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봉양생활
노인센터 검사와 폐센터 외래를 위해 아빠를 모시고 병원으로 향했다.
폐센터는 지난주 검사 결과를 외래로 듣는 자리였는데, 다행히 수술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노인센터에서는 신체검사 및 인지능력, 기억력에 대한 간단한 테스트가 진행되었는데, 인지능력이 정상보다 낮고, 근력이 낮고, 우울증 증세가 있어서 수술 후 섬망 및 치매증상 발전 가능성이 30% 이상이라고 한다. 수술은 가능하다는 의견이지만, 수술 이후 간병을 가족 등 친숙한 사람이 꼭 해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다.
아빠는 수술 후 섬망이나 치매증상 발전 가능성이 30% 이상이나 된다는 것에 많이 놀라신 것 같다. 치매를 겪고 계시는 엄마를 생각하면 당신마저 치매가 올 수 있다는 것이 큰 두려움이신 것 같다.
차곡차곡 수술 전 다른 과의 협진 검사 일정을 소화하던 중 돌발 변수가 생겼다. 아빠가 과거에 심장 관상동맥에 문제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인데, 심장관상동맥을 치료했거나 검사를 했던 자료는 하나도 없고, 아빠로 구술로 추정되는 진료기록 만이 남아 있는데, 의사는 비록 자료는 없지만 진료기록이 있기 때문에 관상동맥 조영술을 통해 검사와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며, 심장 문제를 확인하지 않으면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관상동맥 조영술은 심장혈관(관상동맥)을 관찰하는 검사로 2박 3일 입원이 필요하다. 의사는 어렵지 않은 검사 및 시술이라고 하지만 검사 시 투여되는 조영제와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아빠의 혈압약을 투약을 24~48시간 중단해야 하고, 검사 부위에 피멍이 들기도 한다고 한다.
아빠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평소 병원에서 채혈을 할 때도 팔목에서 혈관을 찾지 못해 간호사들이 애를 먹는 경우가 많고, 팔 전체에 아직도 크고 작은 멍이 많이 남아 있으시다. 무엇보다 혈전용해제인 플라빅스를 끊으셔야 하는데, 기록만 남아있는 단순한 검사를 위해 너무 큰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게 아닌지 두렵다. 큰 누나는 가깝게 지내는 언니의 아버님이 얼마 전에 관상동맥 조영술을 받다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하며, 다른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보자고 했다.
며칠 뒤, 다행히 의사가 심장초음파를 먼저 받아 보자고 했다고 한다. 초음파 결과에 따라서 관상동맥조영술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초음파 결과가 잘 나오기만을 기도할 뿐이다.