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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진 Oct 25. 2022

다시 나아갈 채비를 하다

일상에의 회복

 어느 순간부터 인지는 모르겠으나 밖에 나갈 땐 마음을 굳게 먹어야 했다. 사람 많은 곳보단 적당하거나 없는 곳을 일부러 찾아다니기도 했다. 사람을 만나는게 겁났던 건 아니다. 단지 누군가와 마주치며 해야만 하는 사소하고 형식적인 것들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다.


 최소한의 마찰만 일어나게끔 만든 상태에서 사색을 즐기는 시간이 늘어갔다. 사색을 하던 그 찰나의 순간에 찾아온 공허함이 싫지만은 않았다. 공허, 어떤 회피하고 싶은 것들이 있을 때 혹은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것들이 내 마음의 대부분을 지배할 때 생기는 감정. 그것들이 내 마음을 채우던 순간에도 그저 제법 선선해진 바람을 맞으며 생각에 잠겨본다.


 조금은 버거웠고 무거웠다. 관계의 굴레에 대한 싫증이라기 보단 염증에 가까운 상태가 생각보다 길어졌다. 그 시간이 길어졌을 때 처음엔 조바심이 났다. 일상에의 회복이 더뎌지진 않을지, 혹여나 관계에의 회복 탄력성을 잃진 않을지.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일상의 회복이 더디진 않았다. 회복하고 힘을 충전할 시간이 이전보다 조금 더 필요했을 뿐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불확실성이 요동치는 외부의 상황에 부딪히거나 충동할 때 발생하는 균열로부터 나를 지킬 완충력이 조금 더 늘은 느낌이다.


 다시 채비를 했다. 약간 더 늘어난 여유와 무던함, 유연함을 마음에 채우고 앞으로 걸어갈 채비를 했다.


_조금은 덜 다듬어진 나의 첫 기록, 나를 살아있게 한 일상에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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