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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꾸 Aug 20. 2023

출판 마케터가 되었습니다 (1)

출판사 마케터가 되기로 한 이유

대학교 2학년 때였다. 출판사에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나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이루는 동력과 이룬 후의 성취감이 중요한 사람이다.

대학교 1, 2학년 때는 그 목표, 그러니까 어떤 직업을 가질 건지 결정하는 게 정말 중요했다. 많은 대학생이 그러듯.


나의 전공은 글로벌비즈니스다. 경영학에서 국제적 요소가 추가된 학과로, 경영 전반에 외국어를 결합한 것이다. 그래서 주로 금융, 무역 쪽으로 취업을 많이들 한다. 그런데 나는 사실 이 학과에 원해서 온 것이 아니다. 또 많은 대학생이 그렇듯, 입시를 거치고 난 결과가 글로벌비즈니스학과였을 뿐이다.


대학교 1학년 때 직업 적성 검사를 한 수업에서 했던 기억이 난다. 경영학도들답게 다들 서비스였던가, 경영과 어울리는 자질이나 선호도가 높게 나왔는데, 나 혼자 완전 다른 결이 적합하다고 나온 것이다. 창의성이었던 것 같다. 예전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그때 더 확연히 느꼈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나는 직업적 안정성을 추구하지만 매번 똑같은 업무가 반복되는 건 싫었다. 읽고 보고 듣고 생각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나의 큰 적성이기에 생각하고 창조하는 직업이 가지고 싶었다. 나는 그 수업의 미운 오리 새끼 같았다. 다른 친구들과 다르다는 점은 나를 외롭게 만들었다. 막막함도 함께 찾아왔다. 나는 이 학과에 소속되어 있고, 관련된 공부를 계속 할 텐데 어떤 직업을, 어떻게 노력해야 하나.




어릴 때부터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했다. 동시를 참 좋아했는데, 시를 지어 읽던 동시집 앞에 쓰곤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동시를 짓는 수업에서, 내가 지은 시가 가장 잘 썼다며 칭찬 스티커를 무려 2개나(!) 주시고 앞에서 발표를 했던 기억은 나에게 짙게 남아 있다. 후에 직업 방향성을 결정할 때 크게 작용한 기억이기도 하다. 인정 받은 기억은 성인에게도 큰 영향을 주지만, 어렸을 때의 기억일수록 더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그 기억은 나의 정체성, 자아의 뿌리가 되어주기도 했으니.


나는 글 중에서도 특히 시를 좋아한다. 시만이 줄 수 있는 울림이 좋다. 흘러가는 문장들 속 내 마음에 꼭 맞는 문장을 만날 때면 무엇보다 기쁘다. 충만하다. 벅차다. 문장이 주는 감명이 좋았고, 그걸 짓고 편집하고 세상에 내보이는 일이 좋아 보였다. 문장들이 모이면 책이 된다. 책을 만드는 곳은 출판사다. 그래서 나는 출판사로 목표를 세웠다. 내 안에선 수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단순한 과정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보고 목표가 일찍이 확고해서 부럽다고들 얘기를 해준다. 사실 나는 그 과정 속에서 여러 고민을 했지만.


출판사로 목표를 정하기 전에 작가를 하고 싶기도 했다. 사실 이건 지금도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바람이지만.

그렇지만 내 기준 작가는 되기도 어려워 보이고, 된다고 해도 유명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며, 그럼 생계도 보장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장을 가지고 싶었고, 글과 책을 다루는 직장이 출판사여서 방향을 그리로 정한 거다. 내 나름대로는 현실과 타협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무조건 마케터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다. 나는 편집자를 꽤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준비했다. 이건 또 나의 얄팍한 생각에서 나온 것인데, 마케터가 막연히 겁이 났다. 나는 진심으로 원하는 대상 앞에선 작아지곤 한다. 경영학을 배우면서도 마케팅은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케팅이란 분야가 너무 멋져보였고,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마케터 되는 법을 검색해보면 꿈을 접기 쉬워진다. 고학력, 고스펙. 학벌도 좋은데 대외활동도 많이 하고 공모전 수상도 필수에 여러 자격증, 어학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난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마음 먹으면 어찌저찌 하긴 했을 테지만 조금 더 쉬운 길을 택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편집자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웃긴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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