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여자는 자기보다 예쁜 여자 친구의 광채를 붙잡으려고 하고, 반면에 매혹적인 친구는 못생긴 자기 친구를 배경으로 해서 더욱 찬란하게 두드러져 보이고 싶어 하지. 그 때문에 우리의 우정은 언제나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결과가 생기는 거야. 그래서 나는 우리가 그 선택을 되는 대로 내버려 두거나, 아니면 결투에 맡기거나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 선택은 우리에게 있어서는 언제나 예절의 문제야. 서로 상대방에게 그중 더 예쁜 아가씨를 차지하도록 권하는 거야. 서로 상대방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권하기 때문에 같은 문으로 동시에 방에 들어가지 않는 고풍스러운 두 사람의 신사처럼 말이야.
- 밀란 쿤델라 '우스운 사랑들'중에서
안도현 시인은 '존재한다는 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친구를 만나면서 그 사람의 배경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친구가 가진 권력, 지식, 돈.
뭐 이런 게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반대로 내가 그 친구의 배경이 되어 주고 싶은 적도 있습니다. 가진 것이 많으면 더 좋겠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그 친구의 배경이 되어주려 노력하는데, 아직 가진 것이 많지 않다 보니 해 줄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습니다.
사십 대 중반을 넘어가다 보니 이제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친구들을 만납니다.
나는 이 친구들에게 어떤 배경이 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배경이 되어 줄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