막에라도 사랑했노라 헀어야 하는데, 이제야 그저 먹먹한 가슴만 웅켜잡고 소리 없이 눈물이 나던 때가 후회가 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곳...'금바위'

아버지의 49재날 그곳에서 만나요? 아버지가 나신곳, 아버지가 돌아가신 곳.


작가의 이전글 나를 닮지 않은 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