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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작가 윤부장 Aug 26. 2022

배경

밀란 쿤델라


못생긴 여자는 자기보다 예쁜 여자 친구의 광채를 붙잡으려고 하고, 반면에 매혹적인 친구는 못생긴 자기 친구를 배경으로 해서 더욱 찬란하게 두드러져 보이고 싶어 하지. 그 때문에 우리의 우정은 언제나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결과가 생기는 거야. 그래서 나는 우리가 그 선택을 되는 대로 내버려 두거나, 아니면 결투에 맡기거나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 선택은 우리에게 있어서는 언제나 예절의 문제야. 서로 상대방에게 그중 더 예쁜 아가씨를 차지하도록 권하는 거야. 서로 상대방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권하기 때문에 같은 문으로 동시에 방에 들어가지 않는 고풍스러운 두 사람의 신사처럼 말이야.


- 밀란 쿤델라 '우스운 사랑들'중에서




안도현 시인은 '존재한다는 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친구를 만나면서 그 사람의 배경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친구가 가진 권력, 지식, 돈.

뭐 이런 게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반대로 내가 그 친구의 배경이 되어 주고 싶은 적도 있습니다. 가진 것이 많으면 더 좋겠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그 친구의 배경이 되어주려 노력하는데, 아직 가진 것이 많지 않다 보니 해 줄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습니다.


사십 대 중반을 넘어가다 보니 이제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친구들을 만납니다.

나는 이 친구들에게 어떤 배경이 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배경이 되어 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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