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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무 May 29. 2020

나의 사랑 막둥이

여름에 만난 아이

그 애를  만난 건 2년 전 여름이다.

처음 그 아이를 데려오기로 결정했을 때 가장 반대가 심한 사람은 아들아 이다.

끝까지 책임 운운하며,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에 대해서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남편은 중간 정도? 흔쾌한 동의는 아니나 반대는 하지 않는다는... 애매함.

2년 전 그 여름 조그마한 아이가 우리 집에 왔을 때 딸아이와 나는 밤잠을 설치기까지 했다.

낯선 환경을 견뎌내려는 어린 생명의 몸부림 같은 것이 안쓰러워 안고 달래고 재웠다.

어느 순간 우리 가족의 중심은 그 아이의 몫이 되었다.

모두가 눈을 뜸과 동시에 그 아이와 눈 마주치기를 줄 서는 이상한 광경을 연출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과 동시에 그 아이와 나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가 되었다.

다른 가족들이 그 아이에게 하는 일은 단 한 가지다.

그저 예뻐하는 것.

그 아이를 보살피고 관리하는 일에 해당하는 모든 행위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보살핀다는 것은... 늘 좋은 의미만은 아니다.

때로는 귀찮고, 아프고, 두렵기까지 한 생활 속 안전함을 도모하는 모든 것이 해당된다.

씻기고, 치우고, 손발톱을 정리하고, 등등등

그 아이를 존재하게 하는 모든 귀찮음의 일들은 나의 생활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여, 그 아이는 내게 맹목적인 사랑을 보내지 않는다.

'애증의 관계'라고 앞서 말했듯이, 경계를 하는 듯하면서 잘 때는 내 이불속을 파고든다.

맘껏 사랑을 표현하는 대상은 남편과 딸 아이고, 아들은 그저 이뻐하지만 표현에 서툰 오빠일 뿐이다.

나는 나와 우리 막둥이의 관계 형성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나 스스로 '엄마'라는 거침없는 호칭을 쓰면서,

'어쩌다가 생전에 강아지를 낳았나?' 하는 먹먹함을 느낀다.

그 아이의 눈을 보면 세상 그 누구와도 느껴보지 못한 끈끈한 교감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진정한 교감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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