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를 준비했었지만,
출판 편집자가 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다른 직업처럼 무조건 필요한 자격증, 요구되는 능력 같은 게 없었다. 그 사실이 지망생 입장에선 퍽 막막했다. 도대체 뭘 해야 하지? 무슨 자격증, 대외활동을 쌓아야 하지? 고민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책을 많이 읽자는 것이었다. 당연한 거다. 출판 편집자는 책을 많이 읽어야 될 수 있는 직업이다.
사실 나는 책과 그렇게 친한 사람은 아니었다. 책 속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바깥에서 사람을 만나 소통하는 게 훨씬 좋았다. 내게 바깥이란 언제나 재밌는 것들로 넘쳐나는 곳이다. 극단적 외향인이 책을 끼고 살았을리가. 어릴 때는 책을 많이 읽었더라도,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에는 책을 거의 안 읽었던 것 같다. 공부하느라, 노느라. 책 바깥에서 세상을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 있던 시절.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고, 그러면서 감정들을 알아가고. 그게 좋았다. 지금도 물론 좋지만.
그런 내가 책에 푹 빠지게 된 건 2019년 겨울이었다. 그때의 겨울은 유독 춥고 시렸다. 내게 전부인 것 같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사라지자 내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줄 몰랐다. 사람에게 의지하던 내가 기댈 곳은 이 세상에 더 이상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현실을 놓지 못했던 나는 교내 출판 편집 과정을 신청했고, 과정의 일환으로 파주 출판 단지로 견학을 갔다. 묵었던 숙소 1층에는 거대한 도서관과 그에 비해 작은 서점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이병률 시인의 <<혼자가 혼자에게>>라는 산문집을 발견했다. 그것은 분명한 발견이었다. 이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던 내게 제목만으로도 위로를 줬던 책.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 가는 내내 그 책을 읽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마음에 맞는 문장은 완전한 위로가 될 수 있구나, 라는 것을.
그 이후로 책의 매력에 완전히 빠졌다. 위로를 주는 책이, 기쁨을 주는 책이, 기댈 곳이 되는 책이, 삶을 채워주는 책이, 좋았다. 그리고 그때 결심했다. '나는 꼭 글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라고.
많은 책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독서 습관이 잡혀 있지 않았기 때문에 독서를 습관으로 만드는 시간이 필요했다. 온전한 취미로서의 독서는 아니었기에 강박적으로 독서를 했다. 시간을 내서, 시간이 남을 때도, 이동할 때도, 어떤 때는 횡단보도를 기다릴 때까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조금 과하다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때는 필사적이었다. 이것만이 내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부족한 독서량을 채우려면 필사적으로 읽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그때 읽었던 책들을 보면 사실 나를 위로하고자 하는 독서를 했던 것 같다. 동시에 나를 찾아가려는 시도이기도 했던 것 같다. 이 독서를 통해 무언가를 분석적으로 바라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사용하려기보단, 그저 내가 위로받고 싶어 했던 독서. 그럼에도 강박적으로 했고, 치열하게 했었다.
독서와 동시에 대외활동들을 했다.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 한 대학 잡지의 에디터로 기사를 기획하고 작성했다. 이 경험은 내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획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과정을 연습하게 해주었다. 창의력의 한계에 부딪힐 때는 많이 읽고, 보고, 듣는 게 방법이라는 믿음을 주기도 했다. 2020년 초부터 2021년 초까지 부산의 연합 문예 동아리에서 글을 쓰고, 합평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을 주제로 목표를 꾸리고 싶던 나였기에, 글을 읽는 것처럼 쓰는 것도 중요했다. 이 경험은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타인의 글을 분석하는 것을 연습하게 해주었다. 이 외에도 마케팅 대외활동과 실무자 양성과정 강의 수강 같은 마케팅 활동도 함께 챙기려 했다. 출판사 창비에서 주최하는 문예지 읽기 활동 '클럽 창작과 비평' 제2장으로 활동하며 문예지 리뷰를 작성했다. 이때 적었던 시 코너 리뷰가 <<창작과 비평>> 2021 봄호 '독자의 목소리'에 게재되기도 했다. 익명의 한 독자에서 지면에 이름이 실려보는 경험은 귀중했다. 내가 쓴 글이 타인의 인정을 받아 모두가 볼 수 있는 지면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경험이었다. 그리고 2020년에도 교내 '출판 문화매체 전문가 양성과정'에 참여했다. 편집과 출판 관련된 활동은 모조리 하려고 했었다.
그리고 2021년, 한 출판사에 편집부 인턴으로 1달간 근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