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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무 May 19. 2020

대를 이은 반지

딸아이의 엄지손가락이 갖는 의미

 1984년에 지금의 5월 셋째 월요일이 성년의 날로 지정되었다.

그 이전 1973년, 1974년에는 4월 20일을 성년의 날로, 1975년부터는 청소년의 달인 5월에 맞춰 5월 6일에 성년의 날을 기념하였다.

물론 거슬러 오르면 고려 때에도 성년례라는 것이 있기는 했다.

 우리 어머니는 그 해, 신문 앞에 앉아서 성년의 날이 5월 셋째 월요일로 지정되었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를 쳐다보셨다.

'우리 큰딸이 올해 스물이니 성년이네?'

그 해 나는 스물이었다.

무엇이든 기념하기 좋아하는 소녀감성의 어머니는 이제 성년이 된 큰 딸에게 어떤 의미 있는 일이 일어나길 기대하셨는지 모른다.

'얘? 넌 뭐였으면 좋겠니?'

'뭐가?'

'니 성년의 날 기념을 해야 할 거 아냐? 생각해 둔 것 있어?'

자존감이 별로 높지 않고 적극적이지 못한 내게 그런 것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 이야기를 나눈 날 나는 어머니 뒤꽁무니를 따라 '대풍당'이라는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큰 금은방엘 갔다.

이러저러한 날이니 우리 딸이 평생 기념할 수 있는 반지나 팔지 같은 걸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어머니의 설명에, 젊은 직원은 연신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18금 반지에 이름을 새겨 넣으면 어떨까요? 평생 이름을 바꿀 일은 없으니 좋을 듯해요'

그곳에는 나의 의견 따위는 상관없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반지를 딸아이의 성년의 날 선물로 해 주는 부모를 당시에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금은방 직원의 추임새가 이미 어머니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하여, 영문자로 굵게 판, 금반지에 이름을 새긴 것이 아니고 아예 이름자를 팠다. 직원 말로는 이런 거 한 사람 한 명도 못 봤을 거라고 으스대면서, 금반지 안쪽에 새기는 것은 흔한 것이라고 했다.

세상에 하나뿐인 반지의 탄생은 그랬다.

그리고 36년...

지금 딸아이의 엄지손가락에 그 반지가 살고 있다.

스무 살이 된 딸이 우연히 그 반지를 발견하고는, 자기가 끼고 싶다고 했다.

어차피 보석함 한자리를 차지하고 껴 볼 생각 1도 없었던 터라 흔쾌히 허락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딸아이는 그 반지를 7년째 끼고 다닌다.

본인 말로는 한 번도 빼고 다녀보지 않았단다.

왠지 끼고 있으면 편안하다고...

누군가 그 반지 사연이 무어냐고 하면, 엄마 이름이 새겨있다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 다들,

'효녀네, 엄마 생각을 많이 하네'

한다고...

딸아이에게 그 반지는 무슨 의미일지 모르나, 그저 편하다니 나도 좋다.

내 어머니가 나의 어른됨을 기념하여해 주신 반지를, 내 딸이 어른이 된 해부터 끼고 다니는 세상에 하나뿐인 반지가, 내 딸의 딸까지 이어질까?

나는 그 반지로 자존감을 가질 수 있었고, 내 딸은 수호천사의 의미로 간직한다.

부디 그 아이가 결혼을 해 자식을 낳고 또다시 의미를 가진 대가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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